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 개교 한달 ‘우려가 현실로’
영어·수학 수업시간 늘리고 강제보충·야자 부활
유능한 교사 1학년 배치…2·3학년 ‘홀대’ 논란도
영어·수학 수업시간 늘리고 강제보충·야자 부활
유능한 교사 1학년 배치…2·3학년 ‘홀대’ 논란도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 분야 핵심 공약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도입된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문을 연 지 한 달이 지났다. 자사고는 입학식도 열기 전에 부정 입학 논란에 휘말려 130여명의 입학이 취소되는 등 파행을 빚은 데 이어, 교육과정도 ‘교육의 다양화’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입시학원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입시’로 수렴된 ‘자율’ 서울 지역 자사고인 ㄱ고는 1학년의 경우, 일주일에 4시간이던 수학 수업을 6시간으로 늘렸다. 지난해 자사고 지정 심사 때 제출했던 교육계획서에는 ‘과제연구, 논술 등 창의적 재량활동 수업을 증배 운영’한다고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창의적 재량활동 10시간 가운데 7시간을 영어·수학 수업에 배정했다. 교육과정 ‘특성화’가 아니라 ‘입시화’를 추진한 셈이다.
이렇게 입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자사고에서 0교시와 강제 보충, 강제 야자(야간자율학습)의 부활은 학부모·학생 사이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ㄴ고 교사는 “저녁 식사 뒤에도 보충을 하고 밤 10시까지 강제 야자를 하는데도 공부를 안 시킨다며 아이를 전학시키는 학부모가 있다”고 전했다. ㄷ고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6시10분~7시20분, 7시30분~9시에 국·영·수·사·과 강제 보충수업을 진행한다.
보충수업시간에 주요 교과의 진도를 나가는 일도 흔하다. ㄹ고 교사는 “90분짜리 보충수업 1교시에는 진도를 나가는데 정규수업과 똑같이 돌아간다”며 “외고처럼 좀더 일찍 수능 등의 입시체제로 운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자체 지침을 통해 방과후 보충수업 시간에 교과 진도를 나가거나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수강을 강권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ㅁ고 교사는 “방과후 수업이야말로 새롭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해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진도를 나가면 강제로 들을 수밖에 없다”며 “입시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편성해 일방적인 강의 형태의 수업을 하는 것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과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2학년 과정을 1학년에 편성해 정규수업시간에 선행학습을 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ㄷ고의 경우, 고교 1학년이 1년 동안 배우게 돼 있는 공통수학을 1학기에 몰아서 수업하고, 2학기 때는 2학년 과정인 수학Ⅰ을 가르친다. 이 학교 1학년 학생은 “우리가 수능을 볼 때는 인문계도 미분과 적분이 나오기 때문에 1학년 때 공통수학이랑 수Ⅰ을 모두 끝내고 2학년 때 미분과 적분을 나간다고 했다”며 “진도가 너무 빨라 따라가기가 힘들어 다니던 학원을 못 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거의 특권에 가까운 자율권을 자사고에 줬기 때문이다. 자사고는 다른 학교와 달리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11개 교과 전체 수업시간의 50%만 이수하면 돼, 일부 과목을 아예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 2·3학년은 ‘2등 학생’? 비자사고 시절 입학한 2·3학년 학생들과 자사고 1기생인 1학년에 대한 차별적 대우도 문제로 지적된다. 젊고 유능한 교사를 1학년에 배치하고, 나이가 많거나 인기 없는 교사를 2·3학년에 배치하는 것은 자사고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ㅂ고의 한 2학년 학생은 “우리가 1학년 때 엄격하면서도 잘 가르치는 3~4명의 선생님은 전부 다시 1학년에 남으셨고 특별보충 때 인기가 많았던 선생님도 1학년을 맡았다”며 “아이들끼리 ‘2학년은 버린 카드’라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ㄷ고 1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영어일기 쓰기, 독서 포트폴리오 제작 등을 하는데 이건 우리 1학년만 한다”며 “학부모총회에서 엄마가 ‘1학년에 신경 많이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호봉이 낮은 젊은 교사들을 1학년에 몰아 배치하기도 했다. ㅅ고에선 3월 셋째 주에 갑자기 1학년 교사 5명과 2학년 교사 5명이 학년을 맞바꿨다. 자사고는 교육청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올해 1학년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교육청이 아닌 재단에서 임금을 지급받는다. 이 학교 교사는 “재단이 지급하는 임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1학년에는 호봉이 낮은 교사들을 배치하고 호봉이 높은 교사들은 교육청이 지원하는 2·3학년에 배치한 것”이라며 “아이들은 젊은 교사를 선호하게 마련인데 재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아이들이 선호하는 교사들에게 수업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 2·3학년은 ‘2등 학생’? 비자사고 시절 입학한 2·3학년 학생들과 자사고 1기생인 1학년에 대한 차별적 대우도 문제로 지적된다. 젊고 유능한 교사를 1학년에 배치하고, 나이가 많거나 인기 없는 교사를 2·3학년에 배치하는 것은 자사고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ㅂ고의 한 2학년 학생은 “우리가 1학년 때 엄격하면서도 잘 가르치는 3~4명의 선생님은 전부 다시 1학년에 남으셨고 특별보충 때 인기가 많았던 선생님도 1학년을 맡았다”며 “아이들끼리 ‘2학년은 버린 카드’라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ㄷ고 1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영어일기 쓰기, 독서 포트폴리오 제작 등을 하는데 이건 우리 1학년만 한다”며 “학부모총회에서 엄마가 ‘1학년에 신경 많이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호봉이 낮은 젊은 교사들을 1학년에 몰아 배치하기도 했다. ㅅ고에선 3월 셋째 주에 갑자기 1학년 교사 5명과 2학년 교사 5명이 학년을 맞바꿨다. 자사고는 교육청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올해 1학년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교육청이 아닌 재단에서 임금을 지급받는다. 이 학교 교사는 “재단이 지급하는 임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1학년에는 호봉이 낮은 교사들을 배치하고 호봉이 높은 교사들은 교육청이 지원하는 2·3학년에 배치한 것”이라며 “아이들은 젊은 교사를 선호하게 마련인데 재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아이들이 선호하는 교사들에게 수업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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