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식이는 만날 때마다 나에게 뭘 맡겨놓은 듯 보챘고, 닭가슴살을 주면 늘 두 조각씩 먹고 갈 정도로 식성이 좋았다.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나에게 늘 받기만 하는 친구였다. 그것도 늘 두 개를 받았다. 받기만 하면서 울고 불며 보채기 일쑤였다. 늘 같은 자리에 있었으면 했지만 늘 자리를 옮겨 만났다. 멀리 가지 않고 딱 찾을 수 있을 만큼만. 어떤 날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등장해 당황하기도 했다. 그때도 울고불고 보채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돌아다닌 이유가 동네 힘센 애들에게 쫓겨 다녀서 그랬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쓰다듬는 내 손 대신 무언가를 기다리며 반대편 손을 바라보고 있는 호식이.
뚱한 표정이지만 오랜만에 봤는데도 반갑게 뒹굴며 아는 척을 해준 호식이.
맞고 다니지만 말고 붙어 싸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친구는 싸움을 시작했다. 가끔 이기는 것 같기는 했지만 온몸에 흉터가 쌓였고 만날 기회가 줄었다. 싸움도 답은 아니었다. 다시 싸우지 않았으면 했다. 싸울 수 없게 중성화 수술(TNR)을 해줬더니 친구는 골목을 떠났다. 길고양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면, 제 영역에서 쫓겨나더라도 안정적인 밥 자리를 찾아 머무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떠난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골목을 떠나 담장 넘어 자리를 잡은 곳은 어느 집 마당. 다행히 집 주인은 친구에게 집도 만들어 주고 밥도 챙겨주었다. 그렇게 친구는 나를 잊고 골목을 잊었다. 못 보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친구가 안전하다면. 친구가 편안하다면. 그러나 친구가 사라진 골목은 텅 비어 보였다.
“뭐 없냐”는 표정의 호식이. 귀를 양 옆으로 눕힌 채 인내하며 닭가슴살을 기다리고 있다.
늘 닭가슴살 두 개를 먹어치우는 호식이. 골목 친구에서 안전한 곳에 터전을 마련한 ‘마당냥이’가 됐다.
8개월 만이었다. 친구가 사는 집을 지나다가 혹시 해서 담 아래로 고개를 숙이는 데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친구는 기꺼이 문밖으로 나와서 내게 악수하듯이 몸을 비볐다. 나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반가워 이런저런 말을 거는데, 친구는 자꾸 내 손만 쳐다본다. 닭가슴살을 줬다. 예전처럼 하나는 정신없이 먹어치우고 두 번째 것은 코로 한번 냄새를 맡고 입으로 핥은 뒤 조금씩 찢어서 먹었다. 변하지 않은 식성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친구는 등산복 차림으로 뒷짐 지고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남자를 보더니 담장 위로 뛰어 올라갔다. 가다가 고개 돌려 날 한 번 쳐다본다. 그리고 마당으로 내려갔다.
친구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언제 볼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친구가 있는 집을 기웃거렸다. 또 보고 싶어서. 친구 이름은 호식이. 닭 가슴살을 늘 두 개 먹는 식성 때문에 붙여준 이름이다. 호식아, 꼭 또 보자.
글·사진 김하연 길고양이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