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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동물원 교육의 기본은 ‘자연 환경’

등록 2017-10-09 11:53수정 2017-10-09 16:56

폐원 위기 극복 일본 아사히야마동물원
비결은 특별한 동물이 없다는 것
동물의 습성 드러내는 전시 통해 이해와 공감↑

아사히야마 동물원 펭귄관에서 펭귄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아사히카와의 중학생들.
아사히야마 동물원 펭귄관에서 펭귄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아사히카와의 중학생들.

동물원의 살아남기 ② 교육하는 동물원

생명이 있는 동물을 가두어 관람을 한다는 점에서 동물원 존폐 논란의 역사는 오래됐다. 동물원을 당장 없앨 수는 없다. 여기서 동물원의 역할과 책임을 따지는 질문이 나온다. 첫번째는 교육이다. 선진 동물원은 동물이 살아가는 모습과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동물이 인간과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그 둘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반면, 국내 동물원은 직업 체험이나 동물 지식 전달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동물교육 철학을 담은 국내 동물원을 소개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일본 홋카이도 3대 도시 아사히카와에 있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동물의 움직임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전시’로 유명한 곳이다. 1996년 폐원 위기를 겪었지만 동물 행동을 잘 볼 수 있는 아사히야마만의 아이디어로 시설을 개선하면서 일본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해 3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다. 아사히카와시 산하 동물원으로, 관람료 수입만으로 운영이 가능한 공영동물원의 신화적 존재다.

아사히야마의 특별한 점은 ‘특별한 동물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원에 없는 동물을 데려와 관람객을 늘리려는 노력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신기한’ 동물이 없으니 “시시하고 재미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자연스레 관람객 수가 줄었다. 하지만 동물원은 타협하지 않았다. ‘모든 동물은 특별함을 갖는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에게 동물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방법을 고민했다. 그런 깊은 고민이 동물의 야생성을 최대한 이끌어내 극적으로 보여주는 ‘아사히야마 행동전시’를 탄생시켰다.

아사히야마 동물원과 동물에 관한 퀴즈가 적힌 종이를 들고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중학생.
아사히야마 동물원과 동물에 관한 퀴즈가 적힌 종이를 들고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중학생.

동물뼈 표본.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아사히카와 각 학교에 학습 교재로 동물뼈와 장기 등을 대여하고 있다.
동물뼈 표본.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아사히카와 각 학교에 학습 교재로 동물뼈와 장기 등을 대여하고 있다.

동물원 사육사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놓은 안내문. 아사히야마 사육사가 직접 손글씨로 적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붙여 만들었다.
동물원 사육사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놓은 안내문. 아사히야마 사육사가 직접 손글씨로 적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붙여 만들었다.

아사히야마 실외 펭귄관 안에서 걷고 있는 펭귄 모습.
아사히야마 실외 펭귄관 안에서 걷고 있는 펭귄 모습.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펭귄들 모습. 겨울이면 사육사들이 펭귄들을 동물사 밖으로 데리고 나와 운동을 시키는데, 일명 ‘펭귄 산책’으로 불린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관람객이 이 동물원을 찾는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펭귄들 모습. 겨울이면 사육사들이 펭귄들을 동물사 밖으로 데리고 나와 운동을 시키는데, 일명 ‘펭귄 산책’으로 불린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관람객이 이 동물원을 찾는다.

아사히카와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아사히야마 동물원 펭귄관 안에서 헤엄치는 펭귄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아사히카와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아사히야마 동물원 펭귄관 안에서 헤엄치는 펭귄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원통 모양의 구조물을 통과하는 바다표범의 모습. 바다표범관은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한 동물의 야생을 끌어내는 아사히야마 ‘행동전시’의 대표적인 사례다.
원통 모양의 구조물을 통과하는 바다표범의 모습. 바다표범관은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한 동물의 야생을 끌어내는 아사히야마 ‘행동전시’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5월 찾은 북극곰관은 곰의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사히야마는 북극곰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의 위치’에 변화를 줬다. 사람들은 북극곰사 가운데 있는 건물 지하로 들어가 실외 동물사와 연결된 통유리를 통해 곰의 행동을 관찰했다. 북극곰이 봤을 때 사람들의 모습은 먹잇감인 물개나 바다표범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것처럼 보이고, 그 순간 본능적으로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사육사는 사람 쪽으로 다가오는 북극곰에게 먹이를 주며 이런 행동특성을 설명했다.

