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1969년에 태어났으니 새해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마흔살 현역 농구선수는 2004년 은퇴한 전주 케이씨씨(KCC) 허재 감독 이후 처음이다.
울산 모비스 이창수. 그는 늘 푸른 고목나무같다. 지난해에는 챔피언반지를 낀 최고령 선수가 됐다. 그리고 올해도 변함없이 코트에 섰다. 요즘 그의 출장시간은 되레 늘고 있다. 올 시즌 평균 7분 정도 뛰었는데, 지난 11일 원주 동부전에서 20분, 19일 대구 오리온스전에서 19분을 소화했다. 외국선수가 부진할 때 ‘빅맨’(1m96)인 그가 팀에서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체력은 괜찮냐고 묻자 “그건 문제없는데, 내가 많이 뛰는 것은 팀이 비정상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지나친 겸손이다. 그는 아직 팀에서 할 일이 많다. 전성기가 한창 지났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연봉도 해마다 오르고 있다.
그의 장수 비결은 뭘까? “체력관리야 요즘 젊은 선수들이 더 잘하죠. 영양보조제도 많이 먹고. 우리 때야 어디 그런게 있었나요?” 그는 “그저 술·담배 입에 대지 않고 규칙적으로 운동할 뿐”이라고 했다.
이창수는 농구 시작한 날을 정확히 기억한다. 1985년 2월15일, 친구들과 함께 군산시내를 걷던 그에게 군산고 농구감독이 다가왔다. 키가 또래보다 훨씬 컸던 그에게 농구를 권유했고, 마침 군산제일중을 졸업하고 군산고에 뺑뺑이로 배정받았던 그는 자연스레 학교에서 농구공을 잡았다. 경희대(88학번)를 거쳐 농구대잔치 전성기 때인 1992년 삼성전자에 입단했으니, 후배들에겐 그야말로 전설같은 얘기다.
그는 ‘언제까지 농구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당혹스럽다고 했다.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것도 없지만 1년 정도는 더 뛰고 싶다”고 했다. 외아들 원석이는 올해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된다. 올해는 시즌이 끝나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 “원석이와 농구하는 거요. 원석이에게 자랑스런 아빠가 되고 싶어요.”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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