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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상]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고 황유미씨 아버지의 눈물

등록 2018-07-24 15:26수정 2018-07-24 17:32

삼성전자·반올림·조정위 3자 중재합의서 서명식
“조정위 중재안에 무조건 따르겠다” 합의해
2007년 불거진 ‘직업병 문제’ 11년만에 마침표
1000일 넘게 이어진 반올림 노숙농성 해제키로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조정위 3자 간 제2차 조정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서명식'에서 반올림 황상기 대표(왼쪽부터), 김지형 조정위원장,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가 조정위원 및 관계자들과 서명한 중재합의서를 들고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조정위 3자 간 제2차 조정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서명식'에서 반올림 황상기 대표(왼쪽부터), 김지형 조정위원장,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가 조정위원 및 관계자들과 서명한 중재합의서를 들고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0년 넘도록 지치지 않고 함께해줘 감사합니다. 반올림이 태어날 때부터 활동해준 분들도 고맙습니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대표가 24일 오전 ‘삼성전자-반올림 제2차 조정 재개를 위한 중재방식 합의서명식’이 끝난 뒤 직접 쓴 편지를 읽었다. 에이포(A4)용지 네 장에 쓴 편지에는 ‘고맙다’는 말이 수십 차례 등장했다.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황 대표는 중간중간 목이 멘 듯 말을 멈췄다. 황 대표는 서명식 전 <한겨레>와 만나 “많은 분이 노력해주신 덕분에 합의에 이르렀다”면서도 “너무 오랫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이 마침내 합의에 이르렀다.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지 11년 만에 이뤄진 합의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중재합의서 3자 서명식을 열고 10년 넘게 이어져 온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조정위가 제시할 중재안에 대해 삼성전자와 반올림 양쪽이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해왔다. 양쪽은 2016년 재발방지 대책 부분에 한해서 합의를 봤지만, 핵심쟁점인 사과와 보상 논의는 공전했다. 이에 조정위는 양쪽이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방식이 아닌 조정위가 만든 중재안에 합의하는 방식을 지난 18일 제안했고, 22일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이에 모두 동의함에 따라 사실상 사실상 합의가 마무리됐다.

조정위의 최종 중재안에는 △새로운 질병 보상 방안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반올림 농성 해제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조정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은 이날 서명식에서 “보상·사과·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등의 사항에 관해 중재안을 마련하겠다”며 “반올림 피해자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산업안전보건 문제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직업병 발병의 위험에 실효적으로 대처하는 방향까지 담는 방안을 모색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위는 9월 말에서 10월 초께 2차 조정 최종 중재안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조정위 3자간 제2차 조정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서명식'에서 반올림 대표한 황상기 씨가 발언 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조정위 3자간 제2차 조정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서명식'에서 반올림 대표한 황상기 씨가 발언 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날 서명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11년 만에 합의에 이르게 된 소감을 밝혔다. 삼성전자를 대표해 참석한 김선식 전무는 “회사와 반올림이 모두 조정위의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완전한 문제 해결을 눈앞에 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돈 없고 힘없고 가난한 노동자라 해서 작업현장에서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를 10년 넘도록 해결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섭섭한 일”이라며 “그래도 삼성 직업병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참 다행이다.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황 대표는 소감문을 읽다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는 200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년8개월가량 기흥공장에서 반도체 세정작업을 했던 황유미씨가 2005년 6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7년 3월 세상을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유미씨 외에도 백혈병에 걸린 수많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2007년 11월 반올림의 전신인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 및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출범해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산재를 인정하지 않던 삼성전자는 2014년 8월, 서울고법이 유미씨 등 2명에 대한 산재를 인정하는 확정판결을 내리면서 같은 해 11월 조정위 구성에 참여했다.

이번 합의로 반올림은 1000일 넘게 이어져 온 노숙농성도 풀기로 했다. 반올림은 2015년 10월 7일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전자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1022일 동안 노숙농성을 해왔다. 공유정옥 반올림 간사는 “노숙농성 1023일째인 25일 저녁, 농성 해단 문화제를 연 뒤 농성을 풀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힘을 실어줘서 오늘이 있었다. 앞으로도 반올림은 직업병문제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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