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 인기검색어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지적은 날로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 함께하는 시민행동 www.action.or.kr)
재벌결혼 아나운서는 빼주고, 다른 사생활침해는 ‘자동완성’
포털 인기검색어 순위가 이상하다?
누리꾼들의 인터넷 ‘관심도’를 보여주는 인기검색어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인기검색어는 ‘정직한 인기순위’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손’이 적당히 주물러서 만들어낸 결과인가? 누리꾼들의 이용 결과를 보여주는 ‘자동 시스템’이냐, 아니면 포털이 자의적으로 편집한 결과를 ‘누리꾼 인기 검색순위’로 포장해서 발표하는 것인가?
재벌 손자와의 결혼 발표로 하루 아침에 인터넷 검색어 순위를 싹쓸이했던 한 인기 여자아나운서가 이튿날 갑자기 검색어 인기 순위에서 사라진 것을 두고, 이런 의혹이 본격화하고 있다.
포털의 인기검색어에 대한 누리꾼들의 ‘불신’은 진작부터 있어왔다. 지난 7월 25일에는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시민행동·action.or.kr)이 〈포털의 인기검색어, 과연 진짜 ‘인기’검색어인가〉라는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또 지난 7월31에는 포털에 컨텐츠를 납품하고 돈을 받지 못해 사이버시위를 하고 있는 CP업체의 사장이 포털쪽에서 ‘검색결과’와 ‘검색어 자동완성’을 조작해 문제 확산을 막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민행동쪽에서 공개한 보고서는 6월23부터 7월8일까지, 약 2주간에 걸쳐 하루에 2회(오전/오후) 네이버(www.naver.com) 엠파스(www.empas.com) 파란(www.paran.com) 3개의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메인 화면을 캡쳐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inni’는 “정보를 찾고자 하는 이용자들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반영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일부 포털에서 제공하는 인기검색어 목록의 경우, 작성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누군가에 의해 관심을 끌만하다고 판단된 이슈들은 다른 목록보다 굵은 글씨로 표시되어 있어 보다 선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왜 하루 아침에 인기검색어 순위에서 사라졌나” 누리꾼들 조작 의혹 제기
재벌가의 손자와 결혼을 발표한 한 인기 여자아나운서의 이른바 ‘엑스파일’논란은 ‘검색어 신뢰도’ 논란의 핵이다. 이 아나운서의 결혼 발표가 있던 지난 8일부터 인터넷 공간의 검색어들은 이 아나운서의 이름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화제가 된 뉴스인물의 개인적 신상에 대해 경쟁적으로 기사를 쏟아낸 언론들의 노력도 보태져 8일부터 10일까지 주요 포털의 인기검색어는 이 아나운서 세상이었다. ‘OOO’ ’ ‘OOO 결혼’ ‘OOO 동영상’ ‘OOO 쌩얼’ ‘OOO 데뷔’ ‘OOO 아나운서’… 등이 8일부터 10일까지의 인기 검색어 상위를 차지한 목록들이었다.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이 아나운서의 이름은 11일 오후 늦게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12일 13일에는 주요 포털에서 이 아나운서의 이름이 인기검색어 순위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누리꾼들은 하루 아침에 재벌 가문과 결혼한 한 여자 아나운서에 대한 관심을 ‘미련없이’ 접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데서 이번 논란이 비롯한다. 8일 결혼 발표 이후 3일간 인기검색어 ‘OOO’ 도배…11일 이후 ‘검색 순위’ 실종사건?
