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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료실 앞의 지존파 “도망가고 싶죠? 도망가세요”

등록 2015-09-25 19:04수정 2015-10-26 17:42

[토요판] 1994년 9월8일 / 지존파 납치 생존자의 증언 ③ 탈출
① 1994년 9월8일 ▶ 바로가기
② 지하 ▶ 바로가기
③ 탈출
④ 체포
⑤ 수사와 재판
⑥ 그날 이후
(지난주 내용 요약: 이정수(가명·당시 27살)씨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2남3녀 중 막내였다. 음식점을 겸한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994년 9월8일 새벽 경기도 팔당댐 근처에서 지존파 다섯 명에게 납치됐다. 함께 일하던 동료와 드라이브를 하던 중이었다. 트럭에 실려 전남 영광에 있는 그들의 아지트로 납치됐다. 이정수씨와 함께 잡혀 온 남성은 살해된 뒤 교통사고로 위장돼 버려졌다.)

김현양이 저를 데리고 아지트 1층에 올라온 거죠. 그런데 다른 멤버들한테 합의를 안 하고 올라오게 한 것 같았어요. 제가 올라오니 조직원 중에 한 명이 “야!, 쟤(이정수)는 왜 데리고 올라와?”라고 말했어요. 김현양이 “어차피 우리 편 하기로 했으면 같이 가는 게 맞지. (범행에) 같이 가담했으니까 이 여자도 (경찰에) 신고 못 할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 명이 계속 문제 삼았죠. 문상록이었던 것 같아요. 김현양과 문상록 사이에 그때부터 계속 트러블이 벌어졌고 그것을 제가 알았죠. 저는 그때 그들이 준 옷을 입고 있었어요. 허름한 남방에 고무줄 통반바지를 입고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죠. 김현양이 계속해서 저에 대해 “여자를 데리고 가면 사람들이 의심을 안 한다. 범행을 하러 다가가기도 쉽다”고 말했어요.

 

문상록의 적개심

이렇게 말하니 김현양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은 선배가 하는 말이니 이의를 못 달았죠. 강동은의 경우는 자기에게도 여자친구가 있었으니까 저에 대한 적개심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로지 제게 적개심 있었던 건 문상록이었어요. 그는 끝까지 제가 동행하는 게 싫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김현양에게 “도움은 못 주지만 피해는 주지 않을 테니 동행시켜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탈출 계획을 짠 거죠. ‘차만 타고 나가면 어떻게든지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이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은 있을 것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밴드마스터를 사고사로 위장한 다음날 아침에 다른 범행을 위해 이동했습니다. 그들은 잠도 제대로 안 자고 일찍 전남 영광 아지트를 출발했습니다. 포터 트럭과 구형 회색 르망 승용차에 나눠 탔습니다. 저는 강동은이 운전하는 르망 조수석에 앉았습니다. 르망을 운전 중일 때는 둘뿐이었습니다. 포터 트럭에는 나머지 조직원들이 주로 탔습니다. 몇 시간 차를 달렸습니다. 그들이 “잠깐 분당에 들려야겠다”고 말했어요. 저는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제게 고개를 들지 말라고 했지만 살짝 고개 들어 봤더니 당구장 간판이 있더군요.

상가가 늘어서 있는 곳이었습니다. 르망 조수석에 앉아 있는 제 바로 옆으로 행인들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문을 열고 도망치려고 손이 문에 닿았는데 떨려서 열 수가 없었습니다. 2층 당구장에 한 명이 올라갔다 내려오더니 “없어! 없어!”라고 외쳤습니다. 누구를 찾는지. ‘누구랑 또 합세할 건가 보다’라고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날 오후 3시께 남서울묘지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중소기업체 사장 소아무개씨, 박아무개씨 부부를 납치했습니다.

남서울묘지에 가서 산소들 사이를 다녔습니다. 그랜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들이 차에서 내려 그랜저 주인을 찾았죠. 소씨와 박씨 부부가 저 위에서 벌초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대로 승용차에 앉아서 ‘여차하면 도망가야겠다, 도망가면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도망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차 옆에 있던 백병옥이 저를 확 잡아끌며 “너 오늘 맘에 안 들어!”라고 말했습니다.

