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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해 동안의 배움 되돌아보는 시간

등록 2009-12-20 15:14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올 초에 새해 결심을 적어두었는데, 그걸 다시 들여다본다. 올해 나는 ‘즐거움과 활기, 진정성’에 초점을 맞추어 살고 싶다고 썼고, 코칭이나 경영학 공부에서 이루고 싶은 몇 가지 결심을 정했다. 그중 몇 가지는 이루었다. 하지만 책을 한 권 더 내는 것이나 논문 100편 읽기 같은 도전적인 목표는 이루지 못했고, 매주 가족이 함께하는 질적인 시간을 갖는 것,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등은 노력은 했으나 실행이 부족했다.

이제 또 한 해를 마무리할 시간이고 조금 지나면 나는 또 새로운 결심을 생각할 것이다. 이루지도 못할 것을 왜 써두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비록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떤 지향성을 가지고 노력하는 그 ‘과정’이야말로 우리의 삶이고, 가치 있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혹은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라고 사회학자 벤저민 바버는 말했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하고 다음에는 더 나아지려는 것이 ‘배우는 자’의 동기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말은 차분하게 한 해 동안 내가 배운 것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가족도 개인처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식이 있을 것이다. 분위기가 아기자기한 가족은 뭔가 즐거운 이벤트를 할 것 같고, 여건이 허락되면 가족 여행도 갈 것이다. 우리도 아이들 어렸을 때는 ‘우리 집의 올해 10대 뉴스’ 같은 걸 정하며 재미있어했는데, 이제는 그런 걸 매우 유치하게 생각하는 눈치다. 그나마 제일 호응도가 좋은 것이 온천 여행 정도다. 부모야 바쁘게 사느라 기운이 딸려서 그렇다 치더라도, 아직 10대인 아들들아, 너희들에게도 삶이 그렇게 피곤한 게야?

하기야 재미있는 이벤트나 여행 같은 게 없더라도 그냥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도 엄청 귀한 가족도 있다. 아는 한 분은 외국에서 수십 년 생활하다 귀국했고 아이들도 장성해서 각자 일터를 따라가다 보니 여러 나라에 걸쳐 살게 되었단다. 이 가족은 무슨 일이 있어도 크리스마스 시즌은 가족이 한곳으로 모여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몇 년간 그렇게 하다 보니, 아들이 결혼을 했는데 며느리도 이 풍습을 따라주고, 대신 신년 휴일은 친정으로 모이는 식이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어떤 분은 가족 동반하여 고향집에 내려가서 노모와 함께 2~3일 보내는 걸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조망하면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높은 산에서 내려다볼 때, 혹은 10년 뒤를 생각할 때, 새해 결심을 떠올릴 때 우리는 자신의 가치에 맞는 의미를 찾는다. 한 해의 마무리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걸림돌과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올 한 해를 크게 바라보고 의미를 찾는 것 말이다. 그게 되면, 즉 배우는 사람으로서 거기에서 뭔가를 얻으면 내년에 새해 결심은 거의 된 것과 다름없다. 영국의 어느 극작가가 말했듯이, “모든 출구는 어딘가로 가는 입구”(Every exit is an entry to somewhere)이기에.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ko@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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