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건설 서로 오라가라해…임금 본사직원의 36%”
“뺑뺑이 단협·밑바닥 처우가 투쟁 불렀다”
경북 포항시내 포스코 본사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포항건설노조와 경찰의 대치가 17일로 5일째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경찰의 해산 시도에 맞서 ‘화염 쇠파이프’ 등으로 저항하며 농성을 이어갔다. 결속력이 약할 것으로 알려졌던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이 장기간 파업에 이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찰 진입작전 무산=경찰은 16일 밤 11시부터 3시간 동안 농성장 진입작전을 펼쳤으나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 경찰은 계단을 통해 5층진입을 시도, 4층과 5층 사이에 쌓여있던 의자 100여개를 제거했으나 노동자들은 가스통에 호스와 쇠파이프를 연결, 불이 뿜어져 나오도록 한 방어장비로 경찰진입을 저지했으며 뜨거운 물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4명이 화상을 입자, 인명피해를 우려해 진입작전을 중단했다. 하지만 경찰은 17일 오후에도 병력을 투입해 계단 장애물 제거작전을 계속했다. 경찰관계자는 “일단 계단장애물을 제거해가며 상황을 봐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극한 투쟁 이유= 포항제철소 하청 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포항건설노조는 탄탄한 조직력으로 유명하다. 항시적인 고용불안이 오히려 결속력을 강화시켜왔으며, 현재의 강경 투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조직이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되리란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합 관계자들은 “포스코 쪽이 농성을 풀 명분을 주지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단체협상 때마다 사용자쪽인 전문건설업체는 상위 원청사인 포스코 건설에, 포스코 건설은 또 원청자인 포스코 핑계를 대고, 포스코는 다시 사용자인 전문건설업체와 얘기를 하라는 식으로 노조를 ‘뺑뺑이’시켜온 것이 극렬 투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비정규직 일용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한 원인이다. 포스코 본사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과 비교했을 때 복지수준 및 처우가 형편없다. 휴식공간은 물론, 직원식당과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어 바닥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때우고, 현장 부근에 설치된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임금수준도 포스코 직원 평균의 36%, 도시평균근로자 임금의 83% 수준인 연 1800여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노조쪽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포항시협의회 송무근 교육선전부장은 “우리 사회 고용구조의 가장 밑바닥에서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다 노조활동을 통해 자기 권리에 눈뜬 일용 노동자들의 불만이 장마철에 폭우 쏟아지듯 터져나온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포항/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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