펭귄사 역시 사람의 위치를 이동시켜 동물의 움직임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실외 동물사와 연결된 건물 지하로 들어가니 펭귄이 헤엄치는 수조 밑으로 수조관이 설치돼 있었다. 수조관 가운데 서서 위를 바라보면 펭귄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 펭귄은 사람의 시선을 크게 느끼지 못한 채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사람은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하타케야마 준 아사히야마 홍보 담당은 “어떤 동물이든 각자의 개성과 능력, 특징이 다 다르다. 어떤 동물은 점프력이 좋고, 어떤 동물은 손힘만으로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으며, 어떤 동물은 수중에서, 어떤 동물은 육상에서 더 왕성하게 활동한다. 각 동물의 개성과 특징이 잘 나타날 수 있게 이끌어내는 게 행동전시다. 동물원의 제한된 공간에서도 동물의 야생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노력한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아사히야마는 사람들이 동물원을 단순히 ‘동물을 관찰하는 곳’이 아니라 ‘동물에게 공감할 수 있는 곳’으로 여기길 바란다. 사람들이 각각 동물의 특별한 점을 발견하면서 동물이 느끼는 감정까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노력한다.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이해한다면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을 키울 거라 믿는 것이다.

이 동물원이 지역사회, 특히 학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다른 존재를 공감하는 능력은 ‘하루 견학’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사히야마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동물에게 관심을 갖고 접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을 자신의 주된 역할로 삼는다.

그 중심에 ‘아사히야마 동물원교육연구회’가 있다. ‘학교와 동물원이 융합하고, 어린이들에게 동물의 훌륭함을 알린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연구회는 동물원, 학교, 대학 관계자들이 모여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 등을 만들고 동물원의 미래를 의논하는 조직이다. 각 기관의 대표뿐 아니라 유치원·학교·대학교의 선생님과 일반 대학생, 동물원 직원도 참여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북극곰관과 바다표범관의 실외 조감도.
아사히야마 동물원 북극곰관과 바다표범관의 실외 조감도.

아사히야마 동물원 하마관은 천장에 투명유리를 설치해 관람객이 하마의 다양한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하마관은 천장에 투명유리를 설치해 관람객이 하마의 다양한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하마관의 옆쪽 벽은 통유리 대신 원형의 유리를 군데군데 설치했다. 하마가 받는 시선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하마관의 옆쪽 벽은 통유리 대신 원형의 유리를 군데군데 설치했다. 하마가 받는 시선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아사히야마 북극곰관 안에서 관람객들이 곰이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북극곰은 아래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먹이라고 생각해 물속으로 뛰어든다.
아사히야마 북극곰관 안에서 관람객들이 곰이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북극곰은 아래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먹이라고 생각해 물속으로 뛰어든다.

아사히야마 북극곰관 안에서 관람객들이 곰이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북극곰은 아래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먹이라고 생각해 물속으로 뛰어든다.
아사히야마 북극곰관 안에서 관람객들이 곰이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북극곰은 아래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먹이라고 생각해 물속으로 뛰어든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펭귄들 모습. 겨울이면 사육사들이 펭귄들을 동물사 밖으로 데리고 나와 운동을 시키는데, 일명 ‘펭귄 산책’으로 불린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관람객이 이 동물원을 찾는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펭귄들 모습. 겨울이면 사육사들이 펭귄들을 동물사 밖으로 데리고 나와 운동을 시키는데, 일명 ‘펭귄 산책’으로 불린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관람객이 이 동물원을 찾는다.

아사히카와 지역 모든 학교에 적용되는 정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 학교에서 신청하면 동물원이 직접 선생님과 상담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과 동물원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 사이의 접점을 찾아가면서 각 학교와 학급만의 ‘동물 커리큘럼’을 짜는 방식이다. 아이의 성장과정에 맞춰 각 학년 수준에 맞게 내용을 해마다 조율한다.

사육사들이 직접 손으로 쓴 안내판은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동물과 공감하기’를 바라는 아사히야마의 세심한 배려다. 물론 국내에도 그런 안내판이 있기는 하지만, 아사히야마처럼 동물종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각 동물의 이름과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살아오고 있는지 등 자세한 부분까지 그림을 곁들여 적어놓은 곳은 없다. 가토 아키히사 아사히야마 홍보 담당은 “사육사는 그 동물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하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마음과 관심이 가장 크다. 전통적으로 그 마음을 담아서 안내문을 직접 쓰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 겐 아사히야마 동물원장은 “동물원은 다양한 생명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어떤 동물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고 이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현관문과 같다. 공공시설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 아니다. 각 기관의 활동을 통해 시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 그 목적이다. 공영 동물원은 관광시설로서의 역할과 공공시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양립해야 한다. 우리가 동물원의 교육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사히카와/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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