여차하면 달아나려는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소씨의 부인 박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때 김현양은 이미 손에 칼을 들고 벌초하는 곳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박씨가 차에 앉은 저를 쳐다보길래 저도 모르게 ‘도망치라’는 신호로 고개를 흔들고 눈짓을 했어요. 박씨가 계속 저를 쳐다보다가 무덤으로 올라오는 김현양에게도 눈길을 주었습니다. 김현양이 “벌초하러 오셨나봐요?”라고 말했습니다. 소씨가 “네”라고 답하며 낫으로 계속 벌초를 했습니다. 박씨는 저와, 남편 소씨와, 밑에 있던 나머지 조직원들을 번갈아 보았습니다. 김현양이 산소에 올라가서 소씨를 확 잡아챘습니다. 소씨가 순간적으로 낫을 들고 있다가 “여보, 피해!”라고 외친 뒤 산소가 위치한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졌습니다. 격투 끝에 부부는 잡혔습니다. 낮에 벌어진 일입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산소에서 벌초하던 소씨 부부 납치
치밀하고 일사불란한 그들 행동
너무 무섭고 거대하게 와닿아
감히 탈출할 엄두 낼 수 없었다
공포와 무기력이 나를 지배했다

광천터미널로 소씨를 끌고 가
007 돈가방 받아 오게 하던 순간
소씨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는데
아지트에 남겨진 부인 때문인지
살려준단 말 믿었는지 도망 안 가

저희가 그랬던 것처럼 포터에 소씨 부부를 뒤쪽에 실었습니다. 강동은이 소씨의 그랜저 차 열쇠를 빼앗아 직접 몰았고 저는 그 차 조수석에 탔습니다. 그들은 담담하게, 하나도 망설임 없이 착착착 납치를 했습니다. 우왕좌왕하지도 않았습니다.

4시쯤 다시 영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빼앗은 그랜저까지 차가 모두 3대였죠. 남서울을 빠져나오는 어느 도로였습니다. 경찰이 검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포터 앞에 가던 승용차에 탄 조직원이 무전기로 뒤차에 “검문하고 있어”라며 “(옆길로) 빠져! 빠져!”라고 말했습니다. “한꺼번에 빠지지 말고 천천히 한 대씩 빠져”라고 했습니다. 저희 차 3대는 검문을 피해 옆길로 빠졌습니다. 그 정도로 굉장히 그들은 치밀했어요.

우회로로 빠져 시골길을 달렸습니다. 저희 옆으로 차들이 지나다녔습니다. 속으로 달리는 차 문을 열고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습니다. 그들이 저한테 커다란 존재로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웬만한 범죄자였다면 제가 차에서 뛰쳐나와 살려달라고 소리 질렀을 겁니다. 소씨 부부를 납치하며 그들은 정말 일사불란했습니다. 그걸 보며 그들이 너무 무섭고 거대하게 와닿았기 때문에 자포자기 상태가 된 것 같아요. 그다음에는 탈출할 생각을 전혀 못 했어요. ‘이 차 문을 열고 이 땅만 밟으면’이라고 마음먹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어요. 무작정 내려서 옆에 지나는 차를 세운 뒤 “살려달라”고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나약함과 무기력함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저격수가 뒤에 있다”

