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한동대는 개교 이래 무감독 양심 시험을 실시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학생들의 신뢰성을 기르려는 인성교육의 하나였을 것이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한동 명예제도를 교육하고 서약을 받으며, 배지도 달게 한단다. 며칠 전 그 한동대 김영길 총장의 얘길 듣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과연 무감독 양심 시험이 정말로 양심적으로 치러지는지 궁금해 했는데, 마침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알려줬다. 응답자 중 60%의 학생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양심을 지켰다’고 했고, 약 20%는 마음이 흔들렸으나 유혹을 이겨냈다고 답했다. 16%의 학생은 ‘한번 부정행위를 했지만, 부끄럽게 여기고 회개했다’고 하고, 마지막 4%는 ‘과거에도 했고, 앞으로도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을 때,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그룹 중 하나가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자랑스럽게 배출한 엘리트들이 바로 월스트리트를 움직이는 핵심 인재들이었고, 이번 경제위기란 결국 개인 삶이나 조직 차원에서나 ‘더 많은 돈’을 좇아 그 능력을 쓰다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결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해리 루이스 교수는 “우리는 학생들에게 인본주의를 가르치면서, 그게 정말 사람들에게 무얼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일은 잊어버렸다”고 했고, 예일 법대 전 학장인 앤서니 크론먼은 “대다수 교수들이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포기해 버렸다”고 한탄했다. 입시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이 정말 아이들로 하여금 미래를 잘 살아가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다른 걸 제쳐두고라도, 신뢰와 윤리 같은 인성을 개발하는 데 반하기 때문이다. 이 교육제도 아래서 아이들에게 가장 크게 향상될 기술은 정답 맞히기 실력과 동료를 누르는 경쟁 실력인데, 이것은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완전히 거꾸로다. 21세기는 심하게 말하면 정답이 없는 시대다. ‘내 생각이 옳다’는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딱딱한 사고를 할수록 더 크게 틀릴 가능성이 높은, 말하자면 뉴턴 물리학의 시대가 아니라 상대성 이론과 양자 물리학의 시대인 것이다. 나 혼자 잘해서는 아무 의미 없는 네트워킹의 시대이자, 남들과 협력해 더 크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승-승의 리더십이 가장 요구되는 시대란 말이다. 유네스코는 고등교육의 개혁을 주문하며 “고등교육은 가치관에서 심대한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가 단순한 경제적 고려를 넘어서 좀더 깊은 도덕성과 영적인 측면을 포함할 수 있도록, 스스로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어느 정신없는 분이 지난 10년간 좌파 교육 때문에 흉악 범죄가 늘었다고 했다. 시대착오도 이 정도면 금메달감이지 싶다. 인간성을 개발하는 교육은 인간을 존중하는 맥락에서 실현 가능한 거다. 창의성을 기르려면 유연하고 열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이듯, 모든 것이 급변하고 불확실해지는 21세기의 아이들에게는 ‘모르는 것을 탐험하고, 불가능한 것들에 도전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한동대의 양심 시험이 고마운 것은 아이들을 윤리적인 인간으로 대접해 줌으로써, 그 성품을 더 키우도록 촉진해주기 때문이다.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ko@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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