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윤나리
<한겨레>-한국여성민우회 ‘해보면 달라져요’ 캠페인
제안2. 퇴근 뒤 업무연락 안 하기
제안2. 퇴근 뒤 업무연락 안 하기
‘나인(9) 투 식스(6)는 없다!’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시간은 ‘윗분들’ 마음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갖고 있는 불만일 것이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각종 모바일 메신저 등의 발달로 퇴근을 해도 퇴근한 게 아니고, 휴일도 휴일 같지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경희 연구위원 등이 전국의 임금근로자 2402명을 조사해 지난 3일 발표한 ‘스마트기기 업무활용 실태와 효과’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7명(70.3%)은 업무시간 외에 스마트기기로 업무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따라잡기 위해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변명과 수긍이 넘쳐난다. 그래도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아니, 기계에도 기름칠할 시간은 필요하다. 부하직원이 먼저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퇴근 뒤엔 제발 연락 좀 하지 말라”고 하긴 쉽지 않다. 한 온라인 쇼핑몰 사장이 “퇴근 뒤엔 업무 연락을 하지 않겠다”고 도전에 나섰다.
퇴근뒤 연락 안하기 도전한 사장님
토요일에 “고객에 긴급공지 띄워라”
도전 하루만에 아쉽게 실패
“직원들 업무환경 더 신경쓰겠다” 2년째 실천중인 또다른 사장님 “금요일 오후 구매시 월요일 출고”
주말업무 안시키려 안내문구 띄워
쉼표 찍어가며 일해도 ‘흑자’ “우리가 공기업도 아니고,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잖아요. 쉴 거 다 쉬면서 어떻게 투자자랑 소비자를 만족시키겠어요.” 온라인 액세서리 쇼핑몰을 운영하는 ㅇ(31)씨는 지난 설 연휴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직원들에게 ‘업무 연락’을 했다. 쇼핑몰 누리집에 올려놓은 신상품 이미지 한 컷이 잘못된 것을 발견해서다. 그는 임원을 통해 담당자에게 곧장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퇴근 뒤라도 무조건 연락을 받도록 돼 있어요. 소비자 반응이 좋아서 상품이 갑자기 품절되는 경우 휴일이라도 재입고도 해야 하니까요.” ㅇ씨는 쇼핑몰 누리집에 오탈자나 오류가 있으면 업무시간과 상관없이 바로 담당자에게 수정을 지시하곤 했다. ‘휴일을 보장해달라’고 ‘항명’하는 직원은 여태껏 없었다. “조직 내에선 그런 말이 용납되지 않죠. 제 입장에선 ‘그럼 애초에 왜 오탈자 냈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2013년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해 매출 16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우기까지, ㅇ씨와 직원들은 말 그대로 ‘휴일 없이’ 뛰어왔다. 그가 지난 19일부터 ‘주말에 업무 연락 안 하기’ 도전에 나섰다. 이런 도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겐 알리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얘기하지 않은 게 다행일까. 도전은 하루 만에 실패했다. 토요일인 20일, 업무 연락을 안 하겠다는 다짐을 뒤집고 고객들에게 전달할 ‘긴급’ 공지사항을 띄우라고 에스엔에스(SNS)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주말에 업무 지시를 하는 나라고 즐거운 건 아니”라는 자기변명, “회사 관리자로서 직원들 노동환경을 보듬어주지 못한다는 고뇌가 밀려”와 괴로웠다. “매출이 늘고 있으니 올해부턴 직원들의 업무 환경에 더 신경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ㅇ씨의 도전에 ‘힘’이 되어줄 만한 사례도 있다. 2008년 창업한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 대표 ㅎ(35)씨는 2년째 독특한 쇼핑몰 운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금요일 오후가 되면 쇼핑몰 누리집 첫 화면에 “금요일 오후 1시~주말 구매 시, 월요일 출고됩니다”라는 문구를 띄운다. 주말엔 업무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창업 전 화장품 회사에서 아침 7시에 나와 밤 11시에 퇴근하곤 하는 생활에 지쳤어요. 처음엔 ‘다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엔 불만이 쌓여가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이 사라졌어요.” 