남서울묘지에서 소씨 부부를 납치한 뒤 영광 아지트에 도착하니 다음날 새벽 2시쯤 됐어요. 소씨의 첫인상은 ‘다부지다’라는 느낌이었어요. 지존파는 소씨 부부를 지하에 가뒀습니다. 저는 있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있을 수는 없었죠. 저는 아지트 건물 1층에 자리잡았습니다. 그들이 소씨의 주민등록증을 내게 보여주면서 “세대주가 누구로 돼 있냐? 세대주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이 새끼가 거짓말하는 것 같다, 주소가 여기가 아닌 것 같다”며 자기들끼리 웅성거렸습니다.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부인 박씨는 지하에 가둬두고 소씨를 1층에 불러 조사했습니다. 옆에 저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소씨 부부는 나를 조직원 중 한 명으로 알았다고 해요. 소씨는 “어렵고 힘들게 중소기업을 일으켰고 나도 어렸을 때 나쁜 짓 많이 해봤고 자네들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주겠다. 살려만 달라. 집에 애들이 있고 부인은 진폐증에 걸려 있고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 자수성가한 사람이기 때문에 돈은 또 벌면 된다. 살려만 주면 절대 신고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지존파 조직원들도 소씨 말에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살려줄 겁니다. 1억만 주면 살려 보내줄 거예요. 아저씨는 다시 돈 벌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어요. 소씨는 “알겠다, 협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존파는 소씨에게 “회사에 전화를 해라.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게 될 텐데 만약에 (전화를) 이상하게 하면 부인은 죽을 것이고, 아저씨 집 주소를 아니까 아이들도 찾아가겠다. 학교에 찾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납치 과정에서 칼을 든 김현양과 격투를 벌이며 소씨가 손을 다쳤어요. 밴드를 달라고 했습니다. 조직원 한 명이 소씨에게 밴드를 줬는데, 그게 아마 대일밴드였을 거예요. 소씨가 몰래 갖고 있던 볼펜으로 밴드 안쪽에 ‘신고해’라고 적어둔 걸 들켰어요. 아마 돈가방을 들고 올 회사 직원을 만났을 때 그 밴드를 몰래 주려고 했었나봐요. 그 행동을 김현양이 용케 알아채서 소씨 손가락에 감겨 있던 밴드를 뜯어 본 거예요. 김현양이 ‘신고해’라는 글자를 보고 “아저씨, 이런 짓 하지 말라 그랬죠? 이런 어리석은 짓을 왜 하시냐, 이런 짓 한 번만 더 하면 돈도 필요 없고 다 죽여버리겠다, 어리석은 짓 하지 마세요”라고 경고했어요. 소씨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용서해달라, 내가 어리석은 마음에 그랬다, 다신 안 그러겠다”고 했어요. 김현양이 “우리는 지금 보이는 인원수가 다가 아니다. (전국에) 다 깔려 있다. 광천터미널(광주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 나가면 다 우리 사람들이 심어져 있다”고 위협했어요. 그런데 저도 진짜 그런 줄 알았어요. ‘이들이 지금 보이는 사람이 다가 아니라 광천터미널에 가면 더 있겠구나’ ‘이 사람들은 커다란 범죄조직이구나’라고 믿게 됐어요. 김현양이 저한테 “우리가 소씨를 멀리서 망보고 있고 망원렌즈 달린 총을 든 저격수가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말을 다 믿었어요. “경찰서를 습격해서 무기를 훔쳐서 광주 엠비시(MBC) 방송국을 점령할 것”이라는 얘기도 가능하다고 믿었어요. 그들이 보여준 일사불란함을 보며 공포와 무기력을 느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소씨가 회사로 전화를 했고 돈이 오기로 됐습니다. 부인 박씨를 지하에 가둔 채로 오후에 광천터미널로 향했습니다. 구형 르망과 소씨의 그랜저 승용차 두 대에 나눠 탔어요. 강동은이 르망을 운전했고 조수석에 김현양이 앉았습니다. 백병옥, 소씨, 제가 뒷좌석에 앉았습니다. 한데 무기로 갖고 있던 다이너마이트가 갑자기 르망 차 안에서 터졌습니다. 김현양이 다이너마이트를 손으로 꼼지락거리다 사고가 난 모양이에요. 김현양이 손을 다쳤어요. 손에서 피가 난 거예요. 발도 조금 다쳤고요. 다이너마이트 때문에 르망 승용차 바닥에 구멍이 났어요. 놀랍게도 그 외에는 멀쩡했어요.

