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생뚱맞게 소설가 김영하를 떠올렸다. 열정을 내비치지 않는 냉소주의 ‘쿨 가이’ 김영하는(열혈청년 시절 김영하가 궁금하면 <무협 학생운동>을 보시라. 근데 절판이라는) 2006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엠에프 체제 이후 우리 사회는 … 쿨의 패러다임에 맞춰 살고자 열심히 노력했지만 나라는 분단돼 있고, 핵 문제 터지면 어수선하고 …. 이곳은 개인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사회예요. 실은 다들 불안하고 초조한데 어떻게 쿨할 수 있겠어요. 생존전략으로서의 쿨, 포즈로서의 쿨이었기 때문에 위기상황에선 금방 폭로되는 거죠.”
뉴욕의 금융 공황에 어렵게 적금 붓는 공덕동 떡볶이집 아주머니의 삶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말이 다시 떠올랐다. “전 정치·경제 같은 거대담론에 관심없어요”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선언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절반은 정치·경제에 관심있는 사람에 대한 비아냥이다) 나역시 ‘~주의자’와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의 도를 넘은 자랑스러움이 가끔 재수 없다. 나도 재수 없게 답하자면 “그것도 이제 유행 지났거든요~?”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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