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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남배우’란 말 어색하죠? ‘여배우’도 굳이 쓸 필요 없죠

등록 2016-03-30 21:34수정 2016-03-31 13:42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겨레>가 공동기획한 ‘해보면 달라져요’ 캠페인에 참여한 배우 김꽃비씨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겨레>가 공동기획한 ‘해보면 달라져요’ 캠페인에 참여한 배우 김꽃비씨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한국여성민우회 공동기획
‘해보면’ 달라져요


<5> 성 역할 구분하지 않기
“여배우란 단어는 ‘아름다워야 한다’ ‘고결해야 한다’ 같은 특정 이미지로 제한하는 것 같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말하자면 여성을 ‘성녀 아니면 창녀’ 식으로 구분해 ‘성녀’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느낌이랄까요.”

2003년 영화 <질투는 나의 힘>으로 데뷔해 <똥파리> <거짓말> 등 50여편의 영화에서 열연한 배우 김꽃비(31)씨는 ‘여배우’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성별만으로 배우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29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남배우’란 말을 썼을 때 어색하면 ‘여배우’란 말도 굳이 쓸 필요가 있냐”며 “어떤 사람을 설명할 때 수많은 특징 중에 성별만 굳이 앞세울 필요는 없죠”라고 말했다.

개성있는 연기파 배우로 사랑받고 있는 김씨는 <한겨레>와 한국여성민우회가 공동기획한 ‘해보면 달라져요’ 캠페인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특히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산하지 말자는 실천 항목에 공감이 간다고 했다. 평소 별생각 없이 쓰는 “남자는 울면 안 돼” “여자라면 다소곳해야지”와 같은 성 편견이 섞인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오토바이를 타는 게 취미인 그가 ‘바이크 전도사’라는 별명을 자칭하자 주변에서 “여배우가 왜 바이크를 타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배우는 활동적인 교통수단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란 고정관념이 깔려 있는 것이다. 김씨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땐 씩 웃으면서 “왜요?”라고 반문한다.

배우 김꽃비씨 캠페인 동참
‘여배우는 아름다워야 한다’
편견의 말 안하려 노력하고
‘여배우가 왜 바이크 타요’엔
고정관념 깨우쳐주려 실천중
“성별보다 다양한 특징 말해요”

한번은 우연히 어떤 이의 물컵을 빌릴 일이 있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여배우가 제 컵으로 마셔주면 고맙죠”라고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상대는 저를 칭찬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말이 그리 반갑지 않았어요. 여성인 배우는 가까이할 수 없는 존재, 남다른 존재라는 편견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일까. 그는 여배우란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거슬린다”고 했다. “예쁜 여성 배우를 불러놓고 얌전한 모습을 보여주면, 남성 진행자와 패널이 그 배우를 떠받들고, 이 모습을 카메라가 부각시키는 예능 프로그램들 있잖아요. 여성 배우에 대한 제한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 같아요.”

김씨는 ‘해보면 달라져요’ 캠페인의 첫 항목인 ‘외모 얘기 안하고 일주일 살아보기’에도 도전했다고 한다. “배우라서 실천이 어려운 것은 없어요. 배우라서 외모 평가의 대상에 자주 오르내리긴 하지만, 저 스스로 상대방의 외모를 언급하지 않는 건 다른 문제죠.” ‘솔직히 직업상 외모가 중요하지 않냐’는 질문엔 “배우의 외모는 오히려 현실과 가까워야 하는 거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동호회 사람들과도 실천을 공유하고 있다. 얼마 전 자신이 속한 모임인 ‘바이크 부흥회’에서 ‘모임 예절 13가지’ 캠페인을 회원들과 공유하고 서로에 대한 호칭 등을 재정비했다. “바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격없이 모인 모임이라 분위기는 좋아요. 하지만 나이 어린 사람에겐 ‘~씨’, 나이 많은 사람에겐 ‘~님’이란 호칭을 쓰는 등 약간의 위계질서가 있었죠. 그런 문화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김씨가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실천’에 공감한 계기는 뭘까. 그는 “6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시작하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팔로어가 7000여명인 그는 트위터를 통해 사회 현안에 대한 자기 의견을 솔직히 표현하며 사람들과 소통한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편견이나 차별을 바꾸려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더 많이 배워가고 있죠.”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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