손과 발에 피가 나서 다시 아지트로 돌아왔어요. 광주 광천터미널에 돈을 받으러 가기로 한 게 한두 시간 늦어진 거죠. 김현양은 병원에 가서 손과 발을 꿰맨 뒤 돌아왔습니다. 다친 김현양이 동행을 못 하게 되니 대신 얼굴에 흉터가 있던 문상섭이 포터에 타고 강동은이 르망을 운전하고 그 차에 제가 탔죠. “포터가 뒤따라오면서 당신을 조준하고 있다”고 강동은이 말했고 또 부인을 지하에 두고 왔기 때문에 소씨가 탈출 생각을 못 했을 거예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죠. 김현양이 아지트에 남은 상태에서 다시 차를 몰고 광천버스터미널로 향했죠. 오후 5시 반쯤 도착했어요. 9월이어서 조금 어둑어둑해졌던 것 같아요. 승용차 옆에 포터가 있었는데 그 안에서 총으로 소씨를 조준하고 있다고 그들이 말했어요. 저도 아지트에서 망원경 달린 총을 실제로 본 적이 있었어요. 6연발 총이었죠. 소씨와 제가 차에서 내렸어요. 택시정거장에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왔어요.

 

소씨 부부 살려줄 줄 알았다

소씨가 그 승용차를 가리켰어요. 강동은이 “아저씨, 허튼짓하지 마세요. 아저씨를 조준하고 있고 우리는 여차하면 다이너마이트로 다 폭파시켜 버릴 거고 그 아지트도 다 폭발물이 돼 있어요. 차에도 다이너마이트를 던질 겁니다”라고 말했어요. 소씨도 차를 타고 가다가 다이너마이트가 터진 걸 봤잖아요? 그래서 도망갈 생각을 전혀 못 한 거예요. 나는 소씨가 도망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도망가기를 바랐어요. 주위에 아파트와 빈 건물들이 있고 차도 있었어요. 제가 어딘가로 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발 소씨만 움직여주면.

버스터미널 맞은편에 택시들이 줄 지어 서고 버스들이 있었어요. 사람도 많았어요. 그런데도 그분(소씨)은 도망갈 생각을 못 했어요. 저도 도망갈 계획은 있었지만 몸이 안 움직였고 계속 머릿속만 복잡했어요. 지금 와서는 ‘내가 왜 그때 도망치지 못했나’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사실 소씨도 돈을 가져온 자신의 회사 차량에 그냥 올라타면 그만이었거든요. 그런데 도망을 안 간 거예요.

돈을 가져온 차의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려 하니 소씨가 “아니야, 아니야. (차에) 타! 타!”라고 말했습니다. 소씨 회사의 부장이었던 것으로 알아요. 소씨가 조수석 문을 열고 007가방을 건네받았어요. 그걸 보며 저는 순간적으로 ‘아, 저분(소씨)이 저 차를 타고 그냥 출발해도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부인을 두고 갈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분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존파 애들이 “살려주겠다. 우리는 아저씨하고 원수질 일 없고 애들도 있으니까 살려 보내주겠다”고 말한 걸 믿은 것 같아요. 정말이지 본인은 탈출하려면 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저 역시 지존파가 소씨 부부를 살려줄 줄 알았어요. 왜냐면, 내내 그런 태도를 보였거든요. 지존파 애들이 그분에게 “아저씨도 고생 많이 하셨네요. 이렇게까지 이룰 정도면. 아, 우리가 또 억울한 사람을 잡았네요. 고생한 사람을. 돈이 죄죠. 아저씨는 돈만 우리한테 전달해 주고 몸만 가시라, 아저씨가 눈을 딱 뜨면 집 앞에 가 있을 거다, 걱정하지 말라.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저씨는 무사히 집 앞에 가 있을 거고 딸 둘이 있을 거다”라고 하더라고요. 소씨도 나중에는 그 말을 정말 믿었던 것 같아요. 저도 믿었어요.

