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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협동하는 침팬지들 “빨대 줘봐, 이것 좀 먹게”

등록 2017-12-29 14:24수정 2017-12-30 00:24

[애니멀피플] 김예나의 영장류 마음 엿보기
동물은 인간처럼 고도로 협동할 수 있을까
세 가지 실험으로 침팬지의 행동 확인하다
줄다리기 할 때처럼 단순히 힘을 모으는 것만이 협동일까? 동물은 다른 개체의 마음을 읽어내고 역할을 나누면서 고도의 협동 전략을 구사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줄다리기 할 때처럼 단순히 힘을 모으는 것만이 협동일까? 동물은 다른 개체의 마음을 읽어내고 역할을 나누면서 고도의 협동 전략을 구사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동물의 왕국’에 자주 등장하는 사자, 늑대, 들개는 자신의 몸집보다 더 큰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종종 무리의 다른 개체들과 협동한다. 이들의 협동은 과연 인간에게서 보이는 협동과 어떻게 다를까?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시에 함께 일하는 것을 ‘협동’이라 정의한다면,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팀을 이루어 줄다리기를 할 때에는 팀을 이루는 각각의 구성원에게 주어진 역할이 특별히 다르지 않겠지만(물론 전문적인 줄다리기에 있어 전략이 존재할 수 있긴 하다), 농구경기를 한다거나 파티를 준비할 때에는 각각의 구성원에게 주어진 역할이 달라진다. 또한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협동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전반적 흐름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다른 동물들은 이러한 인지능력들을 갖추고 있을까?

추적하고, 망보고…역할 나눠 사냥하는 침팬지

동물의 협동 행동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야생 관찰과 실험이 가장 많이 이뤄진 동물은 역시 침팬지다. 아프리카 타이국립공원에 사는 침팬지들은 콜로부스원숭이를 협동 사냥할 때 나무 위의 원숭이를 쫓아 올라가는 역할, 원숭이가 도망칠 수 있는 루트인 주변 나무에서 기다리는 역할, 바닥에 떨어질 경우에 대비하여 땅에서 기다리는 역할 등을 나누어 맡는다. 성공적 사냥을 위해 서로의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시간과 위치에 맞게 움직인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목표물을 향해 동시에 돌진하는 사냥과는 다르다. 이렇게 각각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협동사냥은 동물 세계에서 매우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 소개할 연구는 침팬지가 과연 협동을 하면서 상대방의 필요성을 인식하는지(실험1), 상대방의 목적을 이해하는지(실험2), 그리고 서로의 차례를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지(실험 3)에 관한 것이다.

그림1. 실험장치 및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한 쌍의 침팬지. 침팬지 미즈키(위)가 츠바키(아래)가 밧줄을 잡아당기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림1. 실험장치 및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한 쌍의 침팬지. 침팬지 미즈키(위)가 츠바키(아래)가 밧줄을 잡아당기기를 기다리고 있다.
첫번째, 히라타 실험장치(Hirata’s apparatus)를 실험이다. 구멍이 뚫린 두 개의 벽돌 위에 각각 먹이를 하나씩 두고, 두 벽돌을 관통하는 하나의 밧줄을 연결하여 두 마리의 침팬지가 밧줄의 양 끝을 동시에 잡아당겨야만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그림1).

만일 상대방의 도움(협동) 없이 혼자서 성급하게 밧줄을 잡아당기면 밧줄이 구멍에서 빠져 어느 누구도 먹이를 먹을 수 없게 된다. 이 실험장치를 접한 두 마리의 침팬지는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통해 협동을 위한 서로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된다. 또한 실험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성공률 또한 높아졌다. 그림에서 미즈키라는 침팬지가 자신의 파트너인 츠바키가 밧줄을 잡아당기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1).

동료에게 빨대와 막대를 줄 수 있을까?

두 번째 실험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협동하려는 상대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이해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를 상대에게 적절히 제공할 수 있는지 보는 것이다.

한 쌍의 침팬지가 짝을 이루어 진행된 실험에서 둘 중 한 마리의 침팬지는 빨대(조건 1) 또는 막대(조건 2)를 이용해야만 앞에 있는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 침팬지의 옆에 있는 파트너 침팬지에게는 빨대와 막대, 그리고 먹이를 먹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5가지의 도구(총 7가지: 그림 2)를 준다.

