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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이번 생에 캣맘은 처음이니까요

등록 2019-06-25 10:00수정 2019-06-25 10:24

[애니멀피플]김하연의 묻지 않는 고양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당신에게
울어서 시끄러우니까 밥 주지 마세요. 무서우니까 밥 주지 마세요. 혐오스러우니까 밥 주지 마세요. 화단을 망치니까 밥 주지 마세요. 냄새나니까 밥 주지 마세요. 더러우니 밥 주지 마세요. 빌라 센서 등이 길고양이 때문에 자꾸 깜빡거리니 밥 주지 마세요. 벽돌을 맞을 수 있으니 밥 주지 마세요. 우리 집 앞에서 밥 주지 마세요. 여기도 저기도 밥 주지 마세요. 우리 골목에 밥 주지 마세요. 우리 아파트에는 밥 주지 마세요. 고양이가 비둘기를 잡아 죽이니까 밥 주지 마세요. 길고양이가 자꾸 차에 들어오니 밥 주지 마세요. 길고양이가 차에 치여 죽으니 밥 주지 마세요. 병 옮기니까 밥 주지 마세요. 똥 싸니 밥 주지 마세요. 쓰레기봉투 찢으니 밥 주지 마세요.”?

나는 당신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무서워도, 더러워도, 전염병에 걸렸어도, 화단을 망쳐도, 냄새가 나도, 똥을 싸도 나는 당신이 밥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나를 불편하게 해도 욕을 해도 밥은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왜? 밥을 먹는다는 것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해야 하는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하고 고귀한 행위니까요. 그것은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우리가 모두 그렇습니다. 아니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그렇습니다. 길에 사는 고양이라고 다르겠습니까.

길고양이가 아무리 싫어도, 미워도, 존재 자체가 불편해도 밥 먹는 것만큼은 방해하면 안 됩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는 우리가 밥을 주지 않는다면 쓰레기를 뒤져서 배를 채워야 합니다. 골목이 파헤쳐진 쓰레기로 지저분해지는 것보다는 깨끗한 것이 낫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사람이 먹다 버린 음식 먹고 싸는 똥은 냄새가 더 지독합니다. 사료를 먹으면 똥 냄새도 훨씬 덜 납니다. 골목을 깨끗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우리 돈으로 시간을 내서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사서 먹이는 것입니다. 바로 당신에게 갈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말이죠. 물론 길고양이를 돌보는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길고양이 돌보지는 못합니다. 경력이 짧으면 실수도 하고 모르는 것이 많아서 실수도 합니다.

캣맘이 이번 생에 처음이니까요.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움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제발 방해는 하지 마세요. 우리가 제대로 활동해야만 길고양이 민원이 줄어듭니다. 대표적인 길고양이 정책 TNR이라는 것도 우리의 도움이 없으면 제대로 진행되기도 힘들고 성과를 내기도 어렵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괴롭히기 위해서 길고양이 밥을 주는 것도 아니고 길고양이 개체 수 늘리기 위해서 밥을 주는 것도 아니며 고상한 취미 생활로 밥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길고양이가 밥 굶지 않고 느긋하게 잠자면서 열심히 쥐 잡으며 살기를 바랄 뿐이고. 싫어하는 당신에게 길고양이가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제발 “쓰레기봉투 찢으니 밥 주지 마세요”라는 뭘 모르는 소리로 다리에 힘 빠지게 하지 마세요. 뜯지 말라고 밥 주는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면 어찌합니까. 특히 그렇게 좋으면 데려가서 키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세요. 정말 쓰러질 것 같습니다. 노숙자가 불쌍하면 집으로 데리고 와야 합니까. 아프리카의 코끼리를 위해 후원하면 데리고 와야 하느냐고요?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서 힘들어진 북극곰의 삶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 데리고 와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 아닙니까. 제발 좀! 모르는 소리 하지 말고 같이 삽시다.

김하연 길고양이 사진가

‘김하연의 묻지 않는 고양이’ 연재를 마칩니다.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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