소씨가 돈가방을 들고 부장에게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가라”고 시켰어요. 지존파가 소씨에게 미리 시킨 거예요. “5초도 망설이지 말고 돈가방을 꺼냄과 동시에 그 차는 떠나야 된다. 여차하면 집을 폭파할 거다”라고요. 차는 곧바로 떠났습니다. 소씨는 다시 저희 곁으로 왔죠. 가방을 들고요. 차에 다시 나눠 탔습니다. 돈가방을 제 무릎 위에 올려뒀죠. 소씨가 돈이 모자라 회사 자금을 다 모았는데 현금 8000만원밖에 준비를 못 했다고 사과했어요. 지존파 애들이 “괜찮다”고 말했어요.

제가 돈가방을 들고 아지트 현관문을 여니 손발에 붕대를 한 김현양이 자기 앞에 부탄가스통을 잔뜩 쌓아놓고 거실에 앉아 있었어요. 다른 조직원들이 못 돌아오면 폭파할 생각이었나 봐요. 그 옆에 칼과 라이터가 놓여 있었어요. 경찰이 닥칠 수도 있다고 본 것 같아요. 다른 조직원이 “형, 성공했어”라고 말하니 그제야 김현양이 안도하면서 칼을 놓았어요. 저한테는 “수고했어요, 정수씨”라고 말하며 제 어깨를 툭 쳤어요.

저는 ‘다시 또 이곳으로 왔구나, 살아서는 왔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씨는 다시 지하로 내려갔죠. 그날 밤에 술자리가 벌어졌습니다. 현금을 세보더군요. 1만원권으로 된 돈다발이 펼쳐졌어요. 지존파 애들은 “야, 이게 돈이야?”라며 흥분했어요. 누군가 술을 사러 나갔어요. 김현양은 제게 “정수씨 이게 돈이에요, 돈”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불안했어요. 술을 마시면 애들이 이성을 잃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이들이 8일 내내 저를 성폭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잡혀 오고 나서 처음 이틀 동안, 마치 어떤 의식을 치르듯이 성폭행을 했습니다. 나중엔 제가 반항했습니다. 조직원 한 명이 나가서 소주와 맥주를 사 가지고 왔어요. 5명이 동그랗게 앉아서 술을 마셨어요. 저는 벽에 기대 있었어요. 저더러 술자리에 오라고 하더군요. 김현양이 술을 마시더니 제게도 권했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술을 썩 좋아하지 않았아요. 주량도 약했고요. 소주 석 잔이었죠. 지존파는 저에게도 그전에 술을 먹인 적이 있어요. 그럼 저는 토하고 실신하다시피 쓰러졌죠. 그날도 저에게 소주와 막걸리를 주었습니다.

돈가방 받는 데 성공한 날 저녁
소씨 처리 놓고 자기들끼리 토론
나를 살려줄지 여부 놓고는
김현양-문상록 술취한 채 싸워
김현양은 “이제 내 옆에만 있어라”

다이너마이트에 손 다친 김현양
실밥 푸는 날 함께 병원에 가다
간호사 호명에 진료실 들어가기 전
그는 날 뒤돌아보더니 씩 웃었다
약간 비웃듯이, 입술을 올리면서
 

김기환의 지령 “깔끔하게 하라”

그들은 “저들(소씨 부부)을 어떻게 할까?” 의논하기 시작했습니다. 강동은이 소씨가 돈을 받아 온 날 낮에 감옥에 있던 두목 김기환 면회를 다녀왔어요. 감동은이 “불쌍하긴 하지만 살려주면 우리의 계획은 끝이 나고 며칠 있으면 두목(김기환)이 출소할 건데 목격자를 살려주는 건 없다. 두목도 끝을 깔끔하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깔끔하게 하라’는 대상에 저도 포함돼 있었다더군요. 김기환이 강동은에게 “여자를 너무 믿지 마라”고도 말했다더군요. 두목 김기환 면회는 오직 강동은만 했습니다. 세 번 정도 했다고 알고 있어요.

