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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고 땀 나는 나랑 좀 놀아볼래?

등록 2017-03-30 11:48수정 2017-03-30 12:50

[ESC] 커버스토리 건강에서 몸 가꾸기로…시대별 인기 운동 변천사
스포츠 의류 업체 룰루레몬 직원 박인호(27·왼쪽)씨와 박정인(35·오른쪽)씨가 20일 서울 한남동 ‘최병철 펜싱클럽’에서 경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스포츠 의류 업체 룰루레몬 직원 박인호(27·왼쪽)씨와 박정인(35·오른쪽)씨가 20일 서울 한남동 ‘최병철 펜싱클럽’에서 경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람들은 내가 만만한가봐. 쉽게 접근했다 금세 싫증 내곤 떠나버려. 내가 별로 까다롭지 않은 건 사실이야.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

내가 누구냐고? 건강하게 살려면 평생의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고 의사들이 그토록 추천하는 나, 운동. 요즘에는 건강보다 외모 유지 수단으로 날 선택해. ‘몸짱’, ‘몸스타그램’ 같은 말 들어봤을 거야. 통계청에서 낸 자료를 보면, 일주일에 2차례 이상 운동하는 국민은 1989년 27.2%에 불과했지만 2015년엔 45.3%로 늘었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도 있지만, 그만큼 몸 자체에 관심이 커졌단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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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750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한 ‘100초에 보는 피트니스 100년사’라는 동영상 본 적 있어? 영국의 건강서비스·보험 업체인 베넨든이 2015년에 만들어 올린 건데, 지난 100년 동안 지구에서 인기를 끌었던 운동이 정리돼 있지. 1910년대 스트레칭부터 1950년대 훌라후프까지는 체조처럼 간단한 운동을 많이 했대. 서구에 자유와 낭만이 흘러넘쳤던 1960~70년대엔 트위스트, 재즈댄스가 유행해. 1980년대에 접어들어선 전 지구적 열풍을 몰고 왔던 에어로빅이 개발되지. 체조와 춤을 합친 운동이었어. 운동과 춤이 접목된 계보는 이후 태보, 스트리트댄스, 줌바로 이어졌고. 아마, 운동을 지루하게 생각하거나 재미없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아이디어였을 거야.

더 재밌는 건 한국의 한 일간지에 독자가 보낸 글이야. “출산 뒤 허리에 군살이 붙기 시작해, 다이어트를 해야 할 정도가 됐다. 운동구점에서 줄넘기를 고른 나를 보고 아빠가 폭소를 터뜨렸다.” 뭐가 재밌냐고? 서울 성북구 윤보경씨라는 독자의 이 글이 실린 신문이 나온 게 1970년이라는 거! ‘다이어트’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 처음 등장한 게 이 무렵이라는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여전히 먹고살기 힘든 시대였지만, 어쨌든 전보다 경제가 성장하고 중산층도 생겨나면서 벌어진 현상 아닐까 싶어. 당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 줄넘기였다는 사실도 함께 짐작해볼 수 있고.

1990년대 중반 열풍이 일었던 스쿼시.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1990년대 중반 열풍이 일었던 스쿼시.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1980년대에 들어서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알려주는 연재물이 일간지에 등장하기도 해. 경제가 급팽창하고 사람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쓸데없는 살이 붙기 시작한 거겠지. 좀 더 특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건 1990년대야. 이때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게 스쿼시. 1993년 서울 화곡동 88체육관에 처음으로 퍼블릭 코트가 생기면서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어. 드라마나 영화에선 스쿼시를 즐기는 게 세련됨의 상징처럼 그려지기도 했고. 1995년 나온 한 신문을 보면 “스쿼시 동호인이 5만여명인데, 20~30대 여성이 절반”이었대. 이 시대엔 수중에어로빅이나, 춤추는 게임 디디아르(DDR)를 활용한 다이어트도 유행했어. 그리고 동네방네 생겨난 헬스클럽도 사람들을 운동의 세계로 인도했지.

최근 저주파 자극이 가능한 옷을 입고 하는 이엠에스(EMS) 운동 같은 스마트 운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김예연씨 제공
최근 저주파 자극이 가능한 옷을 입고 하는 이엠에스(EMS) 운동 같은 스마트 운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김예연씨 제공
2000년대 이후엔 운동의 개념이 바뀌고 있어. 몸을 움직여 땀을 내는 엑서사이징(Exercising)에서, 몸을 훈련하고 단련하는 트레이닝(Training)으로 바뀌는 추세야. 몸을 단련해서 대결을 하거나 기록을 단축하는 등의 목표가 뚜렷해지고 있지. 2000년대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마라톤을 시작으로 철인3종 경기, 크로스핏 같은 트레이닝이 유행을 이어오고 있어. 최근엔 펜싱, 주짓수, 킥복싱, 이종격투기 같은 대결형 운동에도 관심이 뜨거워.

‘숨은 선’을 살려 몸매를 보정해준다고 알려진 운동도 여전히 인기야. 여성들 가운데 요가나 필라테스 한번 안 해본 사람은 찾기 힘들걸? 여기에 밴드 운동, 폼롤러, 폴 피트니스 같은 운동도 화제야. 온몸에 전기 자극을 주면서 운동하는 이엠에스(EMS) 같은 것도 ‘핫’하지.

어때, 나랑 좀 친해지고 싶지 않아? 뭘 하든 좋은데, 이것 하나는 기억해줘. 숨이 약간 가빠지면서 땀이 나야 운동인 거야. 아무리 좋다고 광고를 해도 땀이 나지 않으면 절대 운동이라고 볼 수 없어. 숨 가쁘고 땀 나는 것 중에 가장 재밌고 잘 맞는 것 하나를 찾아 평생 꾸준히 사랑해주길 바랄게!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도움말 단국의대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박은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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