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의식 살아있어 연명치료 아니다”
폐렴 등으로 29일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현재 건강 상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세브란스병원 의료진 등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현재 산소포화도 등 건강지표가 정상 수치보다 다소 낮기는 하지만, 맥박·혈압 등 각종 신체활력수치들의 변화 폭이 줄어들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새벽 산소포화도와 혈압이 크게 떨어지는 등 한때 악화되기도 했으나, 일단 위급한 상황은 넘겼다는 뜻이다. 산소포화도는 뇌·심장 등 몸의 각 조직에 산소가 얼마나 공급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90% 이상이 정상이지만 김 전 대통령의 경우 이보다는 조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의 산소포화도와 혈압 등 건강지표는 확실하게 안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이날 오전부터는 위까지 연결된 관을 통해 영양 공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의견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매우 고령인데다가 폐렴에 인공 혈액투석까지 하고 있어 신체 기능이 계단을 내려가듯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령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폐렴을 이겨내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데다가 폐색전증이 생겼을 정도라면 당장 호흡곤란 상태에서는 회복이 되더라도 곧 또다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암 등에 걸린 다른 중환자들도 폐렴 등과 같은 합병증으로 숨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렴이 심해지면 호흡을 한다 해도 몸속 여러 조직에 충분한 산소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뇌 등 주요 장기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전 대통령은 몸속 피가 굳어 생긴 혈전이 폐의 주요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폐색전증까지 앓고 있어 더욱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폐색전증은 그 자체로 사망률이 10%나 되지만, 김 전 대통령의 경우 혈액투석을 하고 있어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약물치료를 강하게 할 수도 없는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 쪽은 김 전 대통령의 현재 상태가 더는 치료될 가능성이 없어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고 폐색전증이 생긴 뒤로 투여하는 약의 종류와 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김 전 대통령의 의식이 살아 있기 때문에 연명치료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금기창 세브란스병원 홍보실장은 “현재 모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폐렴과 그 합병증인 호흡곤란 증후군을 치료하고 있다”며 “연명치료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박수진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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