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과 관련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 민간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로 9월 23일 오후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성남/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기소를 앞두고 공소장 구성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앞서 법원이 ‘범죄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번 주 유 전 본부장을 먼저 기소할 수밖에 없는 검찰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체포돼 3일 구속된 유 전 본부장의 구속 기간은 오는 20일까지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이때까지 일단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해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범죄 사실은 2013년 위례 개발 사업 당시 받은 3억원과 김만배씨로부터 받았다는 현금 5억원(뇌물수수 혐의), 시행사 화천대유에 개발 이익을 몰아줘 성남시에 최소 1100억원+알파 손해(배임 혐의) 등이다.
그런데 법원이 지난 14일 유 전 본부장과 공범 관계로 묶어 검찰이 청구한 김씨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은 기소까지 남은 최대 사흘 동안 핵심 물증인 녹취록 내용을 뒷받침할 추가 증거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우선 재판에 넘긴 뒤 추가 수사를 통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공소장 변경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을 갖는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다소 제한적이다.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최초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 혐의를 추가하려면 공소장 변경이 아닌 별도 추가 기소를 하고 재판부에 사건 병합을 요청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별건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일단 수사팀은 지난 15일 압수한 유 전 본부장의 옛 휴대전화에서 수사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압수수색 전 이 휴대전화를 지인 집에 숨겨 놨다. 검찰이 대장동 사업 관련 핵심 인물들과 나눈 대화나 메시지 등 증거 등을 찾기 위한 디지털 포렌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건 핵심 인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가 18일 오전 5시께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것도 궁지에 몰린 검찰 수사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남 변호사는 16일(현지시간) 밤 10시께 미국 로스앤젤레스 톰브래들리 국제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취재진에게 “죄송하다. 모든 것은 들어가서 검찰에서 소상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귀국하는 즉시 신병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입국 시 통보’를 요청한 상태다. 남 변호사가 귀국 전 검찰과 조사 일정을 사전 조율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검찰이 체포영장을 받아 인천공항에서 바로 남 변호사를 체포해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남 변호사가 귀국 뒤 한국에 두고 간 관련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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