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누리꾼 분노 속 정치권 징역상한 폐지 나서
“외국보다 처벌 가벼워 법 고쳐 바로잡아야”
한편선 “현행법으로 가능…감형 제한 검토를”
“외국보다 처벌 가벼워 법 고쳐 바로잡아야”
한편선 “현행법으로 가능…감형 제한 검토를”
처벌수위 적절성 논란 ‘나영이(가명·8) 사건’의 피고인 조아무개(57)씨에게 법원이 징역 12년형을 선고한 것이 알려지면서 양형이 적절한지, 제도적 보완책으론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누리집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8살 여아를 잔혹하게 성폭행하고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힌 피고인을 영원히 격리시키지 않은 법원을 비난하는 여론이 쇄도하는 가운데, 여러 문제를 차분히 따져볼 때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 “너무 낮다”-“그렇지는 않다” 9월22일 방송 시사프로를 통해 ‘나영이 사건’이 알려진 뒤 누리꾼들의 분노는 폭발적이었다. 청와대와 법원 누리집 게시판은 “조씨를 극형에 처하라”는 항의성 글로 들끓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유기징역의 상한선을 15년으로 정한 형법 제42조의 폐기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정치권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는 “우리 법제도는 어린이 성폭력의 처벌 수위가 외국보다 낮은 편이어서, 입법을 통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조씨에게 선고된 징역 12년형과 전자발찌 7년 부착형은 일반적 양형 관행에 비춰 낮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두자릿수 징역형의 선고가 드문데다, 조씨의 나이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이 지난 7월 도입한 양형기준에 견줘봐도 조씨의 형량이 낮지는 않다. 이 기준은 13살 미만자에게 성폭력으로 부상을 입히면 기본 형량으로 징역 6~9년, 가중 처벌이 필요한 경우 징역 9~11년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빗발치는 비판 여론에, 법원과 검찰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미묘한 기류도 감지된다. 검찰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며,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 상태임을 인정해 조씨의 형량을 징역 12년으로 정한 것은 법원이라고 말한다. 반면 법원에선 검사가 항소를 포기하고 피고인인 조씨만 항소했기 때문에,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항소·상고심에서 청구인에게 불리하도록 판결을 변경할 수는 없다는 원칙)에 따라 형량을 올릴 수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 법 개정만이 해법?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은 법제도를 고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하지만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현행법으로도 엄중한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법 개정 우선론’에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형법의 강간상해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법정형량이다. 다른 죄를 함께 저질렀을 때에는 징역형도 22년6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한 형법학자는 “나영이 사건이 어린이 성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지만, 다른 범죄 처벌과의 균형 문제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정 범죄만 형량을 높이거나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감형을 해도 중형을 선고하도록 하한형을 올리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종합적인 성폭력 방지 대책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인권법)는 “성폭력 범죄는 재범 가능성이 높고 신고율은 낮기 때문에 높은 형량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범죄 유발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정신병리학적 접근 등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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