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과 관련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 민간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로 9월 23일 오후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성남/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경찰이 그동안 입건 전 조사(내사)하던 화천대유 자금 흐름 및 관련자 조사를 경기남부청으로 넘기기로 하면서 내사로 진행되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조사가 수사로 전환됐다. 경찰은 관련 사건들을 대장동 관할 지역인 경기남부청으로 모두 넘기는 한편, 서울경찰청 범죄수익추적팀을 파견하는 등 사실상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2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시민단체에서 고발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곽상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원 수수 의혹 등 2건을 경기남부청에서 수사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벌어진 장소, 법인 및 주요 관계자의 주소지가 (경기 성남시에) 있기 때문에 경기남부청에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조사하고 있는 화천대유 자금 흐름과 관련된 사건도 고발 건과 관련된 만큼 경기남부청으로 보내기로 했다. 경찰은 수사 연속성을 위해 용산경찰서 지능팀 7명과 서울경찰청 범죄수익추적팀 4명을 경기남부청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용산경찰서가 조사 일정을 조율중인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1호’ 이사 이아무개씨 역시 경기남부청에서 조사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씨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가 17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이화영 대표는 2018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내는 등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접점이 있다. 이에 국민의힘 등은 이씨 이력을 들어 화천대유와 이 지사 관계를 부각하고 있다. <한겨레>는 이씨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다만 이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화영 대표와)마지막으로 만난 건 10년 전”, “나는 대장동 사업이 마무리되던 시점인 2019년에 화천대유에 합류해 사업에 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화천대유 쪽은 “이한성 이사는 김만배 회장의 성균관대 선배 관계이다. 이화영 의원 보과관으로 근무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15년 전 일”이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화천대유 대표 이성문씨에 이어 지난 27일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를 불러 화천대유와 회사 관계자들 사이의 채권·채무 관계를 조사했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1호 감사보고서를 보면, 김씨는 이씨가 이사로 있는 천화동인 1호로부터 473억원을 빌렸고 현재까지 상환하지 않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김씨를 불러 빌린 돈의 사용처와 돈을 갚지 않은 경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도 의심되는 자금 거래 내역에 대해 따져물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화천대유 쪽은 “대장동 개발부지에 묘지 280기, 임차인 100여명 등 토지수용절차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화천대유가 직접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없어 화천대유·천화동인에서 돈을 빌려 이를 해결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토지수용에 동의하지 않거나 보상 수준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에게 김씨가 회사에서 빌린 돈으로 따로 추가적인 보상을 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개발 과정에서 시행사 관계자들이 가져다 쓰는 장·단기 대여금은 종종 횡령 사건 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경찰은 이들 3명의 진술과 회사 회계내역 등 자금 흐름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 천화동인 1호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한 회계사는 “(화천대유 대주주)김씨가 천화동인 1호에서 473억원을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가져갔는데 최대주주가 절차 없이 자금을 가져가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회사로부터 거액을 빌리는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며 경찰에 통보했고 이후 경찰은 내사를 진행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천화동인 역시 금융정보분석원에서 넘어온 자료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빈 김윤주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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