조직에서 김현양은 행동파였고 강동은이 두목의 지시를 받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 같아요. 술 마시던 문상록이 “쟤(이정수)도 오늘 같이 해치워버려!”라고 제 옆에서 말했습니다. 강동은은 두목 말만 전한 뒤 말이 없었어요. 본인에게도 여자친구가 있어서 복잡한 심정이었나 봐요. 자신에게도 여자친구가 있는데 두목이 “여자를 믿지 말라, 깔끔하게 하라”고 지시하니 고민됐나 봐요. 실제로 지존파 나머지 조직원이 소씨 부부를 지하실에서 살해할 때도 강동은은 1층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술 마시던 김현양이 “우리에게 협조했고 남자들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이정수를) 살려주겠다고 했으면 살려줘야지”라고 말하며 저를 두둔했어요. 그러자 저를 가장 싫어했던 조직원 문상록이 “넌 이년한테 미쳐 있어! 정신 차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김현양과 문상록이 술 취한 상태에서 싸웠습니다. 문상록이 맥주병을 던졌죠. 김현양 머리에서 피가 솟구쳤습니다. 저는 속으로 ‘얘네들이 이러면 안 되는데, 나를 살려줄 사람은 김현양밖에 없는데 김현양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면 큰일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은 멱살을 잡고 아지트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머지 3명은 싸움을 말리지도 않고 술자리를 치웠어요. 동생들은 그저 “아이, 저 형들은 꼭 (술 마시면) 그래”라고 말했습니다. 싸움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전 어쩔 줄 몰라 서 있다가 주저앉았는데 다리가 후들거려서 다시 못 일어났습니다. 저더러 돈이 들어 있는 방에 들어가 있으라더군요. 방구석에 앉아 있자니 돈다발이 보였습니다. 돈가방이 벌어진 상태에서 돈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오늘 죽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잠을 못 자고 방에 꼬박 앉아 있었어요. 이상하게 어느 순간 강동은만 아지트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침이 되니 그날 밤 외박했던 강동은이 들어오고, 이어 김현양과 문상록의 얼굴도 보였어요. 김현양은 맥주병에 맞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습니다. 저는 밤에 김현양이 죽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은 전에도 “여자 때문에 배신한 조직원을 죽였다”고 한 적이 있었거든요. ‘이들이 보통사람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그들은 “양수리 별장을 점령할 거다. 그걸 위해서 잠수 연습을 많이 했다. 보트 타고 있는 사람들을 덮쳐 그들이 머무는 별장에서 돈을 뺏을 거다”라는 계획을 이야기했어요. 저는 공포와 무력감을 다시 느꼈습니다.

김현양이 제게 “이제부터 내 옆에만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양은 제게 그전부터 근처에서 딴 대추며 감도 먹으라고 주곤 했습니다. 김현양은 정서적으로는 굉장히 불안했던 것 같아요. 여동생과 엄마가 있었죠.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유난히 저에게 많이 들려주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상하게 저한테는 함부로 못 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죠. 존댓말을 계속 썼고요. 술자리 다음날 낮에 지존파는 소씨가 준 돈으로 핸드폰 두 대를 개통하고 더 큰 범죄를 위한 냉동탑차 구입 계약도 했다더군요. 그 외에 여러 물품을 샀다고 했어요. 부산에서 총기업체를 알아봤다는 말도 했습니다. 총 두 자루를 1500만원씩 모두 3000만원에 구입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너무 비싼 거 아니야?”라고 자기들끼리 대화하더군요.

그리고 다시 밤이 왔죠. 저녁 때 지존파와 함께 지하실로 내려갔더니 소씨 부부는 각각 다른 감옥에 있다 한방에 있었습니다. 지하실로 내려가기 전에 김현양이 제게 “오늘 일을 잘해야지 정수씨가 사는지 안 사는지 결과를 알 수 있다. 그 전까지는 믿음을 못 줬지만 나는 오늘 정수씨한테 뭔가를 시킬 거다”라고요. 총으로 소씨 부부를 살해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김현양은 폭파 사고와 술자리 격투로 손발, 머리를 다 붕대로 감은 상태였고 다리는 절뚝거려 목발을 짚은 상태였습니다.