지난 11일 익명의 누리꾼에 의해 퍼져나가기 시작한 그 아나운서에 관한 이미지 파일이 발단이다. 이 아나운서가 한때 가까웠던 것으로 보이는 사람과 찍은 것으로 판단되는 ‘사적인 사진들’은 단번에 누리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늦게부터 대형포털들에 널렸던 그 사진과 한두 글자면 쳐도 ‘자동완성’ 기능으로 여러개의 유사 결과를 친절하게 안내해주던 포털에서 그 흔적을 찾을수가 없었다. 해당 아나운서의 검색 키워드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검색 순위’가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한 포털을 제외한 모든 포털에서 관련 정보에 대한 ‘검색어 자동완성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다. 포털 안에 둥지를 튼 블로그와 카페 등에 올라 있던 관련 게시물들도 빠른 속도로 삭제됐다. 갑작스런 삭제 통보에 누리꾼들의 불만은 커져갔다. 블로거 ‘하민혁’은 내가 쓴 게시물을 내가 수정도 할 수 없이 막아버리고 오직 삭제 버튼만 남겨둔다니, 이래도 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횡포에 가까운 오버고, 부당한 조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블로거 ‘누리인장’은 “○○○ 아나운서와 관련된 이야기가 검색이 많이 되고 있다면 ‘○○○’으로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어야 하는 것은 포털의 검색원리상 당연한 것이겠는데, 실제 ‘○○○’으로 검색을 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 관련된 검색결과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꾸준히 편집되고 유지되어 오던 죽은 검색결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인 사생활 보호의 측면에서 포털의 행동은 정당했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블로거 ‘Xeno@log’ 는 “삭제하는 포털보다 금세 다시 사진을 올리는 네티즌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생활 침해 컨텐츠 방조하다가 유독 이번에만 긴급한 대처”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김영홍 정보인권 국장은 “이번 사건은 포털의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인 인기검색어의 선정 기준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물론 프라이버시 영역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디까지가 프라이버시인지 내부적인 기준만 있고 외부에 공개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버젓이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는 컨텐츠들이 포털에서 돌아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처럼 긴급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 않는 상황은 누리꾼들의 의구심을 살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의 한 대형포털의 관계자는 “인기 검색어의 경우 ‘섹스’, ‘포르노’등의 음란성 키워드와 이번 사건처럼 사생활 보호를 위해 1차적으로 ‘필터링’이 된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아나운서 쪽이 직접 요청을 해와서 작업을 했으며 누리꾼들이 주장하는 ‘음모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누가 인기검색어를 최종적으로 필터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회사 내부 규정상 말할 수 없고, 담당자가 있다”고만 대답했다.
재벌과 결혼한 ‘OOO’은 “사생활 보호”위해 검색어 ‘필터링’
‘연예인 성매매’ 검색어는 ‘자동완성’시켜 보여주는 친절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불량게시물을 인터넷을 통해 여과없이 유포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할 일이다. 더구나 포털과 같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몇 차례의 연예인 사생활 비디오 노출과 엑스파일 사건에서 보듯, 당사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 개인의 사생활과 명예는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사생활 보호의 기준과 대상이 ‘내맘대로’ 이거나 ‘보이지 않는 손’의 거대한 압력에 의해서라면? 포털이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필터링을 한다고 내세우지만, 그동안 포털의 인기 검색어 순위나 검색 결과로 나타나는 콘텐츠를 보면 포털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네이버에서 검색어로 ‘연예인’을 치면 ‘연예인굴욕’, ‘연예인성매매’등 연예인들이 피하고 싶어할 만한 컨텐츠를 안내하는 ‘자동완성기능’이 작동한다. 또한 최근 인기 급상승중인 탤런트 김옥빈의 경우에도 ‘김옥빈 망언’,‘김옥빈 동생싸이’, ‘김옥빈 가족’ 등 본인이 민감하게 생각할 만한 정보를 ‘안내’하는 자동완성기능이 작동한다. 김옥빈의 소속사인 ‘택시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상 안좋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검색어들이 인기순위로 올라가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서 보고만 있었다”며 “○○○아나운서가 본인 요청으로 그러한 것들이 수정이 되었다면 우리도 포털측에 수정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OOO 아나운서’가 인기 검색어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진 데 대해서 누리꾼들이 형평성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는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왜 하루 아침에 인기검색어 순위에서 사라졌나” 누리꾼들 조작 의혹 제기
한 포털의 아나운서 ‘○○○’ 검색어 인기순위 추이. (13일 현재). 3~5위에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인기검색어 순위에서는 해당일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재벌가의 손자와 결혼을 발표한 한 인기 여자아나운서의 이른바 ‘엑스파일’논란은 ‘검색어 신뢰도’ 논란의 핵이다. 이 아나운서의 결혼 발표가 있던 지난 8일부터 인터넷 공간의 검색어들은 이 아나운서의 이름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화제가 된 뉴스인물의 개인적 신상에 대해 경쟁적으로 기사를 쏟아낸 언론들의 노력도 보태져 8일부터 10일까지 주요 포털의 인기검색어는 이 아나운서 세상이었다. ‘OOO’ ’ ‘OOO 결혼’ ‘OOO 동영상’ ‘OOO 쌩얼’ ‘OOO 데뷔’ ‘OOO 아나운서’… 등이 8일부터 10일까지의 인기 검색어 상위를 차지한 목록들이었다.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이 아나운서의 이름은 11일 오후 늦게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12일 13일에는 주요 포털에서 이 아나운서의 이름이 인기검색어 순위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누리꾼들은 하루 아침에 재벌 가문과 결혼한 한 여자 아나운서에 대한 관심을 ‘미련없이’ 접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데서 이번 논란이 비롯한다. 8일 결혼 발표 이후 3일간 인기검색어 ‘OOO’ 도배…11일 이후 ‘검색 순위’ 실종사건?
