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가 지난 3월 여수산단 유지·보수 노동자 3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작업복 세탁 실태조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남노동권익센터 제공
국가산단인 여수산단과 대불산단에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를 열기 위한 노사민정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전남도의회는 12일 오후 2시 청사 2층 초의실에서 토론회를 열어 노동권의 상징인 작업복을 노동자가 스스로 세탁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 토론회에서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단장은 김해의 작업복 세탁소 추진 사례를 소개하고, 문보현 전남노동권익센터 팀장은 노동자 복지 증진을 위한 제언을 내놓는다. 금속·플랜트 분야 노동계도 참여해 여수·대불산단의 작업복 세탁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작업복 공동 세탁소 설치를 촉구한다. 이들은 특히 공을 넘겨받은 전남도의회가 노사민정의 공동협력 방안을 담은 조례안을 서둘러 마련하라는 바람을 전달하기로 했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지난해 11월 경남 김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김해 세탁소는 한 벌에 500원씩을 받고 하루 1000벌의 작업복을 세탁하는 등 순항 중이다. 이어 오는 7월엔 광주시에 두 번째 세탁소가 운영될 예정이다. 광주에선 한 벌에 600원씩을 받을 예정이다.
전남에선 공론화를 거쳐 무료 운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자동차나 금호타이어 등 대기업 노동자는 회사에서 무료로 세탁하는 만큼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한테도 같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노동계는 사업장 대부분이 영세한 전남에선 노사민정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용자가 힘들어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행정은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지 등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자는 뜻이다. 이런 뒷받침이 되어야 세탁소가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에도 시설·조직·인력 등을 갖추고 실제로 운영하려면 6~8개월이 걸린다. 이번 총선의 지역 당선인들이 모두 지지했고, 지방의원들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서 내년 안에 문을 연다는 목표로 세부안을 다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노동계는 지난 3월 여수산단과 대불산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작업복 세탁 실태조사를 벌였다. 여수지역 조사에서 노동자 95.2%는 작업복을 본인 부담으로 세탁한다고 응답했다. 또 52.8%는 세탁조 안에 남은 오염 물질이 가족의 위생과 건강에 피해를 줄 것을 우려했다. 당시 여수시의원 5명은 “노동자와 가족의 불편을 덜기 위해 올해 안에 세탁소 조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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