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자신의 항소심 재판에서 2014년 9월1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 안가에서 단독면담을 갖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면담이 있었다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기억은) 착각”, “기억하지 못하면 내가 치매” 등 강한 표현을 써가며 그해 9월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개소식에서의 만남이 첫 단독면담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심리로 이날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신문에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첫 단독면담 시기를 둘러싼 공방이 오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기존 3차례 단독면담 이외에 2014년 9월12일 청와대 안가에서 ‘추가면담’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했다.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2014년 하반기 청와대 안가로 이 부회장을 안내했고, 이 부회장에게서 번호가 적힌 명함을 받아 전화번호를 저장했다”고 증언하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역시 “9월 안가 면담이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걸 근거로 삼았다. 안 전 비서관이 휴대전화에 ‘삼(3) 이재용’이란 이름으로 이 부회장 전화번호를 저장했고, 같은날 안 전 수석 휴대전화에 같은 번호로 ‘통화 가능 통보’라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는 점도 짚었다. ‘추가면담’을 입증해 부정청탁이 오간 시기를 넓히겠단 취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추가면담’ 사실을 시종일관 강하게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안 전 비서관이) 왜 그런 착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두 번(2015년 2016년)뿐”이라며 “적절치 못한 표현이지만 제가 그걸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라고 힘줘 말했다. 같은날 이 부회장 전화번호로 안 전 수석에게 전송된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도 “(안 전 수석이) 제 이름 등록 안 시키신 것이지요”라고 되물으며 “안 전 수석이 왜 저런 착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가지 않았다. 당시 저를 부르려는 계획은 있었던 것 같지만 저는 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외려 기존에 1차 단독면담으로 알려진 9월15일 대구 면담 때 안 전 비서관과 나눈 대화를 상세히 설명하며 “만약 박 전 대통령을 그 전주에 봤으면 (15일) 인사가 달라지지 않았겠냐”고 묻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또 자신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도 없었단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 유고 시 삼성전자 회장으로 취임할 계획 아니었나”라는 특검팀 질문에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이란 타이틀은 없을 것이고,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마지막 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단순히 누구의 아들이거나, 단순히 지분을 갖고 있어서 경영인이 (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사회와 임직원한테 인정받아서 기업인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에게) 했다”고 했다. 이어 “경영권 승계라는 검사님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경영권 승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나름의 계획은 있었다”며 ‘경영권 승계’란 표현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경영권 승계작업’이란 포괄적 현안 해결을 위해 박 전 대통령 쪽에 부정한 청탁을 건넸고, 박 전 대통령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