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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병철은 식물대통령 아바타…두 사나이가 국민 비극 불러”

등록 2012-07-31 21:09수정 2012-08-01 09:25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현병철 연임 왜 문제인가
연쇄 인터뷰 ①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절정에 이르렀지만 청와대는 꿈쩍도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 현 위원장 연임 결정을 철회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직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 역사의 증인들을 연쇄적으로 만나 인터뷰한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현병철 현 인권위원장에 대해 “식물 대통령의 아바타일 뿐”이라며 “현 위원장의 임기는 많이 남아도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2월까지) 7개월”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 인권위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두 사나이의 확신이 국민의 비극을 불렀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현병철 위원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안 교수는 31일 서울의 자택 서재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밖에서는 (인권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데 지도자 혼자만 모른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선 한국의 인권위를 리비아나 시리아에 견줘 회자하고 있다”며 연임을 고집하는 이 대통령과 현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2006년 10월 제4대 인권위원장에 취임해 2009년 6월 퇴임한 안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될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수용할 수 있는 중도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았다. 진보적인 인권단체가 임명을 반대할 정도였다. 그가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위원장의 연임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MB는 국제사회 우려 고려 안해
좌파척결 현병철 포기 안할 것

북한인권 공론화 치적은 명분
중립성 잃고 인권에 정치색 강화
ICC의장국 준비안된 건 위원장뿐

안 교수는 또 “이 대통령은 현 위원장이 이른바 ‘좌파 척결’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이 대통령이 현 위원장의 연임 결정을 철회할 리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인수위 시절부터 이 대통령은 인권위를 없애려 했다”며 “처음부터 인권위를 정치적으로, 이른바 ‘좌파 세력’의 온상으로 생각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위원장이 청문회에서 ‘좌파 직원 리스트를 받았다’고 하던데, 지난해 인권위 직원들을 선별적으로 징계한 것도 결과적으론 시민단체 출신이거나 비판적 의견을 가진 직원들의 피해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안 교수가 보기에 청와대가 내세우는 ‘북한 인권 공론화’ 등은 명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인권위를 좌파 집단으로 보는 이 대통령의 관점이 현 위원장의 연임을 밀어붙이는 진짜 이유라는 것이다.

안 교수는 “이 대통령을 만나 인권위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당선 뒤 이 대통령은 인권위 업무보고를 한번도 받지 않았고, 나를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이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며 업무보고는 물론 특별보고를 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안 교수는 “2008년 촛불집회 때 경찰 진압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서를 제출하자 (이 대통령이) 완전히 마음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2009년 4월 이명박 정부는 인권위 정원 208명을 164명으로 감축하는 직제개편안을 시행했고, 안 교수는 자신의 임기 만료 직전 40여명의 직원이 퇴직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현 위원장이 치적으로 자랑하는 북한 인권 문제도 짚었다. 안 교수는 “재임 시절 북한 인권에 상당히 성의를 기울였고 중국 이외의 제3국에 체류하는 탈북자 및 여성 탈북자 등의 인권 개선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그러나 햇볕정책에 비판적인 언론 등을 통해 ‘북한 내 인권 침해를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만 부각됐다”고 말했다. “인권은 정치적인 중립과 동시에 정치권력으로부터도 독립적이어야 하는데, (현 위원장이 북한 인권을 통해) 인권에 정치색을 강화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현 위원장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국 출마를 포기한 것에 대해서도 에둘러 비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 위원장은 “인력과 예산의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의장국 불출마 이유를 댔지만, 안 교수는 “아마 준비가 안 된 것은 위원장 자신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재임중이던 2007년 3월 이미 아이시시 부의장에 선출됐고, 이를 바탕으로 의장국 수임을 준비하기 위해 당시 의장국을 맡고 있던 캐나다에 인권위 과장 한명을 파견한 상황이었다”고 안 교수는 밝혔다. 한국 인권위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높일 수 있는 모든 준비가 갖춰져 있었다는 뜻이다.

인터뷰 내내 안 교수는 팔짱을 끼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사퇴와 후임자 임명 과정을 회고하는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안 교수는 “이 대통령이 나를 ‘노무현의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아이시시 의장국을 수임할 수 있는 인지도와 지명도를 지닌 사람을 (새로) 임명하는 게 인권위를 위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이시시 의장국이 되도록 하는 데 자신이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당시 안 교수는 임기 종료 4개월여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이날 안 교수는 현 위원장 스스로 물러나라거나 이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진 않았다. 다만 “(사퇴 당시) 내가 물러날 테니 후임자를 제대로 임명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인데, (이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현병철이라는 이름은 너무 낯설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흘렀어도 그 이름은 안 교수에게 여전히 낯선 것처럼 보였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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