네이버에서 ‘연예인’을 치면 ‘연예인굴욕’, ‘연예인성매매’등 연예인들이 피하고 싶어할 만한 컨텐츠를 안내하는 ‘자동완성기능’이 작동한다.
지난 11일 익명의 누리꾼에 의해 퍼져나가기 시작한 그 아나운서에 관한 이미지 파일이 발단이다. 이 아나운서가 한때 가까웠던 것으로 보이는 사람과 찍은 것으로 판단되는 ‘사적인 사진들’은 단번에 누리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늦게부터 대형포털들에 널렸던 그 사진과 한두 글자면 쳐도 ‘자동완성’ 기능으로 여러개의 유사 결과를 친절하게 안내해주던 포털에서 그 흔적을 찾을수가 없었다. 해당 아나운서의 검색 키워드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검색 순위’가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한 포털을 제외한 모든 포털에서 관련 정보에 대한 ‘검색어 자동완성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다. 포털 안에 둥지를 튼 블로그와 카페 등에 올라 있던 관련 게시물들도 빠른 속도로 삭제됐다. 갑작스런 삭제 통보에 누리꾼들의 불만은 커져갔다. 블로거 ‘하민혁’은 내가 쓴 게시물을 내가 수정도 할 수 없이 막아버리고 오직 삭제 버튼만 남겨둔다니, 이래도 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횡포에 가까운 오버고, 부당한 조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블로거 ‘누리인장’은 “○○○ 아나운서와 관련된 이야기가 검색이 많이 되고 있다면 ‘○○○’으로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어야 하는 것은 포털의 검색원리상 당연한 것이겠는데, 실제 ‘○○○’으로 검색을 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 관련된 검색결과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꾸준히 편집되고 유지되어 오던 죽은 검색결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인 사생활 보호의 측면에서 포털의 행동은 정당했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블로거 ‘Xeno@log’ 는 “삭제하는 포털보다 금세 다시 사진을 올리는 네티즌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생활 침해 컨텐츠 방조하다가 유독 이번에만 긴급한 대처”
한 포탈의 13일자 인기검색어 순위 ‘
‘연예인 성매매’ 검색어는 ‘자동완성’시켜 보여주는 친절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불량게시물을 인터넷을 통해 여과없이 유포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할 일이다. 더구나 포털과 같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몇 차례의 연예인 사생활 비디오 노출과 엑스파일 사건에서 보듯, 당사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 개인의 사생활과 명예는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사생활 보호의 기준과 대상이 ‘내맘대로’ 이거나 ‘보이지 않는 손’의 거대한 압력에 의해서라면? 포털이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필터링을 한다고 내세우지만, 그동안 포털의 인기 검색어 순위나 검색 결과로 나타나는 콘텐츠를 보면 포털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네이버에서 검색어로 ‘연예인’을 치면 ‘연예인굴욕’, ‘연예인성매매’등 연예인들이 피하고 싶어할 만한 컨텐츠를 안내하는 ‘자동완성기능’이 작동한다. 또한 최근 인기 급상승중인 탤런트 김옥빈의 경우에도 ‘김옥빈 망언’,‘김옥빈 동생싸이’, ‘김옥빈 가족’ 등 본인이 민감하게 생각할 만한 정보를 ‘안내’하는 자동완성기능이 작동한다. 김옥빈의 소속사인 ‘택시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상 안좋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검색어들이 인기순위로 올라가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서 보고만 있었다”며 “○○○아나운서가 본인 요청으로 그러한 것들이 수정이 되었다면 우리도 포털측에 수정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OOO 아나운서’가 인기 검색어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진 데 대해서 누리꾼들이 형평성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는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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