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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모여 ‘자기합리화 함정’서 탈출하라

등록 2010-03-14 14:59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한밤중에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듣고 아빠가 먼저 깬다. 처음에 그는 아내가 깨기 전에 일어나 아기를 돌봐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다. 즉 원래의 자기 생각을 배반한다. 생각은 점차 변질된다. ‘직장에서 종일 일하다 왔으니 힘들다’는 생각이 커지고, 자신을 부지런하면서도 불쌍한 희생자로 여기게 되는 한편, 아내를 ‘둔하고 게으른 사람’ 나아가 ‘이기적인 아내, 형편없는 엄마’라고까지 비난하는 마음이 점점 커진다.

만약 그 사람이 처음 생각을 배반하지 않고 아기를 돌봤다면 어땠을까? 아내를 그렇게까지 비난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아기를 잘 돌본 자신을 인정하고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빈저연구소의 책 <리더십과 자기기만>은 이런 자기 배반이 일으키는 결과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즉 자기 생각을 배반하면 자기기만의 상자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서 대단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 상자 안에서는 다른 이의 결점과 자신의 장점을, 자기 배반을 정당화하는 것들의 가치를 부풀리게 된다.

이런 일은 너무나 빠르게, 거의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우리가 장거리 버스를 탔다고 생각해보자. 버스는 만원인데 아파 보이는 노인이 앉을 자리를 찾다 내 앞에 선다. 우리는 ‘왜 하필 이런 붐비는 시간에, 앉을 자리도 없는 버스에 올라타나?’라고 생각하며 은근히 노인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노인을 내 자리를 빼앗을 것 같은 존재로 보고, 그것에 맞서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기만적 생각의 기원이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 어떤 것을 하지 않으면서, 즉 배반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 배반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스토리가 필요하고, 기만적인 스토리는 거기에서 탄생한다.

이런 사례를 들어 교육생들의 생각을 물었던 적이 있다. “엘리베이터에 막 타서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저만치서 어떤 사람이 꽤 큰 짐을 들고 이쪽을 향해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내며 달려온다. 눈이 마주치지 않았지만 당신은 상황을 분명히 알아차렸다. 당신은 순간 망설이다가 그냥 닫힘 버튼을 누르고 만다. 그런 다음 어떤 자기 합리화 스토리를 만들어내겠는가?”라고.


대답은 다양했다. “중요한 회의에 늦을까봐 기다릴 수 없었다”, “저 사람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고, 나는 매우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에” 심지어 “나는 올라가는데, 저 사람은 지하로 내려가는 사람일 것이다”라는 기상천외한 답변까지 나온다. 이게 자기 합리화 스토리다.

아빈저의 저작에서는 이런 자기기만의 상태를 ‘상자 안’에 있는 것으로 표현한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혹시 우리가 ‘상자 안’에 머물고 있지 않은가 살펴보고, 얼른 상자 밖으로 나오라고 촉구한다. 자녀의 문제 있는 행동을 마음속으로 맹비난하고 있을 때, 혹시 우리가 부모로서 어떤 상자 안에 머물고 있지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부모로서 바람직한 일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면서도 종종 그것을 하지 않으며, 아이의 문제를 부풀림으로써 책임을 피하는 자기기만의 함정에 쉽게 빠지기 때문에.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ko@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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