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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구조조정, 만병통치약일까

등록 2010-11-29 09:35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함께하는 교육] 우리말 논술 /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난이도 수준-고2~고3]

11.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 망하는 기업에는 이유가 있다?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짐 콜린스 지음/김명철 옮김 /김영사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살림살이는 나날이 어려워졌다. 대출금을 못 돌려받는 경우도 잦아졌다. 그래서 은행은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했다. 잘잘못을 뚜렷하게 가리려 하다 보니 서명하는 칸이 15개까지 늘어났다.

이렇게 해서 과연 돈을 못 돌려받는 경우가 줄었을까? 결과는 정반대였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상황을 이렇게 정리한다. “10여개의 위원회에 대출 요청서를 내고 15개 서명을 받아냈다 해보자. 후에 대출이 악성으로 밝혀져도 ‘내 책임’은 아닐 테다. 분명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다.”


결정하는 절차가 복잡할수록 창의적인 생각은 자리할 곳이 없다. 관료들은 절차에 따라 진행했으니 아무 문제 없다는 식이다. 결론은 대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직원들은 자기에게 책임이 돌아오지 않게 하는 데만 신경을 쓴다. 그렇게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무너져 갔다.

아무리 뛰어난 기업도 언젠가는 몰락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떤 기업은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뛰어오른다. 이 둘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는 이 물음에 답을 준다. 짐 콜린스는 잘나가던 기업이 무너지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설명한다.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짐 콜린스 지음/김명철 옮김 /김영사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짐 콜린스 지음/김명철 옮김 /김영사

첫 단계는 ‘자만에 빠지는 시기’다. 성공에 취해 뭐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솟아오른다. 사업에는 운도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망해가는 기업은 행운으로 얻은 성공마저도 실력으로 거뒀다고 착각해 버린다. 경기가 좋아 물건이 잘 팔려도, 제품이 훌륭해서 판매가 늘었다며 좋아하는 식이다. 그러곤 앞으로 사업이 더 뻗어나가리라 믿는다. 기업의 여러 문제는 자신감에 묻혀 잊혀진다.

둘째 단계는 ‘원칙 없이 욕심을 내는 시기’다. 이 시기에 기업들은 “규모 확대와 위대함을 혼동한다.” 그간의 승리를 바탕으로 여기저기로 사업을 넓혀 나간다. 문제는 원칙이 없다는 데 있다.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원래의 사업에는 소홀해진다. 이제까지 잘돼왔으니 앞으로도 굴러가리라는 식이다. 그러곤 새로운 사업에 힘을 쏟는다. 이럴수록 뿌리가 되던 사업은 부실해진다. 새로운 사업도 마뜩한 열매를 내놓지 못한다. 그러면 또다른 신사업을 찾는다.

이런 모습은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바뀔 때 많이 나타난다. 새 사람은 늘 성과에 목말라하기 마련이다. 자기 능력이 돋보이려면 회사가 예전보다 나아져야 할 테다. 그래서 비전을 앞세우고 목표를 높게 둔다. 매출을 늘리고 덩치를 키우는 데 힘을 쏟느라, 회사는 점점 무리수를 둔다.

셋째 단계는 ‘위험을 받아들이지 않는 시기’다. 쌓여왔던 문제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돈은 생각처럼 돌지 않아 주머니가 비어간다. 판매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뭔가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아야 할 테다. 그럼에도 임직원들은 상황 탓만 한다. 시장 상황이 나빠서, 불경기라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이때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매달리기도 한다. 인원을 떨구고 비용을 줄인다며 법석을 떤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기업은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구조조정 자체가 엄청나게 품이 드는 작업인 탓이다. 직원들은 일할 의욕을 잃고 ‘사내 정치’에 매달린다. 윗사람 비위만 맞추려 애쓰는 ‘예스맨’도 당연히 많아진다.

넷째 단계는 ‘구원을 찾아 헤매는 시기’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기업은 어려움을 한번에 날려줄 인재를 찾아 헤맨다. 여기저기서 변화와 혁신을 외쳐댄다. 차분하게 성과를 쌓아가기보다는, 온갖 약속과 구호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위기를 이겨내자며 바깥에서 이름난 경영자를 모셔오기도 한다. 이들은 그동안 다져왔던 기업의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느라 힘을 쏟는다. 신제품을 정신없이 쏟아내기도 한다. 반짝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자꾸만 조급하게 판을 벌이는 탓이다. 그럴수록 기업이 지닌 힘은 점점 흩어진다. 한번 잘 해봐라는 식의 비웃음도 퍼져 나간다. 형편은 더욱 어려워지고, 다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분다. 이도 저도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다섯째 단계는 ‘기업의 생명이 끝나는 시기’다. 마침내 기업에 돈을 빌려 준 이들이 팔을 걷어붙인다. 떼인 돈을 받기 위해서다. 회사 책임자도 그들이 세운다. 새로운 CEO는 가차 없이 군살을 도려낸다. 기업을 키우기보다는 손해를 줄이는 데 열심이다. 기업의 덩치도 아담하게 줄어든다. 잘하면 다시 일으켜 세울 만하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기업을 사들이겠다고 나선다. 이때 회사는 더 많은 돈을 주고 사겠다는 이에게 팔린다. 불려왔던 CEO는 많은 돈을 거머쥐고 회사를 떠난다. 이른바 ‘구조조정 전문 CEO’인 셈이다.

물론, 모든 기업이 이 다섯 단계를 밟지는 않는다.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회사들도 많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더 강해지는 기업은 무엇이 다를까? 짐 콜린스는 이렇게 말한다. “병의 초기 단계에서는 진단이 어렵다. 그러나 치료는 쉽다. 반면 말기에는 진단은 쉽다. 그러나 치료는 어렵다.”

성공이 당연해진 순간에 위기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뛰어난 기업은 행운에 기대지 않는다. 끊임없이 최악을 떠올리며 미래를 준비한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최선을 다하며, 좋은 인재를 모으는 데 힘을 기울인다.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다툼이 마침내 일단락되었다. 짐 콜린스에 따르면, 위대한 기업은 짧은 시간에 수익을 많이 올리는 데 매달리지 않는다. 오히려 꾸준하게 체질을 바꾸어 근본 가치를 높이는 데 노력을 쏟는다. 아무쪼록, 과거 우리 경제의 영웅이던 현대건설이 훌륭하게 다시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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