그림 2. 먹이를 먹기 위해 필요한 도구인 막대와 빨대, 그리고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은 도구들이 한 통에 담겨 침팬지에게 제공된다.
그림 2. 먹이를 먹기 위해 필요한 도구인 막대와 빨대, 그리고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은 도구들이 한 통에 담겨 침팬지에게 제공된다.
만일 파트너 침팬지가 자신의 옆 부스의 침팬지를 돕고자 한다면 그 침팬지에게 필요한 도구(빨대 또는 막대)를 정확히 판단하고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연구자는 침팬지가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하여 상대방이 보이는 조건(그림 3A)과 그렇지 않은 조건(대조군, 그림 3B)으로 나누어 실험하였다.

영상1. 침팬지의 협동 실험

영상2. 침팬지의 협동 실험

침팬지는 상대방이 필요한 도구가 무엇인지 볼 수 있었던 조건에서 상대방에게 필요한 도구를 더욱 잘 전달하였으며(영상 1, 2), 상대방의 적극적 요구(손을 내밀거나 박수를 치는 등)가 있었을 경우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 이 실험은 침팬지의 협동이 목적과 역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인간과 달리 언어라는 의사소통 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침팬지에게 있어 시각적 신호의 제한은 협동의 성공 여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림 3. A에서 침팬지는 옆 부스에 있는 파트너가 밖에 있는 주스를 안으로 가져오기 위해 막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B에서는 벽면이 가려져 있기 때문에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알 수 없다.
그림 3. A에서 침팬지는 옆 부스에 있는 파트너가 밖에 있는 주스를 안으로 가져오기 위해 막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B에서는 벽면이 가려져 있기 때문에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알 수 없다.
각각의 역할과 차례 이해하는 협동 수준

마지막 실험에서는 침팬지가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의 역할과 차례를 적절히 모니터링하고 조율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실험에 참여한 침팬지들은 컴퓨터에 나타난 숫자를 오름차순으로 나열하는데 이미 능통한 녀석들로, 본 실험에서는 두 마리의 침팬지가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뉜 하나의 화면에 무작위로 나타난 8개의 숫자를 순서에 맞춰 오름차순으로 나열해야 한다(그림4, 영상3).

만일 상대방의 순서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화면에만 집중하여 숫자를 나열하려 한다면 실험은 중단되고 먹이는 제공되지 않는다. 침팬지들은 특별히 많은 훈련과정 없이 처음부터 비교적 높은 성공률을 보였으며, 파트너가 없이 숫자가 자동으로 사라지게 한 대조군에서는 성공률이 크게 떨어졌다. 대조군에서는 반복되는 실험에도 파트너가 있었던 조건과 비교하여 학습의 속도가 현저히 낮았으며, 이는 침팬지가 단순히 화면에서 사라지는 숫자에 의존하여 문제 해결을 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와 행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조정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림 4. 1부터 8까지의 숫자가 무작위로 4개씩 왼쪽과 오른쪽 화면에 정렬되며 침팬지는 화면 속의 숫자를 오름차순으로 눌러야 한다.
그림 4. 1부터 8까지의 숫자가 무작위로 4개씩 왼쪽과 오른쪽 화면에 정렬되며 침팬지는 화면 속의 숫자를 오름차순으로 눌러야 한다.
영상3. 침팬지의 협동 실험

위의 세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침팬지는 협동 대상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그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너와 그렇지 않은 파트너를 구분하여 다음번 협동 상대를 고르는 능력 또한 갖추고 있다.

다음번 연재에는 ‘침팬지가 과연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가’에 대해 연구한 실험들로 돌아오겠습니다.

김예나 영장류 인지·행동학자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irata and Fuwa. (2007). Chimpanzees (Pan troglodytes) learn to act with other individuals in a cooperative task. Primates. 48:13-21.

Yamamoto S, Humle T, Tanaka M. (2012). Chimpanzees’ flexible targeted helping based on an understanding of conspecifics’ goals. PNAS. 109:3588-3592.

Martin C, Biro D, Matsuzawa T. (2017). Chimpanzees spontaneously take turns in a shared serial ordering task. Scientific Reports. 7: 1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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