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찍는 일은 고상하지 않다. 그들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것은 그들이 사는 곳으로 내려가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땅바닥에 배를 깔고 눕거나, 무릎을 꿇어야만 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바닥에 누워서 셔터를 누르고 있으면 이상한 사람 보듯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는 이도 있다.
“뭘 그렇게 찍어요?”
“길고양이요.”
“아, 별거 다 찍네”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어, 얘들은 도망가지 않네” 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으로 같이 찍는 사람이 있다. 그럼 나는 이때다 싶어 힘 빼고 지나가는 말투로 찍히고 있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풀어 놓는다.
“저 어미가 올 봄에 새끼를 넷 낳았는데요. 한 마리도 살리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가을에 태어난 새끼 넷은 이발소 아줌마가 창고에 사료와 물을 놔주고,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사는 아가씨도 애들을 챙겨주면서 이렇게 다 살렸어요.” 그러면 “그래요? 아이고, 얘들 살리려고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네! 고마워라” 하면서 몇 컷 더 찍고는 가볍게 인사하고 그 자리를 떠난다.
가방을 둘러멘 덩치 큰 남자의 이상한 행동에 호기심을 가지고, 결국 옆에 서서 길고양이 사진을 찍은 그 사람은 사진을 SNS에 올리거나 친구나 가족에게 보여줬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찍은 사진을 다시 꺼내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휴대폰에 남은 길고양이 사진 몇 장으로 길고양이도 피사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됐을 것이다. 길고양이가 피사체, 즉 찍어도 되는 대상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길고양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분명 좋은 징조다. 마음으로 길고양이를 받아들일 사람이 늘어간다는 뜻일테니까.
고작 사진 한 장 찍는 일에 너무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고? 글쎄, 큰 변화의 시작은 작고 사소한 행동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고, 알고 있다. 지난겨울 한 사람이 들었던 작은 촛불 하나가 우리의 삶을 바꾸고 나라를 바꾸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당신이 찍은 길고양이 사진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보이면 찍고, 찍은 것은 보여주고, 보여주며 이야기 하자. 알려야 바뀌고 알아야 바꿀 수 있다.
글·사진 김하연 길고양이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