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민주당 ‘한상률 게이트 및 안원구 국세청 국장 구속 진상조사단’ 단장(맨 왼쪽)과 단원들이 26일 오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10억원 로비 의혹 진상을 조사하려고 국세청을 방문해 백용호 국세청장(오른쪽 둘째)을 면담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안원구 폭로 파문] 커지는 의문점
정두언 의원이 요구한 MB파일엔 뭐가 담겼나
정두언 의원이 요구한 MB파일엔 뭐가 담겼나
‘엠비(MB)파일’은 존재할까.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이 대통령과 관련한 국세청 자료를 달라고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폭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 의원이 원한 자료는 무엇인지,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봤다는 도곡동 땅 자료는 무엇인지, 왜 안 국장은 청와대 ‘윗선’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는지, ‘진실’은 얽히고설킨 사건의 실타래 그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정두언 의원이 원한 ‘엠비(MB)파일’은 뭘까 안 국장은 26일 민주당 의원들과 한 면담에서, 지난해 2월 한 전 청장과 서울 ㅅ호텔에서 만나 나눈 대화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정두언 의원이 한 전 청장에게 이 대통령 관련한 자료, 이른바 ‘엠비파일’을 요구했다는 게 안 국장이 한 전 청장한테서 들은 얘기였다고 한다. 한 전 청장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이 대통령 뒷조사를 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전임 전군표 국세청장이라고 정 의원에게 얘기했다. 정 의원의 말도 이와 일치한다. 정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 전 청장에게 ‘엠비파일’을 요구했으나 한 전 청장이 이를 거부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그 뒤로는 서로 더 이상 얘기가 없었다는 게 정 의원의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참여정부 시절 국세청은 ‘엠비파일’을 만들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선 뚜렷이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2007~2008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실소유 논란이 일었던 도곡동 땅과 관련한 자료를 봤다는 안 국장의 진술로 미루어볼 때, 조직적으로 파일을 만들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몇 가지 자료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 안 국장이 도곡동 땅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26일 안 국장을 만나고 돌아온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안 국장이 세무조사를 하다 도곡동 땅이 이 대통령 소유라는 사실이 적시된 문서가 복잡한 전표 형식 서류들 속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 국장은 당시 이 서류를 갖고 온 직원에게 “이는 포스코건설 세무조사와 별도의 사건이니 보안을 유지하라”고 말했고, 나중에 이 문건이 폐기된 것을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국장은 또한 누군가가 자신이 도곡동 땅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윗선’에 일러바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 국장은 포스코건설 세무조사가 끝난 한 달 뒤인 2008년 4월 대구지방국세청장에서 서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내려앉고 2009년 1월엔 본청으로 옮겨져 대기발령 상태에 놓인다. 중요정보 알았다면 안 국장은 왜 버림받았나 ■ 누가 안 국장에게 전방위 사퇴 압박을 가했나 하지만 의문점은 또 남는다. 안 국장은 2008년 1월과 3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찾아가 한상률 전 청장의 유임을 위해 로비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 전 청장이 자신을 도와준 안 국장을 좌천시켰다는 얘기인데, 왜 ‘팽’했는지가 불투명하다. 안 국장이 도곡동 땅 같은 중차대한 비밀을 알고 있다면 오히려 그가 입을 열지 않도록 대접을 잘해주며 ‘관리’할 필요가 있었을 텐데, 거꾸로 왜 ‘탄압’했는지도 의문이다. 민주당이 안원구 국장으로부터 받아 지난 25일 공개한 녹취록은 국세청 직원들과 사업가 친구의 입을 통해 ‘윗선’ 누군가가 안 국장의 사퇴를 강력히 원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7월21일치 녹취록을 보면, 임성균 국세청 감사관(현 광주지방국세청장)은 안 국장에게 “명퇴를 하면 외부기관에 시이오(CEO) 자리를 주는 것으로 의견이 집약되고 있다”, “만약 (국세청을) 안 나가시면 그 부분은 지금까지 해오던 그런 조치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한다. 임 감사관은 이런 일들을 결정한 주체로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 전체”라고 말하고 “이에 대해 책임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안 국장이 재차 묻자 임 감사관은 “장관급이나 고위층”, “하여튼 책임 있는 분들”이라고 덧붙인다. 이 말대로라면 청와대가 국세청 국장급의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며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안 국장이 꼭 현직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녹취록은 서울청 조사4국에서, 사업하는 안 국장의 친구를 불러 “안 국장이 자신의 인사 문제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고 설득하라”는 말을 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안 국장의 인사를 둘러싼 배경이 얼마나 민감한 내용이었기에 이처럼 친구까지 동원해 압박해야 했던 걸까. 