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부터 3일 새벽 사이 주한미군 및 군무원 등 3명이 서울 도심에서 시민을 위협하는 난동을 부린 뒤 달아나 경찰이 실탄까지 발사하며 심야 추격전을 벌였다. 사진은 이태원 주변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에 녹화된 장면으로 경찰과 시민들이 미군이 탄 옵티마 차량(왼쪽)을 막아서는 모습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주한미군-경찰 한밤 추격전
미군 일병·하사 등 3명 검문 불응
경찰 10여분 추격하며 따라잡아
차량 위협에 실탄 쐈지만 놓쳐
1시간여 사고친뒤 영내로 도망 한밤의 추격전은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2일 밤 11시53분께, 다급한 신고가 경찰 112신고센터에 접수됐다. “차에서 새총인지 공기총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태원 해밀턴호텔 앞 거리”라고 했다. 그곳은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앞이기도 했다. 신고 접수 직후, 파출소 당직을 맡은 곽아무개 경장 등 2명은 호텔 앞에서 외국인들이 타고 있는 옵티마 차량을 발견했다. 파출소 바로 앞이었으므로 순찰차 없이 걸어서 다가갔다. 평상복 차림의 외국인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타고 있었다. 하차하라는 뜻을 전했지만 이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곽 경장 등은 차량 운전석 옆 유리창을 삼단봉(경찰용 곤봉)으로 내리쳤다. “총기를 소지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신고 내용 때문에 불가피하게 (강하게) 제압하려 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래도 이들은 차에 시동을 걸어 도주했다. 밤 11시55분께 이들은 차량을 막아서는 곽 경사 등을 밀어냈다. 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과 유턴을 거듭하더니 녹사평 방향으로 내달렸다. 이 과정에서 도로의 다른 차량 4대를 들이받고 시민 2명을 스쳤다. 피해 차량의 운전자들은 경찰에 ‘뺑소니’ 신고를 했다. 당시 같은 파출소 소속 임아무개(30) 순경은 주변을 도보로 순찰중이었다. 현장 상황을 지켜보던 택시기사 최아무개(38)씨가 그곳을 지나던 임 순경에게 외쳤다. “저거… 경찰관이랑 사람 치고, 뺑소니다!” 임 순경은 최씨의 택시에 올라탔다. 도주 차량은 시속 150~160㎞로 달렸다. 택시에 올라탄 임 순경은 강변북로와 성수역을 거쳐 광진구 자양동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근처까지 10여분 동안 이들을 간신히 쫓아갔다. 3일 0시10분께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야 차량은 멈춰섰다. 택시에서 내린 임 순경이 하차를 요구하며 다가갔다. 외국인들은 다시 한번 불응했다. 오히려 임 순경을 향해 네 차례나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돌진했다. 임 순경은 왼쪽 무릎과 발등 등을 치였다. “스톱! 멈춰! 스톱! 멈춰!” 소리 지르던 임 순경은 하늘을 향해 공포탄 한 발을 쐈다. 택시기사 최씨는 “미군 차량이 고의로 후진·전진을 반복하면서 경찰을 죽이려는 것 같은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임 순경이 타이어를 겨누고 실탄 3발을 발사했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이때 차량 운전자가 어깨에 총상을 입었지만, 임 순경 등은 경황이 없어 알아채지 못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임 순경과 최씨가 다시 택시를 타고 뒤를 쫓았지만, 다른 차에 막혀 더이상 추격할 수 없었다. 3일 0시25분께였다. 차량 번호를 추적한 경찰은 도주한 외국인들의 정체를 밝혀냈다. 차량 소유주는 주한미군 소속 ㄹ(26) 하사였다. 3일 새벽 미군부대 내 병원에 어깨 총상을 입은 ㄹ(23) 일병이 입원한 사실도 파악했다. 막다른 골목에서 임 순경을 치고 나온 이들이 치외법권 지역인 미군 영내로 도망친 것이다. 차량 소유주는 ㄹ하사였지만, 이날 운전대는 ㄹ일병이 잡았다. ㄹ하사의 아내로 추정되는 미국인 여성 군무원도 함께 타고 있었다. 오전 9시께 용산경찰서에 나와 약식 조사를 받은 ㄹ하사와 여성 군무원은 “어떤 아랍인한테 총을 맞고 차를 빼앗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추격했던 임 순경은 현재 병원 입원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3년차 정도인 젊은 순경이 총격전까지 벌이다 다친 상태라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이틀 뒤 당시 상황에 대해 언론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태원 사건 현장 주변에서 비비탄 총알을 발견했지만 ㄹ일병 일행과 직접 관련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ㄹ일병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ㄹ하사 등은 참고인 자격으로 4일 오전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미군이 경찰까지 들이받고 도주한 것은 ‘한국에서는 죄를 저질러도 뒤탈이 없다’는 주한미군의 인식이 여전함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엄지원 허재현 정환봉 최유빈 기자 umkij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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