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에서는 사업을 주도한 대지주들이 1천번이 넘는 설명회를 통해 주민 설득에 나섰다. 고층 빌딩으로 가득 찬 개발 후 모습. 한국도시연구소 제공
서울은 개발중…
‘제2 용산’ 곳곳에 ④ 외국에서는
‘제2 용산’ 곳곳에 ④ 외국에서는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잔인하게 강제 철거를 집행하는 나라로 꼽힌다. 유엔은 1995년 “대책 없는 강제퇴거를 금지하라”는 권고 의견서를 냈지만, ‘용산 참사’에서 드러나듯 비인도적 강제 철거 관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보다 경제력이 뒤지는 타이 등도 합리적이고 인도적인 재개발·이주 정책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17년간 주민설명회 1천번 열어
■ 일본 도쿄 도심에 세워진 롯폰기힐스(11만㎡·3만3천평)는 지방자치단체, 민간사업자, 지역주민 등이 끈기있게 머리를 맞대고 추진한 개발 사례로 꼽힌다. 도쿄도가 롯본기 6초메(6가)를 재개발 유도지구로 지정한 것은 1986년. 사업 추진을 위해 모리빌딩, 티브이(TV)아사히 등 대형 지주들이 주민들 집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안내문을 건네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첫 반응은 싸늘했다. 모리빌딩은 평일에 만나기 힘든 주민들은 주말에, 낮에 만나기 힘들면 밤에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관련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2주에 한 차례씩 <재개발회보>를 발행해 집집마다 직접 전달했다. 주민들은 대형 지주와 동등한 조합원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식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1998년 재개발조합 설립 신청서를 도쿄도에 접수했다.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지 12년 만이었다. 가입률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인원인 ‘토지 소유자의 3분의 2’를 훨씬 웃도는 90%를 기록했다. 그러나 도쿄도는 “가입률을 좀 더 높이라”며 조합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미가입 30여 가구를 소홀히 보지 않은 것이다. 조합이 가입률을 93%까지 끌어올리자 도쿄도는 신청 8개월 만에 인가를 내줬다. 사업은 2003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첫 시작부터 완공까지 17년 동안 1천건 이상의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완공 이후 롯본기힐스는 모리타워를 중심으로 티브이아사히 본사, 도쿄그랜드하얏트호텔, 복합 영화상영관(도호영화사 롯폰기힐스), 야외이벤트공간(롯폰기힐스 아레나), 주거공간(롯폰기힐스 레지던스, 게이트타워 레지던스 등) 등이 빼곡이 들어선 도쿄의 랜드마크로 성장했다. 임대기간 끝날때까지 유보
■ 영국 영국은 우리처럼 기존 건물을 모두 부순 뒤 새로 짓는 식의 개발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오래된 건물들을 조금씩 개조해 사용하고, 꼭 필요한 시설만 새로 짓는다. 이런 재개발 지역을 ‘도시재생지구’(Renewal Areas)라고 한다.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려면 불량주택이 75% 이상이어야 하고, 30% 이상의 가구가 공공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 사업은 지방정부의 주택부(Housing service)나 환경건강부(Environmental health service)가 담당하는 게 원칙이다. 이런 방식 덕분에 주민들이 개발 사업으로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일은 거의 없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council housing)이 낡아 철거할 때도 있다. 그럴 때에도 지자체는 임대 기간이 끝날 때까지 철거를 유보한다. 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빈민들에게 재정착 자금 대출
■ 타이 타이에는 주택청이 기금을 투자해 만든 지역조직발전기구(Community Organizations Development Institute)가 활동 중이다. 이 기구는 철거 위협에 직면해 있는 슬럼 지역 주민들에게 돈을 빌려줘, 철거민 스스로 재정착지를 구해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게 돕는다. 주민들은 돈을 빌리기 위해 일종의 ‘마이크로 금융(micro credit)’인 자체 금융조직을 만들어 일정 기간 실적을 쌓는다. 주민들이 요건을 갖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지역조직발전기구에서는 주민 개인이 아닌 전체 조직에 돈을 빌려준다.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지역사회 전문가와 행정지원 그룹도 결합시킨다. 2004년 말 현재 300개 도시의 주민 825만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끝> 길윤형 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 일본 도쿄 도심에 세워진 롯폰기힐스(11만㎡·3만3천평)는 지방자치단체, 민간사업자, 지역주민 등이 끈기있게 머리를 맞대고 추진한 개발 사례로 꼽힌다. 도쿄도가 롯본기 6초메(6가)를 재개발 유도지구로 지정한 것은 1986년. 사업 추진을 위해 모리빌딩, 티브이(TV)아사히 등 대형 지주들이 주민들 집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안내문을 건네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첫 반응은 싸늘했다. 모리빌딩은 평일에 만나기 힘든 주민들은 주말에, 낮에 만나기 힘들면 밤에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관련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2주에 한 차례씩 <재개발회보>를 발행해 집집마다 직접 전달했다. 주민들은 대형 지주와 동등한 조합원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식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1998년 재개발조합 설립 신청서를 도쿄도에 접수했다.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지 12년 만이었다. 가입률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인원인 ‘토지 소유자의 3분의 2’를 훨씬 웃도는 90%를 기록했다. 그러나 도쿄도는 “가입률을 좀 더 높이라”며 조합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미가입 30여 가구를 소홀히 보지 않은 것이다. 조합이 가입률을 93%까지 끌어올리자 도쿄도는 신청 8개월 만에 인가를 내줬다. 사업은 2003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첫 시작부터 완공까지 17년 동안 1천건 이상의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완공 이후 롯본기힐스는 모리타워를 중심으로 티브이아사히 본사, 도쿄그랜드하얏트호텔, 복합 영화상영관(도호영화사 롯폰기힐스), 야외이벤트공간(롯폰기힐스 아레나), 주거공간(롯폰기힐스 레지던스, 게이트타워 레지던스 등) 등이 빼곡이 들어선 도쿄의 랜드마크로 성장했다. 임대기간 끝날때까지 유보
타이에서는 세입자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짓는다. 타이 끌동똥에이 슬럼지역. 한국도시연구소 제공
■ 타이 타이에는 주택청이 기금을 투자해 만든 지역조직발전기구(Community Organizations Development Institute)가 활동 중이다. 이 기구는 철거 위협에 직면해 있는 슬럼 지역 주민들에게 돈을 빌려줘, 철거민 스스로 재정착지를 구해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게 돕는다. 주민들은 돈을 빌리기 위해 일종의 ‘마이크로 금융(micro credit)’인 자체 금융조직을 만들어 일정 기간 실적을 쌓는다. 주민들이 요건을 갖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지역조직발전기구에서는 주민 개인이 아닌 전체 조직에 돈을 빌려준다.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지역사회 전문가와 행정지원 그룹도 결합시킨다. 2004년 말 현재 300개 도시의 주민 825만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끝> 길윤형 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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