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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리점이 ‘떡값’ 거절하자 “사장님, 그만하고 싶습니까?”

등록 2013-05-06 21:21수정 2013-05-07 08:17

남양유업대리점연합회 회원들이 6일 오전 물량 떠넘기기와 영업사원 폭언에 항의하며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 남양 제품을 가득 쌓아 놓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남양유업대리점연합회 회원들이 6일 오전 물량 떠넘기기와 영업사원 폭언에 항의하며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 남양 제품을 가득 쌓아 놓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남양유업 횡포 살펴보니

고소장 낸 대리점주 2명
“주문안한 물품 떠넘기기도”

말안듣는 대리점 ‘찢어버리기’
떠안은 물건 헐값판매 ‘삥시장’
본사 막무가내식 영업 드러나

“녹취록 5~6개 더 있다” 주장도
대리점주에 대한 본사 직원의 폭언이 인터넷에 유포돼 곤경에 빠진 남양유업이 대리점을 대상으로 ‘떡값’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갑’의 지위를 이용한 횡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남양유업 직원의 폭언 등이 담긴 녹취록이 5~6개 더 있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커질 조짐이다.

전 남양유업 대리점주 정아무개(41)씨 등 2명이 지난 4월 본사를 상대로 낸 고소장을 보면, 남양유업 영업팀의 ‘떡값’ 요구, ‘물품 밀어내기’ 등의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정씨 등은 고소장에서 “(남양유업 영업팀 직원들이 대리점주들에게) 직원들의 퇴직 또는 인사이동, 직원들의 가정에 경조사가 있는 경우 명절 떡값, 전별금, 하례금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였고, 이를 거절하는 경우 ‘사장님, 대리점 그만하고 싶습니까?’ ‘하기 싫으면 대리점 그만두시죠’와 같이 계약을 해지할 듯한 발언을 하거나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밀어내기를 하겠다고 겁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는 “김광원(가명·영업사원)이 2012년 9월27일께 남일수(가명·점주)에게 전화를 걸어 ‘추석이 가까워 오는데 떡값 좀 주시죠’라고 요구했다. 김광원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보복적 밀어내기를 하거나 대리점 계약을 해지할 듯한 태도를 취하여 (중략) 김광원 명의의 ○○은행 계좌로 10만원을 보냈다” 등 구체적으로 ‘떡값’을 준 정황이 포함돼 있다. 또 “하영식(가명·영업팀장)은 2011년 12월께 ○○대리점에 찾아와 민무성(가명·점주)에게 ‘민 사장, 지점장 퇴직하는데 전별금 줘야지. 전별금 주면 물품대금에서 일부 제해 줄게’라고 하며 전별금을 요구했다. (중략) 총 650만원을 ○○은행 하영식 명의의 계좌로 송금했다”는 등 점주들이 본사 직원의 전별금까지 챙긴 내용이 들어 있다.

이창섭 남양유업대리점연합회 대표는 “아직 풀지 않은 녹취록이 5~6개 정도 더 있다. ‘물품 밀어내기’ 압박과 관련한 욕설, 대리점주들에게 돈을 뜯어내 남양유업 임직원에게 줬다는 내용 등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녹취록을 만든 대리점주들이 아직 공개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본사의 막무가내식 ‘물량 밀어내기’를 견디지 못하는 대리점주들은 ‘찢어버리기’ 공포에 시달린다고 입을 모은다. ‘찢어버리기’란 본사가 말을 안 듣는 대리점을 제외하고 다른 곳에 물량을 몰아줘 문제의 대리점을 시장에서 도태시키는 것을 뜻하는 업계 은어다. 대리점주들은 “남양유업 영업팀 직원들이 본사에 재고가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대리점주가 주문하지도 않은 품목을 주문한 것처럼 조작한 발주서를 물류센터로 보내는 등 억지로 물품을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공포에 시달리는 대리점주들은 결국 억지로 받은 제품들을 ‘삥시장’으로 보낸다. 삥시장은 밀어내기로 받은 물건에 대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대리점주들이 헐값에 제품을 판매하는 별도의 전문시장을 뜻하는 은어다. ‘삥시장’에 흘러들어온 제품 상당수는 일반 소매 점포에서 ‘원플러스원’ 형태의 미끼상품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전 대리점주 정씨 등은 지난 4월 초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김웅 대표이사, 지점장, 영업팀장 등 9명을 공갈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곽규택)는 남양유업 본사 등을 지난 2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남양유업의 서울 남대문로 본사와 서부지점 사무실 등 3곳에서 전산자료와 전자우편,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쪽은 “회사 직원이 대리점주를 대상으로 폭언을 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것처럼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리점주들의 고소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환봉 허재현 김정필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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