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때문에 생활고를 겪어온 마흔 살 주부가 세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16일 아침 6시30분께 경남 양산시 중부동 한 아파트 ㅂ씨 집의 방 안에서 ㅂ씨의 부인(40)과 큰딸(12), 둘째딸(8), 막내딸(7)이 함께 숨져 있는 것을 ㅂ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ㅂ씨 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였고, 큰딸은 안방 바닥에, 둘째딸과 막내딸은 매트리스 위에서 이불이 덮인 채 숨져 있었다.
ㅂ씨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새벽에 집에 왔는데, 식탁 위에 ‘방문 열지 말고 112에 신고 먼저 해. 미안해’라는 내용의 메모가 있어 잠긴 안방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보니 처자식 네 명이 모두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 말했다. 자녀의 공책 6장에 ㅂ씨 부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정신적·금전적으로 힘들다. 우리가 없어도 잘 살 것으로 믿는다. 이런 식의 결별이 예의가 아님을 안다”는 내용의 글이 담겨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생활고를 비관한 ㅂ씨 부인이 먼저 딸들을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중이다.
이들 부부는 카드빚 6000만원 때문에 2005년 이혼한 뒤에도 월세 아파트를 얻어 함께 살아왔지만,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ㅂ씨가 외환위기 무렵 빚을 내 주택을 샀다가 실직하는 바람에 빚이 늘어났으며, 그 뒤 직장을 다시 구했지만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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