과연 검찰 수사가 이런 의혹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의심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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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두언 의원이 원한 ‘엠비(MB)파일’은 뭘까 안 국장은 26일 민주당 의원들과 한 면담에서, 지난해 2월 한 전 청장과 서울 ㅅ호텔에서 만나 나눈 대화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정두언 의원이 한 전 청장에게 이 대통령 관련한 자료, 이른바 ‘엠비파일’을 요구했다는 게 안 국장이 한 전 청장한테서 들은 얘기였다고 한다. 한 전 청장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이 대통령 뒷조사를 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전임 전군표 국세청장이라고 정 의원에게 얘기했다. 정 의원의 말도 이와 일치한다. 정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 전 청장에게 ‘엠비파일’을 요구했으나 한 전 청장이 이를 거부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그 뒤로는 서로 더 이상 얘기가 없었다는 게 정 의원의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참여정부 시절 국세청은 ‘엠비파일’을 만들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선 뚜렷이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2007~2008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실소유 논란이 일었던 도곡동 땅과 관련한 자료를 봤다는 안 국장의 진술로 미루어볼 때, 조직적으로 파일을 만들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몇 가지 자료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 안 국장이 도곡동 땅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26일 안 국장을 만나고 돌아온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안 국장이 세무조사를 하다 도곡동 땅이 이 대통령 소유라는 사실이 적시된 문서가 복잡한 전표 형식 서류들 속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 국장은 당시 이 서류를 갖고 온 직원에게 “이는 포스코건설 세무조사와 별도의 사건이니 보안을 유지하라”고 말했고, 나중에 이 문건이 폐기된 것을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국장은 또한 누군가가 자신이 도곡동 땅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윗선’에 일러바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 국장은 포스코건설 세무조사가 끝난 한 달 뒤인 2008년 4월 대구지방국세청장에서 서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내려앉고 2009년 1월엔 본청으로 옮겨져 대기발령 상태에 놓인다. 중요정보 알았다면 안 국장은 왜 버림받았나 ■ 누가 안 국장에게 전방위 사퇴 압박을 가했나 하지만 의문점은 또 남는다. 안 국장은 2008년 1월과 3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찾아가 한상률 전 청장의 유임을 위해 로비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 전 청장이 자신을 도와준 안 국장을 좌천시켰다는 얘기인데, 왜 ‘팽’했는지가 불투명하다. 안 국장이 도곡동 땅 같은 중차대한 비밀을 알고 있다면 오히려 그가 입을 열지 않도록 대접을 잘해주며 ‘관리’할 필요가 있었을 텐데, 거꾸로 왜 ‘탄압’했는지도 의문이다. 민주당이 안원구 국장으로부터 받아 지난 25일 공개한 녹취록은 국세청 직원들과 사업가 친구의 입을 통해 ‘윗선’ 누군가가 안 국장의 사퇴를 강력히 원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7월21일치 녹취록을 보면, 임성균 국세청 감사관(현 광주지방국세청장)은 안 국장에게 “명퇴를 하면 외부기관에 시이오(CEO) 자리를 주는 것으로 의견이 집약되고 있다”, “만약 (국세청을) 안 나가시면 그 부분은 지금까지 해오던 그런 조치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한다. 임 감사관은 이런 일들을 결정한 주체로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 전체”라고 말하고 “이에 대해 책임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안 국장이 재차 묻자 임 감사관은 “장관급이나 고위층”, “하여튼 책임 있는 분들”이라고 덧붙인다. 이 말대로라면 청와대가 국세청 국장급의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며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안 국장이 꼭 현직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녹취록은 서울청 조사4국에서, 사업하는 안 국장의 친구를 불러 “안 국장이 자신의 인사 문제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고 설득하라”는 말을 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안 국장의 인사를 둘러싼 배경이 얼마나 민감한 내용이었기에 이처럼 친구까지 동원해 압박해야 했던 걸까. 과연 검찰 수사가 이런 의혹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의심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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