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아무개씨가 지난달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중 질문을 하려는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 장치)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아무개(56)씨에 대해 애초 구속영장에 적시한 살인이 아니라 강도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금전 취득 목적이 드러난 첫번째 살인과 달리 두번째 살인은 강씨의 진술과 다르게 돈을 빌린 정황 등이 명확하지 않아 경찰은 범행 동기 확인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중이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강씨가 지난달 26일 40대 여성 ㄱ씨를 살해한 혐의에 대한 죄명을 강도살인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ㄱ씨가 숨진 뒤인 지난달 27일 강씨가 ㄱ씨의 신용카드로 스마트폰 4대를 596만원에 산 뒤 되팔아 현금 480만원을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 또 강씨가 ㄱ씨에게 돈을 빌리려다 거절당하자 살해했다고 한 진술도 확보했다. 살인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강도살인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이 더 무겁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50대 여성 ㄴ씨에 대한 강씨의 범행 경위와 동기는 추가 확인 중이다. 강씨는 ㄴ씨에게 진 빚 2천만원을 갚는 문제로 다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강씨가 진 빚을 입증할 증거가 나오지 않는 등의 이유로 진술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강씨의 주변 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는 등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강씨가 첫번째 범행 당일 집 근처 철물점에서 공업용 절단기를 사고, 곧 마트에서 흉기도 구입한 사실도 확인 돼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에도 무게들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주 초 강씨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은 강씨의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심의위원은 경찰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4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한편, 이날 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소재 불명 집중 검거 및 고위험군 일제점검 계획’ 공문을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에 보냈다고 밝혔다. 강씨 사건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신상정보 등록 결정이 난 성범죄 전과자는 관할 경찰서에 자신의 주거지 및 개인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거주지를 옮긴 뒤 신고하지 않거나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숨는 등의 이유로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성범죄 전과자가 지난 7월 기준 11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신상등록대상자는 지난해 기준 8만939명이다. 소재가 불확실한 119명 중 46명(38.7%)은 서울·수도권에 주거지를 신고했다. 그동안 경찰은 이들에 대해 연 2회 집중 검거 기간을 운영해왔으나, 2021년 하반기는 강씨 사건을 계기로 검거 시기를 앞당기고 경찰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장예지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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