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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건 왜 2만원이나 하지?

등록 2008-07-02 21:30수정 2008-07-10 10:38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강가 블루’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강가 블루’
[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 경찰|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강가 블루’
한국 인도음식의 기준이 돼 버린 인도음식점 1호,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비싼 편

⊙ 피의자 :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강가 블루’

⊙ 혐의 : 심하게 비싸다는 혐의를 잡고 인지수사. 한국 식당의 가격에 대해 고찰함.

⊙ 조사내용 : 6월 말 오후 6시 요리사 제트와 만났다. 요리사 제트는 인도 요리를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현지의 맛을 그나마 가깝게 즐기려면 이태원과 동대문의 인도·네팔 음식점이 좋다고 귀띔했다. 애피타이저로 사모사(감자로 속을 채운 일종의 인도식 만두)를 시켰다. 사모사 두 점이 든 1접시가 5000원. 치킨 사모사는 한 접시에 6000원이다. 한 점에 2500∼3000원의 귀한 사모사‘님’이다.


고 :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지하 1,2층에 식당이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 놀라울 정도로 비싸죠. 언젠가 파이낸스센터 지하1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가 2만원 가까운 값에 거의 사기당한 기분이 들더군요.

Z : 한국의 인도 레스토랑이 왜 이렇게 비싼지 요리사인 저도 궁금해요. 청담동의 한 인도 음식 레스토랑에 아는 요리사 후배가 있었습니다. 너무 궁금해서 “요리에 뭘 집어넣냐?”고 물은 적도 있습니다.

참 뻑뻑한 케밥, 사모사도 특이한 게 없네

사모사는 ‘한 점에 2000원을 내고 먹을 만하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주요리를 시켰다. 다른 일행 한 사람을 합쳐 모두 셋이 요기할 정도의 양을 시키기로 했다. 평소 인도 음식점에서 시켜보지 않았던 양고기 케밥 한 접시, 치킨 커리 한 접시, 그냥 난 한 접시와 마늘난을 각각 한 접시 시켰다.

고 : 한국의 음식값은 땅값 때문에 비싼 건가요? 그럼 서울보다 땅값이 비싼 뉴욕이나 도쿄가 서울과 음식값이 비슷하거나 싼 건 왜 그럴까요?

Z : 글쎄요. 저는 90년대 중반 요리 공부를 하면서 일본에 약 3년 머물렀습니다. 일본에서 제일 싸게 먹는다고 하면 얼마 정도가 드는 줄 아세요? 서민들이 그냥 먹는 가령 덮밥 같은 게 4천원이 채 안 됩니다. 380엔 정도죠. 도쿄만 그런 게 아니라 전국이 비슷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 강남 음식값과 광화문 음식값이 너무 천차만별입니다.

음식값이 무조건 싼 게 좋은 게 아니고 비싸다고 다 나쁜 게 아니다. 비싸더라도 ‘그럴 만하다’는 느낌을 분위기나 맛, 서비스에서 받을 수 있다면 괜찮다. 제트는 이를 두고 “작정하고 외식한다고 쳤을 때, 그 시간 동안의 행복을 살 수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양고기 케밥의 양과 치킨은 너무 뻑뻑했다. 치킨 커리는 나쁘지 않았다. 난은 타지 않고 부드럽게 구워내 맛이 좋아, 주문한 음식 가운데 가장 나았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양고기 케밥 한 접시가 2만원. 치킨 커리가 1만7000원. 그냥 난 2000원, 갈릭난이 2500원이었다.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강가 블루’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강가 블루’
Z : 케밥 맛이 참 특이하네요. 뻑뻑해. 사모사도 크게 특이한 게 없습니다. 맛에 비해 너무 비싸네요. 매장 안에서 음악을 안 틀어주는 것도 특이하네요. 분명 서울의 물가가 비싼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오히려 강남 파이낸스센터 음식값이 더 쌉니다. 강가는 사실상 한국의 첫 인도음식점이죠. 강가의 가격이 한국에서 인도음식 가격의 기준이 됐습니다. 강남의 인도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이 커리 하나, 요리 하나에 난 두 장 정도 시키면 4만원 정도 써야 합니다. 이건 다른 나라의 인도음식 가격에 비하면 싸다고 할 수 없죠. 서울의 음식값을 세계적인 도시들과 비교한다고 칩시다. 런던·뉴욕·엘에이·도쿄·파리·로마·서울·홍콩·상하이·시드니를 대충 10대 도시라고 치면, 제일 비싼 런던을 제외하고 서울이 비싼 축에 들어요. 국민들의 소득수준을 생각하면 너무 비쌉니다.

터무니없이 비싼 월세 때문일까

음식이 모자라, 치킨 비리야니(볶음밥)와 칠리 커리를 추가했다. 비리야니가 1만5000원이고 칠리커리가 1만9000원이다. 6000원짜리 라시(인도 전통 음료)까지 시키니 모두 10만1750원이 나왔다. 이렇게 비싼데도 손님들은 계속 줄을 이었다. 요리사 제트는 “음식이 비싸도 맛이 좋고 행복을 줄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강가는 ‘이건 왜 2만원일까?’라는 느낌을 준다. 광화문에서 종로 쪽으로 빠지면 갈 데가 있는데, (저 돈을 내고) 왜 저길 갈까?”라고 갸우뚱 거렸다.


고나무 기자의 맛 경찰
고나무 기자의 맛 경찰
제트는 ‘합리적 가격’을 여러 번 강조했다. 강가는 ‘터무니없는 가격은 결국 한국의 터무니없이 비싼 월세 때문일까?’란 생각이 들게 한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신축 건물 1층에 있는 한 20여 평 식당의 보증금은 1억2000만원이고 월세가 380만원이다. 이 식당 경영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하일 땐 월세가 더 낮아진다. 그는 파이낸스센터 지하 매장의 임대료에 대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 정도로 추측했다. ‘맛 경찰’의 의도는 특정 식당 죽이기가 아니다. 한국식당 문화가 일반적으로 가진 문제를 짚고자 한다. 불합리한 가격은 강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 송치 의견 : 셋이 크게 배부르지 않을 양을 주문했는데도, 10만원이 넘었다. 합리적 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고나무 기자의 맛 경찰’이 서비스가 형편없는 식당, 광고와 맛, 서비스가 다른 식당, 문제 있는 먹거리 업체에 대한 독자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할 곳 :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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