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장, 부적절 처신 논란도…업무영역 확대는 호평
김승규 국정원장에 대한 국정원 내부 평가는 엇갈린다. 정보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함량미달 인사’라는 폄하와, 업무를 살뜰하게 챙겨 국정원 기능을 확대시켰다는 찬사가 교차한다.
그는 국정원 내부 조직을 추스른 점에선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김 원장이 청와대 월례보고를 상설화하는 등 업무 영역과 기능을 넓혔고, 국정원 수사권 폐지 논쟁도 잘 방어했다는 게 내부 평가”라며 “김 원장에 대한 원 내부의 분위기가 아주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의 국정원 개혁 추진 등 외부 공격에 맞서 김 원장이 조직의 이해관계를 그런대로 방어해줬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김 원장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김 원장보다 나을 것이란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최고 정보담당자로서의 자질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해왔다. 그는 북한 핵실험이 감행된 지난 10월9일 국회 정보위에서 전혀 다른 답변을 하다가, 청와대로부터 거꾸로 핵실험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국면에서 정보 부족에 허덕이던 국정원은 결국 김만복 1차장이 미국에 ‘정보협력’을 요청한 이후에야 정보 기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종교적 편향성을 문제삼는 얘기들도 있다. 그는 지난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당시 일부 종교계 인사들과 몽골, 중앙아시아 등지를 방문 중이었다. 당시 국정원 내부에선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원장이 한가하게 ‘선교여행’이나 하면 되느냐”는 소리가 나왔다. 국정원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김 원장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그 영향으로 인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당히 보수적 색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정보 최고책임자인 김 원장이 진퇴 논란의 와중에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한 점에 대해서도 원 내부에서는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매일매일 일정 자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들도 곤혹스럽다. 수사기관 책임자라면 몰라도 정보기관 책임자로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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