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공포탄 쏴도 무표정 마치 약을 한 환자 같았다”

추격전 택시기사 인터뷰

3일 0시께부터 임아무개(30) 순경을 태우고 주한미군이 탄 차량을 10여분간 쫓아간 택시기사 최아무개(38)씨는 “미군이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겁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최씨는 “당시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앞에서 차를 세우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가 우연히 사건을 목격했다”며 “외국인들이 모는 차가 경찰과 시민들을 차로 친 뒤 도주하는 것을 보고, 마침 근처를 지나던 임 순경을 태우고 뒤쫓아갔다”고 말했다.

특히 최씨는 임 순경과 주한미군 일행이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택시에서 내려 차에 다가가는 임 순경에게 그 사람들이 속도를 내서 달려들었어요. 임 순경이 차에 한번 무릎을 부딪힌 뒤 하늘을 향해 공포탄을 쐈는데, 그때 운전하는 미군 표정을 봤죠. 무표정하고, 겁도 안 먹은 것 같았고…. 마치 (마)약을 한 환자 같았어요.”

미군 차량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임 순경을 향해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며 돌진했고, 임 순경은 차량과 건물 벽 사이에 몸이 끼여버렸다고 최씨는 전했다. “차량이 매우 빠른 속도로 돌진하길래, 저는 그 경찰관이 죽는 줄 알았어요. 차에 부딪힐 때 ‘퍽퍽’ 하는 소리가 났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임 순경이 미군 차량의 바퀴를 향해 세 차례 실탄을 쐈고 주한미군이 탄 차량을 놓친 뒤에는 전화로 소속 파출소에 전화해 “놓쳐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최씨는 전했다. 이날 오전 병원에 입원한 임 순경은 다친 무릎 등에 깁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재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