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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내·딸 지적장애…어찌 편히 눈감을까”

등록 2009-02-26 17:56수정 2009-02-27 14:00

“아내·딸 지적장애…어찌 편히 눈감을까”
“아내·딸 지적장애…어찌 편히 눈감을까”
[나눔꽃 캠페인]
위암 4기 ‘6개월 시한부 삶’ 김씨
다섯식구 ‘보조금 90만원’ 생계 어려워
작년 12월 선고받고도 병원비 없어 퇴원
“투병생활 이을 돈 걱정에 눈앞이 캄캄”

지난해 12월 어느 날 새벽. 김아무개(62·광주시 북구 동림동·위 사진)씨는 복통으로 잠을 깼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이웃한테서 겨우 10만원을 꿔 형님(70)과 함께 병원에 들렀다. 이런저런 진찰을 끝낸 뒤, 웬일인지 담당 의사는 김씨를 밖으로 내보내고, 형님만 따로 불렀다. 불현듯 불안감이 일었다. 아니나 다를까? 병실 문을 나서고도 한참 주저하던 형님이 뱉은 첫마디가 “위암 4기란다”였다. 형님은 “의사가 칼 대면 죽는다. 항암치료만 좀 해 보자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남은 삶은 6개월이라고 하더라”는 등 형님의 말이 이어졌지만, 그저 귓전에 웅웅 울릴 뿐이었다. 김씨의 머릿속은 어느새 아이들 얼굴로 꽉 채워졌다. 아이들 때문에라도 더 살아야겠다, 충분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대한 병원비를 생각하면 입원 치료를 계속하는 것조차 걱정이었다. 가난하게 자라온 아이들에게 엄청난 빚마저 물려줄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두달여 치료 뒤, 김씨는 결국 지난 19일 퇴원했다. 이후 통원으로 항암 치료를 계속하고 있는데, 다행스러운 건 치료 결과가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언제 급속히 나빠질지 알 수 없는 터라 가슴 한구석이 늘 묵직하고 답답하다.

김씨는 가난한 집 출신에다 변변하게 배우지도 못한 터라,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 남의집살이와 막노동을 했다. 어른이 된 뒤에도 주로 공사판 품일(노가다)로 생활을 꾸렸다. 제대로 된 직업이 없어 결혼도 쉽지 않았다. 40대 초반에야 스무살 어린 여자를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아내는 지적장애인이었다. 삶은 고단함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는 게 기쁨이었다. 아이들은 그에게 삶의 유일한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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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쉰을 넘어서면서 노동 일도 쉽지 않게 되자 생활은 더 궁핍해졌다. 이젠 날품팔이조차 쉽지 않았다. 그나마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선정돼 정부에서 주는 매달 90만원의 보조금으로 생계를 잇는다. 지난해 8월엔 19평짜리 임대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동안 한푼 두푼 모아온 결과였다. 아파트로 이사온 날, 그는 기쁨에 겨워 아이들 몰래 울었다.

투병생활 이후 김씨는 좀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죽으면 아이들을 누가 돌볼까 하는 마음에서다. 아내(38)는 가정을 돌보기는커녕 자신조차 추스르기 어렵고, 고교 2학년인 큰딸(18) 역시 지적장애 2급이다. 막내(12·초등5)마저 심장병 수술을 받은데다, 지적장애 행동까지 나타나 최근 복지관의 도움으로 정밀검진을 받은 상태다. 요즘 사회복지관에 다니면서 한글 공부를 하는 막내는 “아빠가 별이 되면 다시는 보지 못한다”며 매일 빨리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김씨가 투병생활을 한 뒤로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둘째(14)가 실질적인 가장 구실을 하고 있다. 동생을 돌보거나 관리비를 내는 등 집안일을 두루 살피는 것이다. 둘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반장을 하고 졸업식 날에는 봉사상을 받는 등 김씨의 자랑이기도 하다. 학교 공부엔 취미가 없지만, 게임을 잘해 직접 프로그램도 만들 정도로 재주가 있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김씨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다짐한다. 그 때문에 의사를 만나면 “아이들이 불쌍하니까 제발 살려 달라”고 호소하기도 하지만 투병 생활을 이을 막대한 병원비를 생각하면 눈앞이 그저 캄캄할 뿐이다. 박금하 무진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우선 월드비전에서 항암치료비 400만원을 긴급 지원했지만, 이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세 아이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눈물만 떨어뜨렸다. 후원 문의:월드비전(02)784-2004.

광주/글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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