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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헬스장 갔는데 “몇 살이에요?”…우리 운동 얘기부터 해요

등록 2016-03-14 19:43수정 2016-03-31 13:41

진일석씨는 지난해부터 자신이 속한 모임에서 나이, 학력, 출신 지역, 결혼 여부 등을 묻지 않는 모임 예절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진일석씨 제공
진일석씨는 지난해부터 자신이 속한 모임에서 나이, 학력, 출신 지역, 결혼 여부 등을 묻지 않는 모임 예절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진일석씨 제공
한겨레·한국여성민우회 공동기획
‘해보면’ 달라져요


<4> 호구조사 대신 안부묻기
직장인 김아무개(32)씨는 지난해 3월, 일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겸 집 근처 헬스장에 등록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몇 살이냐” “직장은 어디냐” “결혼은 했느냐”며 동료 회원과 트레이너가 개인신상에 관해 꼬치꼬치 물어 왔기 때문이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 안면을 트기 위해 던지는 뻔한 질문이라는 걸 알지만, 김씨는 이런 질문이 늘 부담스러웠다. 헬스장에서 만난 사람들끼리니 운동 방법이나 자세, 몸의 변화에 대해 대화하면 안 되는 것일까. 사적인 질문을 계속 받다 보니 김씨는 ‘내가 운동하러 온 게 맞나’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처음 만난 사이에 상대의 나이나 학력, 출신 지역, 결혼 여부 등을 묻는 ‘호구조사 문화’가 있다. 영어권 나라에선 초면에 ‘몇 살이냐’고 묻는 게 실례지만, 존대어가 있는 우리나라에선 호칭 등을 ‘교통정리’하기 위해서라도 나이부터 묻곤 한다. 이런 호구조사형 질문 대신 서로의 안부나 관심사를 묻는 질문으로 만남을 시작하면 어떨까.

헬스장 등록한 한 직장인

“직업은?” “나이는?” “결혼은?”
신상 질문에 첫날부터 스트레스

‘모임 예절’ 만든 환경토론회

나이 묻지않아도 되는 호칭 사용
“배려받는 느낌” 모임 더 활기

진일석(26)씨가 속한 환경 관련 토론 모임은 지난해부터 ‘만남이 편해지는 대화 예절’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토론 모임에서 ‘곤란한 일’이 연거푸 발생해 회원들 간에 갈등이 생긴 게 계기가 됐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 30명이 모이다 보니, 일부 회원이 나이 어린 회원에게 무턱대고 반말을 하거나 학력이 낮은 이에게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하면서 서로 기분이 상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공부나 열심히 해”라며 학생 회원의 환경에 대한 관심사를 낮게 평가하거나, 토론할 때 고학력·명문대 출신 몇 명에게 발언권이 쏠리는 일도 발생했다. “○○씨는 좋은 학교 나오셨으니 잘 아시겠네요. 제가 뭘 알겠어요.” 이런 말이 나올 정도가 되다 보니 토론에 흥이 나지 않았다.

회원들은 지난해 10월 13개 ‘모임 예절’ 항목을 만들고, 이 항목을 읽고 모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성별, 나이, 학력, 장애보다 중요한 건 지금 앞에 있는 친구 그 자체입니다’ ‘성별·나이 등 위계질서가 있는 호칭 대신 서로 평등한 호칭을 부릅시다’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담긴 말은 하지 맙시다’ 등이 13개 조항에 담겨 있다.

모임 예절 실천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이뤄지진 않았다. 회원 한 사람은 이런 항목들을 듣고선 말없이 집에 가버린 적이 있었다. “이런 규정을 만든다고 사람들이 얼마나 변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었다. 하지만 이 항목들을 읽고 모임을 시작하는 일이 10차례 이상 이어진 지금, 모임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느껴진다”는 게 회원 대부분의 얘기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모임은 전보다 훨씬 활기 넘친다. 이 모임의 회원 이아무개(21)씨는 “사람들이 모이면 으레 하게 되는 나이, 학벌, 고향, 가족관계 등에 대한 질문을 안 하니 사소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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