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최대주주로 있는 민간기업 툴젠 누리집 첫 화면. 툴젠 누리집 갈무리
서울대 ‘크리스퍼’ 감사 보고서 확인
김진수 교수의 크리스퍼 부당이전
특허 회복 법적시한 지난달 지나
김진수 교수의 크리스퍼 부당이전
특허 회복 법적시한 지난달 지나
서울대 산학협력단(이하 산단)이 시간을 끌다가 민간기업 툴젠이 무단으로 가져간 크리스퍼(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 일부 특허의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는 법적 시한을 놓친 것으로 밝혀졌다. 산단이 내부규정까지 위반해가며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최대주주인 툴젠으로 크리스퍼 특허를 이전했다는 지난해 9~10월 <한겨레21> 보도(제1229호·제1233호) 역시 서울대 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서울대로부터 ‘특정감사 결과 처분요구서’(이하 감사보고서)와 ‘김진수 교수의 연구성과와 제3자 명의 특허의 연관성 분석 및 자문용역’ 최종보고서(이하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아 10일 <한겨레21>을 통해 공개했다. 감사보고서는 서울대 상근감사실이 산단을 감사해 지난해 12월께 만든 자료이며, 용역보고서는 비슷한 시기 산단이 법무법인 태평양에 의뢰해 같은해 12월18일 받은 자료다.
김 교수팀은 국가연구비 35억3600만원을 지원받고 서울대 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연구했다. 법적으로 특허 소유권은 산단에 있었으나, 툴젠으로 넘어갔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과정에서 산단이 “(툴젠의) 직무발명 신고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신고서를 접수하거나 직무발명 신고가 접수되기도 전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직무발명 미신고를 방치하는 등 지식재산권의 관리를 소홀히” 한 점 등이 확인됐다.
특허 소유권을 원상복구시키는 행정조처 방안이 있었으나, 산단의 이해할 수 없는 시간끌기로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됐다. 용역보고서는 “툴젠 명의 특허가 무권리자의 출원임을 주장해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고, 등록무효 심결이 확정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재출원을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특허법상 특허 등록공고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기 전에 특허무효 확정 판결을 받아 특허를 재출원해야 ‘특허등록 시점’을 소급받을 수 있다. 툴젠의 마지막 한국 특허 등록공고일은 2017년 2월7일이다. 2019년 2월6일까지 툴젠의 특허무효를 확정받아 산단이 특허를 재출원했어야 한다는 뜻인데, 산단은 현재까지 등록무효 심판조차 청구하지 않았다.
산단은 2017년 6월30일 크리스퍼 특허 관련 민원을 받고 대책까지 세웠으면서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다. 대전지방경찰청이 수사를 하겠다고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데도 1년 넘게 무시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조사 협조 요청에도 자료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민형사 및 행정상 조처를 취하라”는 서울대 감사 결과 조처사항이 나왔는데도 현재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직 산단 직원은 <한겨레21>에 산단의 무대응의 배경을 꼬집었다. “민원 제기 뒤 첫 조사는 1년이나 끌 일이 아니었다. 산단은 특허 문제를 조사할 의욕과 의지가 전혀 없었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서울대 교수와 산단의 치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다.”
박용진 의원은 “행정조처 시한을 놓치게 된 것이 결국 서울대의 늑장 대응 때문이라면 이는 사실상 배임,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임시회에서 국회 교육위 차원의 고발 혹은 감사원 감사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1일까지 보직을 맡았던 김성철 전 산단 단장은 <한겨레21>에 “소송 준비를 의뢰한 상태에서 보직이 만료돼 인수인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월2일 부임한 윤의준 단장은 “소송 이야기는 못 들었다”며 “내용을 파악하느라 그동안 시간이 걸렸다. 김진수 전 교수의 소명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문제가 있다면 재계약을 요구하는 등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현 기초과학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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