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 장관. 이종찬 기자
“반대하는 경제관료 인사조처 건의할 것” 밝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최근 법무부 공식회의 자리에서 이자제한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이 법에 반대하는 경제관료의 인사문제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민층 보호를 내세워 이자제한법 부활을 추진하는 법무부와, 시장논리를 앞세워 제동을 거는 경제부처 사이에 논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천 장관은 지난 7일 열린 법무부 실·국장회의에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의 이자제한법 반대를 강하게 비판하며 “정치인 장관으로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할 것이니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법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참석자들이 13일 전했다. 천 장관은 특히 경제부처가 이자제한법을 끝까지 반대한다면, 해당 부처 고위 관료의 인사조처를 건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천 장관은 이 회의에서 “이자제한법은 시장논리가 아니라 범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밀수도 시장논리로 하면 처벌하지 말아야 하지만 형법상 범죄로 규정하는 것처럼 부당한 이자도 범죄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칼을 뺏으니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법무부의 모든 지혜를 모아 철저히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천 장관은 폭리를 취하는 불법 금융업체를 철저히 단속할 것도 함께 지시했다.
법무부는 지난 4일 서민법제 개선책의 하나로 최고 이자율을 연 40%의 범위로 제한하는 내용의 이자제한법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이자제한법은 1962년 도입됐으나 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고금리 정책에 따라 이듬해 폐지됐다. 법무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재경부 쪽은 법무부 발표 직후 자금시장을 왜곡하고 사채시장의 음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이자제한법 부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3월 법무부가 주관한 실무회의에서 이자제한법 부활이 불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법무부는 내부자료에서 “무제한의 이자계약은 경제적 강자에게 고금리를 보장하지만 경제적 약자에겐 고통과 폐해를 안겨주는 주요 원인”이라며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서민들의 사채이자 부담을 경감시키려면 이자율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천 장관의 발언을 두고 “경제부처가 법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논리를 잘 개발해서 관계부처를 설득하라는 지시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임석규 이순혁 기자 sky@hani.co.kr
법무부 관계자는 천 장관의 발언을 두고 “경제부처가 법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논리를 잘 개발해서 관계부처를 설득하라는 지시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임석규 이순혁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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