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9일 오후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를 받으러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들어서는 순간 유리문에 비친 김 회장의 모습이 일그러져 보이고 있다. 대기업 총수가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재벌 회장 사상첫 폭력혐의 경찰조사
‘청계산 납치’ 가담여부 싸고 ‘팽팽’
종업원 유리벽 너머 “때린 사람 맞다”
한화 ‘김회장 인간적 면모’ 홍보자료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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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보복폭행 사건의 피의자로 나온 29일, 경찰은 처음 경험하는 큰일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김 회장은 9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으며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 북창동 ㅅ클럽 종업원과의 대질심문도 거부했다.
출두=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40분께부터 장희곤 서장의 지휘로 400여명의 경찰을 경찰서 앞에 배치하며 김 회장의 출석에 대비했다. 포토라인 주변에는 도착 1시간 전부터 100여명의 취재·카메라 기자가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3시45분께 김 회장을 태우고 종로구 가회동 김 회장의 집을 떠난 검은색 벤츠 차량은 비상등을 켠 채 빠른 속도로 달렸다. 차는 광화문과 남대문에서 신호등에 걸리기도 했지만 10분 만인 3시55분께 남대문경찰서에 도착했다.
감색 양복에 파란 넥타이 차림으로 경찰서에 나타난 김 회장의 얼굴은 창백했고, 긴장한 표정이었다. 김 회장은 사진 취재를 위해 보도진 앞에 잠깐 멈춰서 “개인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지만, “직접 폭행한 사실이 있느냐”는 물음에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계산에 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김 회장은 이어 비서, 변호사 등과 함께 조사를 맡은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의 안내를 받으며 곧장 1층 폭력팀 안의 진술녹화실로 향했다.
조사=김 회장은 조사 과정이 모두 동영상으로 녹화되는 진술녹화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진술녹화실은 방음시설이 돼 있으며, 내부를 찍는 카메라 두 대가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한 대는 피의자 얼굴을 클로즈업해 표정을 살필 수 있다. 조사실에선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
조사는 한화그룹 쪽 변호사 한 명이 입회한 가운데, 강대원 수사과장, 이진영 강력2팀장, 광역수사대 수사관이 진행했다. 애초 한화 쪽은 변호사 3명을 대동하려 했지만 경찰이 한 명으로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수사과장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으로 있던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을 처리했다. 경찰은 밤 11시 “김 회장이 종업원과의 대질심문을 거부했다”고 밝혔지만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애초 보복을 두려워해 대질심문을 거부한 것은 종업원 쪽이었다. 대질심문을 위해 나온 종업원은 유리벽 사이로 김 회장의 얼굴을 보고 자기를 때린 사람이 맞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회장은 계속해서 주요 혐의를 부인하다 30일 새벽 1시께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한화 표정=일요일인데도 한화 본사 25층 법무팀과 홍보팀은 직원 대부분이 출근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김 회장의 출두 때 포토라인 설정 등을 의논하고 취재진에 대응하기 위해 두 팀의 직원들은 아예 낮부터 남대문경찰서로 대거 이동해 근무했다.
또 그룹 홍보실은 이날 낮 언론사들에 ‘김승연 회장의 인간적 면모’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는 김 회장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게 친필 연하장을 보내고,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김인식 감독이 몸이 아플 때도 그의 감독직을 유지시키며 ‘신의’를 지켰다는 등의 사례를 들며 인간적 모습을 부각시켰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자식사랑’이란 항목에선 “외환위기 때 기업 경영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차를 타고 가며, 자식들이 보고 싶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이런 김 회장의 부정은 이 시대 사라진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화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원형 정옥재 김영희 기자 circle@hani.co.kr
최원형 정옥재 김영희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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