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리더십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학부모들로부터 종종 받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자녀의 리더십을 키워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뭐라 한마디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데, 어느 날 기가 막힌 답이 떠올랐다. 그 기막힌 답이 바로 이거다. “아이를 리더로 대접해 주세요. 그리고 부모 자신이 리더라는 걸 잊지 마세요.” 부모가 아이에게 “얘, 빨리 가서 네 자리 차지해! 늦게 가면 자리 없어!”라고 한다면, 아이가 배울 것은 “아, 내 몫을 차지하려면 재빨리 움직여야 하는구나. 늦으면 아무도 내 몫은 챙겨주지 않는구나”라는 교훈이다. 만약 아이가 리더가 되길 기대한다면, 부모는 이렇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늦게 와서 자리 없는 친구들은 어쩌지? 어떻게 하면 걔네 자리도 만들 수 있을까?” 타인을, 공동체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리더십을 키우는 데 그래도 부모가 미칠 수 있는 가장 영양가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우선 리더의 마인드를 갖추려면 자기만 생각하는 속 좁은 생각에서 벗어냐야 하니까 말이다. 리더십 전문가인 제임스 쿠제스와 배리 포스너는 책 <최고의 리더>(A Leader’s Legacy)에서, 리더는 유산을 남기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비유하자면 리더십이란 자기가 온 캠프장을 좀더 괜찮은 곳으로 만들어서 다음에 올 사람들이 더 쾌적하게 캠프를 즐기게 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며, 그를 위해 할 일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지니는 것은 그래서 리더십의 정서적 출발이다. 과거에는 리더십에서도 “나를 따르라!”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각광받았다. 그래서 아이들을 웅변학원에 보내고, 발표 잘하면 리더십이 키워진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놀라지 마시라. 거의 모든 기업과 조직들이 ‘상명하복’식의 지시와 훈계 위주의 리더십에서 벗어나 조직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살리는 ‘섬기는 리더’가 되라고 엄청난 교육과 훈련을 하고 있다. 질문을 ‘우리는 어떤 사람을 믿고 따르는가?’라고 바꾸어 보자. 실은 많이 베푸는 사람, 모델이 되는 사람,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믿고 따르지, 말만 번드르르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성을 갖추고, 거기에 타인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아이가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이런 게 아닐까? 부모가 공동체를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구별할 줄 알게 하며, 자기 생각을 당당히 말하는 용기를 지니도록 해 주는 것. 반대로,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을 다 쓸데없는 오지랖이라고 나무라거나, 나서지 말고 얌전하게 있으라고만 하는 것, ‘너나 잘해’라는 말로 기 죽이는 것. 적다 보니 끝이 없을 것 같다.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ko@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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