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의 한 버스영업소에 주차된 버스에 준공영제 시행을 촉구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용인/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5일 예고된 전국의 버스 파업을 하루 앞두고 대구에 이어 인천과 광주에서 버스 노사가 임금 인상률 등에 합의하면서 전국 연대 파업이라는 상황은 피하게 됐다. 경기와 충남 지역 버스 노조는 파업은 유보하되, 노사간 협상은 이어가기로 했다. 특히 주 52시간 노동제 시행에 따른 인력 충원과 임금 보전 등을 놓고 진통을 겪어온 경기도는 오는 9월부터 일반 시내버스와 직행 좌석버스 요금을 각각 200원, 400원 올려 운영 재원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14일 전국 주요도시 버스노동조합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인천과 광주 지역 버스 노조는 회사쪽과의 임금협상 잠정 타결에 따라 15일 예정된 파업 참여를 철회했다. 인천 시내버스 노사는 버스기사 임금을 올해 8.1% 올리는 등 2021년까지 현재 수준보다 20% 이상 인상하기로 뜻을 모았고, 광주 시내버스 노사도 임금 총액 기준 6.4% 인상에 합의했다. 충남과 관심을 모은 경기 지역 노조는 파업을 유보하고 노동쟁의 조정기한을 연장해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구 시내버스 노사는 지난 13일 시급 기준으로 임금 4.0% 인상안 등에 합의하면서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다. 서울 지역 노사는 15일 0시50분 현재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14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만나 버스 요금 인상안에 대해 합의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시내버스 요금은 200원, 직행 좌석버스 요금은 400원 올릴 방침이다. 버스요금을 인상하라고 꾸준히 압박해온 국토교통부의 요구를 경기도가 수용한 것이다. 대신 정부는 경기도에서 서울과 인천 등을 넘나드는 광역버스를 국가사무로 전환해 준공영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바뀐 요금 체계는 9월께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은 버스요금을 올리지 않는다. 그동안 경기도는 요금 인상을 압박하는 정부에 “수도권 통합요금제로 묶인 만큼 경기도만 요금을 인상해선 안 되고 서울과 함께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는 “버스요금 인상 요인이 없는데 경기도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시민 부담을 늘릴 수 없다”며 버스요금 인상에 반대해왔다. 서울시는 버스회사의 적자분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버스기사 약 300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운행 횟수를 줄여 평균 근무시간을 47.5시간으로 낮춰놨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요금 인상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경기도민에게만 차별적인 요금을 적용해선 안 되고, 경기도 요금 인상분의 20%가 환승할인으로 서울시로 귀속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광역버스를 국가사무로 이관하는 등 정부가 경기도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이 지사도 끝내 요금 인상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버스 파업을 앞두고 있고, 주 52시간제 정착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이 시급한 과제인데, 해결 방법이 참으로 마땅치 않다”며 “지금 현재 상태로 계속 갈 경우 결국 대규모 감차 운행이나 배차 축소로 인한 도민들의 교통 불편이 극심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이 예상되기 때문에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통합요금제에 따라 서울시로 귀속되는 경기도의 버스요금 인상 수입금은 회수해 경기도로 반환하기로 했다.
홍용덕 이정하 박경만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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