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로비’ 사건을 수사한 이인규 대검찰청 중수부장(가운데)과 수사팀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 기자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열 첨단수사과장, 우병수 중수1과장, 이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이석환 중수2과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검찰 “세무조사 무마 실패한 로비” 못박고
천신일만 불구속 기소 그쳐 ‘용두사미’
전 지검장 내사종결 ‘제식구 감싸기’ 지적
천신일만 불구속 기소 그쳐 ‘용두사미’
전 지검장 내사종결 ‘제식구 감싸기’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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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댈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위한 세무조사 및 수사 무마 로비에는 대통령의 최측근이 나서고 정권 최고 실세도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12일 용두사미에 그친 수사 결과를 내놨다. ‘실패한 로비’라며 일찌감치 선을 그었던 그대로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 과정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에 가깝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학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을 상대로 직접 로비에 나섰다. 당시 한 청장은 참여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약점 보완과 자리보전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대운하 전도사’로 불린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거액을 받고 대통령의 형이자 정권 최고 실세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게 여러 차례 전화 청탁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여기서 멈췄다. 검찰은 본인이 귀국하지 않으려 한다며 한 전 청장을 직접 조사하지 못하고 서면조사로 갈음했다. 이 의원이 실제로 로비나 그에 준하는 행동을 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로비가 통하지 않았다”는 추 전 비서관의 말을 근거로 “이 의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일찌감치 못박았다.
수사팀은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기간에 ‘세무조사 대책회의’가 10여 차례 열린 사실을 확인했다. 박 전 회장 쪽이 조직적이면서도 치밀하게 대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책회의에서는 천 회장,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그리고 박 전 회장 쪽 인사들이 세무조사 진행 상황을 논의하고 그에 맞춰 로비 전략을 세웠다. 실제 로비는 이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천 회장이 한 전 청장을 맡고, 김 전 청장이 세무조사 실무책임자들을 담당해 ‘동시다발’, ‘일대일’ 방식으로 로비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례적으로 국세청을 압수수색하고, 주요 간부들을 소환해 세무조사 결과를 축소·은폐했는지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고, 결과는 천 회장 한 명만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집중적 로비의 대상이었던 한 전 청장은 지난 3월 정·관계 로비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검찰은 “한 전 청장은 참고인으로, 서면조사로도 충분하다”며 끝내 소환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권력 봐주기”, “편파수사”라는 정치권의 비판에 스스로를 내맡긴 셈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한 전 청장이 ‘세무조사는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답했다”며 “세무조사 착수 배경은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세무조사와 관련해 충분히 진술을 들은 만큼 귀국한다 해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대검은 민주당이 고발한 2007년 대선 당시 천 회장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30억 특별당비 대납’ 의혹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겼다고 밝혔다. “대선자금 수사는 하지 않는다”고 밝힌 대로 이 부분은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천 회장 본인은 물론, 가족 및 회사 관계자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검찰이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했겠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 전 회장에게서 1만달러를 받은 민유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전주지검장)에 대해 내사종결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하지만 검찰은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고, 결과는 천 회장 한 명만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집중적 로비의 대상이었던 한 전 청장은 지난 3월 정·관계 로비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검찰은 “한 전 청장은 참고인으로, 서면조사로도 충분하다”며 끝내 소환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권력 봐주기”, “편파수사”라는 정치권의 비판에 스스로를 내맡긴 셈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한 전 청장이 ‘세무조사는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답했다”며 “세무조사 착수 배경은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세무조사와 관련해 충분히 진술을 들은 만큼 귀국한다 해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대검은 민주당이 고발한 2007년 대선 당시 천 회장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30억 특별당비 대납’ 의혹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겼다고 밝혔다. “대선자금 수사는 하지 않는다”고 밝힌 대로 이 부분은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천 회장 본인은 물론, 가족 및 회사 관계자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검찰이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했겠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 전 회장에게서 1만달러를 받은 민유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전주지검장)에 대해 내사종결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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