 

1994년 9월19일 경찰에 붙잡힌 지존파 일당이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기자들 앞에 섰다. 김현양(왼쪽 넷째) 등 일부는 얼굴에 웃음을 짓기도 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994년 9월19일 경찰에 붙잡힌 지존파 일당이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기자들 앞에 섰다. 김현양(왼쪽 넷째) 등 일부는 얼굴에 웃음을 짓기도 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현양은 왜 그날 날 데려갔을까

지존파 조직원 중 한 명이 소씨 부부가 있는 감옥방에 같이 들어가 소씨 부부에게 술을 먹였어요. 대작을 하며 같이 마셨어요. “아저씨가 더 많이 마셔야 된다, 술을 마시고 취해야 한다, 자고 나면 아저씨 집 앞일 거다”라며 술을 권했어요. 소씨가 “정말 우리 살려줄 거냐”고 물었습니다. 지존파는 “살려줄 거다. 대신 아무 기억이 없어야 된다. 아무 기억이 없이 눈을 뜨면 아침에 아저씨 집 앞일 거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인 박씨에게도 술을 먹였습니다. 소씨 부부 둘 다 곧 취해서 누웠습니다. 부인 박씨는 코를 골 정도였습니다. 지존파는 이어 고무통과 칼과 도끼와 비닐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술에 취해 잠든 부부를 향해 나를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김현양이 잡고 있던 목발을 팽개치더니 절뚝절뚝 걸어 들어가 총을 들고 저를 뒤에서 안아서 억지로 제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고 그 위에 자기 손과 손가락을 얹었습니다. 방아쇠는 당겨졌고 저는 “악” 소리를 지르며 총을 놨습니다. 김현양이 다시 강제로 저를 뒤에서 안아 자세를 취한 뒤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부부는 숨졌습니다. 지존파 4명도 다들 취한 상태였습니다. 강동은만 지하실에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소씨 부부의 시신을 훼손했습니다. 밤새 지하실에서 진흙과 찰흙으로 소각로를 급조해 시신을 소각했습니다. 의심을 사지 않으려 일부러 마당에서 석쇠에 돼지고기를 구웠습니다. 그 현장에 저도 서 있었습니다. 잔혹한 과정을 다 지켜봤습니다. 이상하게 그 전까지만 해도 후들거리던 다리와 몸이 갑자기 따뜻해지면서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무슨 현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따뜻해지면서 차분해지고 동시에 냉정해졌습니다.

저는 작업이 끝난 뒤 돈가방이 놓인 1층 방에 앉아 있었습니다. 김현양이 들어오더니 “3~4일 후면 김기환이 나온다. 어쩌면 다수결에 정수씨 운명이 결정될지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되면 내가 고통 없이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총으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기환이 나오기 전에 탈출해야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제 목숨은 시한부가 된 겁니다. 저는 ‘다시 김현양이 병원을 가겠지? 김현양이 만약에 병원을 가면 따라가겠다고 김현양한테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나를 동행시킬 수도 있었으니까요.

소씨 부부를 살해하고 뒤처리에 다들 낮까지 분주했습니다. 그새 거실에는 저와 김현양만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잡혀온 지 8일쯤 되는 날이었던 것 같아요. 그날 김현양이 병원 가는 날인 걸 제가 알았어요. 다이너마이트 조작으로 다친 손을 드레싱 받는 날이었거든요. 그날 실밥을 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4일 후면 김기환이는 나올 예정이었죠. ‘오늘 김현양을 쫓아가지 않으면 나는 4일 후 김기환을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하니 조바심이 났죠. 그래서 김현양한테 “나도 병원에 따라가면 안 되냐”고 말했습니다. 제가 좀 떨었을 겁니다.