퇴사 뒤 창업한 그는 “직원들이 출근시간을 지키는 만큼, 퇴근시간이나 휴일만큼은 철저히 지키게 해주는 대표가 되고 싶”었고, 2년 전부터 그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당장 상품을 보내달라’고 서비스에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들, 물론 있다. 고객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회사의 경영 방침을 설명하며 설득하면 대부분 수긍하지만, 그조차도 이해 못 하는 고객들에겐 약간의 ‘불친절 경영’도 감수하고 있다. ‘쉼표’를 찍어가며 일해도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 회사, 연매출 30억원 규모의 흑자 기업이다. 김미향 권승록 기자 aroma@hani.co.kr
도전 하루만에 아쉽게 실패
“직원들 업무환경 더 신경쓰겠다” 2년째 실천중인 또다른 사장님 “금요일 오후 구매시 월요일 출고”
주말업무 안시키려 안내문구 띄워
쉼표 찍어가며 일해도 ‘흑자’ “우리가 공기업도 아니고,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잖아요. 쉴 거 다 쉬면서 어떻게 투자자랑 소비자를 만족시키겠어요.” 온라인 액세서리 쇼핑몰을 운영하는 ㅇ(31)씨는 지난 설 연휴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직원들에게 ‘업무 연락’을 했다. 쇼핑몰 누리집에 올려놓은 신상품 이미지 한 컷이 잘못된 것을 발견해서다. 그는 임원을 통해 담당자에게 곧장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퇴근 뒤라도 무조건 연락을 받도록 돼 있어요. 소비자 반응이 좋아서 상품이 갑자기 품절되는 경우 휴일이라도 재입고도 해야 하니까요.” ㅇ씨는 쇼핑몰 누리집에 오탈자나 오류가 있으면 업무시간과 상관없이 바로 담당자에게 수정을 지시하곤 했다. ‘휴일을 보장해달라’고 ‘항명’하는 직원은 여태껏 없었다. “조직 내에선 그런 말이 용납되지 않죠. 제 입장에선 ‘그럼 애초에 왜 오탈자 냈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2013년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해 매출 16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우기까지, ㅇ씨와 직원들은 말 그대로 ‘휴일 없이’ 뛰어왔다. 그가 지난 19일부터 ‘주말에 업무 연락 안 하기’ 도전에 나섰다. 이런 도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겐 알리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얘기하지 않은 게 다행일까. 도전은 하루 만에 실패했다. 토요일인 20일, 업무 연락을 안 하겠다는 다짐을 뒤집고 고객들에게 전달할 ‘긴급’ 공지사항을 띄우라고 에스엔에스(SNS)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주말에 업무 지시를 하는 나라고 즐거운 건 아니”라는 자기변명, “회사 관리자로서 직원들 노동환경을 보듬어주지 못한다는 고뇌가 밀려”와 괴로웠다. “매출이 늘고 있으니 올해부턴 직원들의 업무 환경에 더 신경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ㅇ씨의 도전에 ‘힘’이 되어줄 만한 사례도 있다. 2008년 창업한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 대표 ㅎ(35)씨는 2년째 독특한 쇼핑몰 운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금요일 오후가 되면 쇼핑몰 누리집 첫 화면에 “금요일 오후 1시~주말 구매 시, 월요일 출고됩니다”라는 문구를 띄운다. 주말엔 업무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창업 전 화장품 회사에서 아침 7시에 나와 밤 11시에 퇴근하곤 하는 생활에 지쳤어요. 처음엔 ‘다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엔 불만이 쌓여가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이 사라졌어요.” 퇴사 뒤 창업한 그는 “직원들이 출근시간을 지키는 만큼, 퇴근시간이나 휴일만큼은 철저히 지키게 해주는 대표가 되고 싶”었고, 2년 전부터 그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당장 상품을 보내달라’고 서비스에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들, 물론 있다. 고객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회사의 경영 방침을 설명하며 설득하면 대부분 수긍하지만, 그조차도 이해 못 하는 고객들에겐 약간의 ‘불친절 경영’도 감수하고 있다. ‘쉼표’를 찍어가며 일해도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 회사, 연매출 30억원 규모의 흑자 기업이다. 김미향 권승록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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