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가 아닌 경험, 이른바 ‘스트리밍 시대’입니다. 스트리밍은 실시간 재생 기술로,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데이터가 처리된다는 뜻입니다. <스트리밍 스포츠>에서는 새로운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스포츠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유튜브 ‘새벽의 축구전문가’ 안민호(28)씨는 축구계에서 생소한 인물이다. 비선수 출신에, 코치 자격증도 없다. 하지만 구독자 12만명이 넘는 등 대중성이 있고,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협업하며 전문성도 인정받았다. ‘외부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축구 크리에이터가 된 안씨를 16일 직접 만났다.
‘새벽의 축구전문가’ 안민호씨. 안씨는 단순한 유튜버를 넘어 축구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 ‘호나우두’를 좋아했던 소년의 꿈
안민호씨는 2002 한일월드컵 세대다. 브라질 호나우두를 보고 자랐고, 초등학생 때 팀을 만들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다. 축구 기자를 꿈꿨고,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수원 삼성 기자단에서 1년간 활동했다.
그는 쉽고 즐겁게 축구의 재미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기자로서 경험한 일은 기대와 달랐다. 적성에도 맞지 않았다. 그때 안씨의 눈에 들어온 게 한창 떠오르던 유튜브였다.
2018년 독일월드컵 때 전술 분석 영상을 몇 차례 올렸다. 반응이 좋았다. 전술 분석을 택한 건, 유튜버가 아니라 축구 전문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꾸준히 전술 분석 콘텐츠를 올렸다. 이적설이나 자극적인 소재는 일부러 피했다.
■ 모두가 즐기는 축구를 위해서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전술적 공존에 대한 분석한 영상. 유튜브 갈무리
‘네가 무슨 전문가냐’는 비판도 있었다. 안씨는 이런 편견에 맞섰다. 그는 “축구는 대중문화가 돼야 한다. 누구나 영화나 음악에 관해 얘기할 수 있지만, 유독 축구 전술은 그렇지 않다. 그런 부분을 깨고 싶다”고 했다.
안씨는 국내에 나온 축구 전술 서적은 물론 해외 서적까지 구해 읽었다. 경기도 꾸준히 챙겨봤다. 특히 같은 팀의 다른 경기를 여러 개 챙겨봤다. 그는 “한 팀의 경기를 계속 보면, 특정한 패턴이 나온다. 여기서 발견한 전술적 포인트를 쉽게 설명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위기도 있었다. 경기 영상 저작권이 문제가 돼 영상이 대거 삭제됐고, 유튜브에 제재도 받았다. 하지만 안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작정 방송사들에 제안서를 보냈다. 다행히 한 방송국이 독일 분데스리가 영상 등을 제공했고, 다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다.
■ K리그 전술 세계, 쉽고 재밌게 전달하고파
박문성(왼쪽) K리그 해설위원과 리그 프리뷰 중인 안씨. 아프리카TV 갈무리
위기를 넘자 기회가 왔다. 프로축구연맹이 안씨에게 협업을 제안한 것. 연맹은 “자극적인 콘텐츠 없이, 전술 분석 영상을 꾸준히 만들어온 점을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전술 분석에 집중해온 안씨의 노력이 빛을 본 셈이다. 올 시즌 안씨는 K리그 공식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 만난다. 개인방송에선 박문성 K리그 해설위원과 리그 프리뷰도 진행하고 있다.
안씨가 올해 가장 주목하는 팀은 어디일까? 그는 울산 현대를 꼽았다. 울산이 유럽축구에서 유행하는 전술을 가장 잘 구현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고, 김도훈 감독의 경험치도 쌓였다”고 평가했다. 최근 유럽 무대를 경험한 감독들이 늘어나며 K리그 전술 대결이 더욱 흥미로워졌다고도 했다.
안씨가 연맹과 협업해 제작한 K리그 울산 현대 전술 분석 영상. 유튜브 갈무리
안씨는 “사실 K리그에도 다양한 전술이 있는데, 그간 주목받지 못했다. 포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움직임과 전술 포인트를 함께 살피면 더 재밌게 축구를 볼 수 있다. 앞으로 K리그를 재밌게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