김현양이 왔다 갔다 하며 병원 갈 준비를 하다 저를 한 번 보더니 못 들은 척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현양씨 병원 가는데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양이 씩 웃더니 “그럴래요? 바람도 쐴 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지갑에 소씨 돈 중 50만원을 넣더군요. 핸드폰도 챙겼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운전을 했습니다. 지갑과 핸드폰을 제게 맡겼습니다. 저를 데리고 나가려니 다른 애들이 “형 어디 가?”라고 물었습니다. 김현양이 “병원 가”라고 답하니 한 동생이 “근데 걔(이정수)는?”이라고 물었습니다. “병원 가는데 바람도 쐴 겸 내가 데리고 갔다 올게”라고 답하자 다시 동생이 “그러다가 일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래?”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양은 “내가 책임지고 데리고 갔다 올게. 내가 책임져”라고 말했습니다. 나중에 수사를 맡은 고병천 전 수사반장님께 “김현양이 저를 그날 왜 데리고 나갔는지 가장 궁금하다. 그런데 물어보지 못했다”고 말했어요. 고 반장님은 김현양이 경찰 진술에서 “내가 나가서 (이정수씨를) 해결하마”라고 말했다고 전하시더군요. 그러니까 김현양이 저를 살려주려 한 게 아니라 어차피 죽을 것이니 본인이 죽이고 오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겁니다.

어쨌든 당시 김현양은 제게 차를 몰고 가면서 “제가 언감생심 어디 가서 정수씨 같은 여자를 옆에 태우고 드라이브 가보겠냐, 오늘 노래방도 가자”고 말했습니다. 저는 대꾸도 안 했어요. ‘그걸(살려주는 걸) 김현양이 결정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닌데 왜 이렇게 오버할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현양은 제가 납치됐을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돌려줘 입게 했습니다. 분홍색 반바지, 운동화에 하얀 티셔츠에 모자까지. 깨끗이 빨아뒀더군요.

다이너마이트 때문에 바닥에 구멍이 난 르망 조수석에 앉았습니다. 차를 몰고 영광에 있는 ㄱ병원에 갔어요. 지금도 그 병원이 있어요. 전 그 당시에 한 번도 큰 병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경험이 없었어요. 다친 적도 없었고요. 주사 맞으러 내과 갔던 게 전부였죠. 종합병원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진료 순서 같은 걸 몰랐지만 ‘내가 앉은 자리에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다. 병원 안에 들어가면 나는 거기서 무조건 탈출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지갑과 핸드폰 맡기고 씩 웃다

오전 11시쯤 됐어요. 달력을 안 본 지 오래돼서 날짜관념은 없었습니다. 외과 앞에서 순서를 기다렸어요. 옆에 환자들이 있었어요. 대부분 할머니들이었어요.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김현양이 제 옆에 앉더니 제게 “도망가고 싶죠? 탈출하고 싶죠? 도망가고 싶으면 도망가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그 말이 마치 ‘도망가고 싶으면 도망가 봐라, 내가 도망가게 해주나, 턱도 없다’라고 역설적으로 들렸어요. 저는 “도망은 무슨요”라고 말하며 속으로 ‘난 도망갈 거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도망갈 거야, 어떤 식으로든지 도망갈 거고, 내가 여기서 도망 못 가면 네가 오늘 나를 노래방에도 데려간다 했으니 아지트로는 어떤 식으로든 최대한 늦게 들어갈 거야, 도망갈 기회는 분명히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여기서 소리를 질러봐야 다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될 거야, 또 병원 밖에 걔(지존파)들이 따라왔을 수 있어, 어쩌면 이건 내 마지막 실험일지도 몰라’라는 생각마저 했습니다. 저를 시험에 빠뜨리는 거고, 다른 지존파 조직원이 뒤따라왔다는 생각마저 한 겁니다. 그만큼 당시 제게 그들은 공포스러운 존재였습니다.

10분쯤 지나자 간호사가 “김현양씨”라고 불렀습니다. 간호사가 부르니 김현양이 일어서더니 멈칫하며 저를 내려다보며 씩 웃었습니다. 지갑과 핸드폰을 제게 맡겼습니다. 그리고 절뚝절뚝 걸으며 진료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다시 한번 저를 뒤돌아보더니 씩 웃었습니다. 약간 비웃듯이, 입술을 한 끝으로 올리면서 웃었습니다. 진료실 문이 닫혔습니다.

<다음주에 계속>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 세부 주제와 연재 횟수는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다음 뉴스펀딩(m.newsfund.media.daum.net/project/299)에도 연재합니다. 뉴스펀딩을 통해서는 지존파 납치 생존자 이씨에게 후원금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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