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똥을 더럽게 생각하는 것은 비단 인간뿐일까? 이를 직접 실험한 연구가 있어 소개하려 한다.
일본의 코시마 섬(Koshima Island)에 사는 일본원숭이들은 모래가 묻은 고구마를 바닷물에 깨끗하게 씻어서 먹는다. 1953년에 이모(Imo·일본어로 ‘고구마’를 뜻함)라는 약 두 살짜리 일본원숭이가 처음 시작한 이 행동은 곧 무리 내로 퍼져나갔다. 영장류의 문화를 이야기 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이 행동은 문화의 측면뿐 아니라 위생의 측면도 함께 담고 있다. 이곳의 일본원숭이들은 고구마 외에도 지렁이나 도토리를 먹을 때 역시 흙을 털어먹는데, 모든 개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위생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
교토대학교 영장류연구소의 박사과정생 세실 사라비앙은 이러한 행동들을 유심히 보고 과연 고구마나 도토리 등을 잘 씻어 먹는 개체가 위생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지(비위가 약한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림 1. 일본원숭이가 그림과 같이 갓 싼 똥(맨 왼쪽)과 가짜 똥(가운데), 그리고 플라스틱판(맨 오른쪽) 위에 놓인 먹이를 살펴보고 있다.
실험은 간단하다. ① 실제 일본원숭이가 갓 싼 똥과 ② 가짜 똥(실제 똥과 유사한 플라스틱 똥), 그리고 ③ 플라스틱 판 위에 각각 먹이(밀알 또는 땅콩)를 올려두고 ①, ②, ③ 중 어떤 곳에 있는 먹이를 먹는지, 어떤 것은 먹지 않는지 보았다. 실험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실제 먹이를 자주 씻어 먹는 개체일수록 갓 싼 똥과 가짜 똥 위의 밀알을 먹지 않는 경향이 높았고, 그리고 이런 개체일수록 체외기생충에 감염되는 정도 또한 낮았다. 밀알보다 훨씬 접하기 어렵고 높은 에너지원을 가진 (일본원숭이가 선호하는) 땅콩의 경우에는, 조건에 상관없이 일본원숭이가 모두 먹는 모습을 보여주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인간의 모습과도 닮았다.
재미있는 건 실제 똥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가짜 똥 역시 일본원숭이의 비위를 상하게 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시각적 신호를 통해 더러움을 인지하고 피하는 것처럼 일본원숭이 역시 시각적 신호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자는 한발 더 나아가 침팬지로 연구 대상을 넓혔다. 침팬지가 똥이나 피, 정액 같은 분비물에 잠재적으로 오염된 먹이를 접할 때, 시각적·후각적·촉각적 신호를 이용하는지 알아보았다. 똥이나 피, 정액, 침 등은 신체에서 유래된 분비물로 접촉 시 감염성 질병에 노출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의 경우 특정 상황을 제외하면 위와 같은 분비물을 접할 경우 흔히 비위가 상하며 피하거나 씻어내는 등의 행동을 한다. 또한 위와 같은 분비물에 잠재적으로 오염된 음식은 더욱 먹지 않으려 한다. 과연 침팬지는 어땠을까?
위 사진은 침팬지가 (a) 시각적 신호를 이용하여 스펀지와 가짜 똥 위에 놓인 바나나 중 스펀지 위의 바나나를 고르는 모습, (b) 먹이통 옆에 냄새(똥, 피, 정액, 물)가 나는 대나무가 있을 때 먹이통에 접근하는 모습, (c) 눈에 보이지 않는 물체(밀가루 반죽, 밧줄)가 들어있는 먹이통에서 먹이를 꺼내는 모습이다. 실험에 사용된 밀가루 반죽은 세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인 습한 느낌을 주는 물질로, 인간의 경우 건조한 물질을 만졌을 때와 비교하여 더욱 역하다고 느낀다.
예상대로 침팬지는 인간과 유사하게 시각·후각·촉각적 신호를 모두 이용하여 잠재적인 오염원에 노출된 먹이를 구분했다. 그리고 오염원에 노출된 먹이는 그렇지 않은 먹이에 비해 먹는 것을 꺼렸다. 시각적 실험의 경우 가짜 똥 위의 먹이보다 스펀지 위에 놓인 먹이를 먼저 먹는 경우가 더 많았으며, 똥 냄새가 나는 먹이의 경우 먹는 것 자체를 꺼렸다. 또한 먹이통 안에 숨겨진 물체가 밀가루 반죽일 경우 역시 밧줄이 숨겨진 조건에 비해 먹이를 먹지 않는 경우가 월등히 높았다. 잠재적 오염원을 피하는 행동전략이 유전적인지 학습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위생관념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김예나 영장류 인지·행동학자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arabian C and MacIntosh AJJ. (2015). Hygienic tendencies correlate with low geohelminth infection in free-ranging macaques.
Biology Letters. 11:20150757.
Sarabian C, Ngoubangoye B, MacIntosh AJJ (2017). Avoidance of biological contaminants through sight, smell and touch in chimpanzees.
Royal Society Open Science. 4: 170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