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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리영희 “뇌출혈은 글 그만쓰라고 하늘이 내린 축복”

등록 2006-09-19 09:16수정 2006-09-19 09:58

책 〈대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2004년 경기도 군포시 산본에 있는 자택 근처 수리산 산책길에서.(한겨레 자료사진).
책 〈대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2004년 경기도 군포시 산본에 있는 자택 근처 수리산 산책길에서.(한겨레 자료사진).
"나에게 뇌출혈이라는 불행한 병이 생긴 것을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고 오히려 하늘의 축복으로 받아들입니다"

대표적 '실천적 지식인'인 리영희(77) 한양대 명예교수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리영희 저작집' 출판기념식에서 반세기의 연구와 집필생활을 마감하는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저 리영희입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6년전 뇌출혈로 쓰러진 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그의 마지막 저서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가득 메운 하객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원했던 사회 변혁의 목적과 우리 국민의 의식과 사상의 발전 등이 이제 한 50% 정도는 지난 몇 해 동안 달성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물론 그것은 50여년에 걸친 대중의 고난과 눈물, 피와 목숨, 이런 것들이 대가로서 지불됐지만 이 사회를 이끌어갈 동량들이 든든하게 육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일조 할 수 있었다는 것을 행복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이제 글을 안쓰기로 하면서 지난날을 총결산하니 고생도, 눈물도 많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지식인으로서,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몫을 다했다"며 지난날을 반추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50년만에 절필을 선언한 그는 "이제 세상의 말썽을 일으키는 글을 그만 쓰라고 하늘이 나에게 뇌출혈이라는 병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50년 했으면 됐지 그 이상을 원한다는 것은 과욕이며 겸손할 줄 알도록 한 것을 오히려 하늘의 축복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명심보감의 '순천자는 존하고 역천자는 망한다'(順天者存, 逆天者亡)는 경구를 전하면서 "이제 나의 족함을 알았기 때문에 앞으로 형무소는 안갈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여기에 오신 모든 분들의 저에 대한 우정이 없었다면 아마 이 자리에 설 기회가 없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를 핍박했던 군사정권 등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오히려 오랫동안 비판하고 핍박을 가했던 그런 분들을 이 자리에 모시고 싶어 주최측에 초대장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며 "그런 분들과 집단이 비판의 눈으로 감시하고 고통을 주지 않았더라면 자칫 나의 성격의 부족함이나 결함 때문에 연구하고 글을 쓰는데 있어서 어쩌면 경거망동했을지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 연구와 학문의 깊이를 추구했다"며 "내 반성과 자기비판과 끊임없는 자기성찰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나의 글들은 훨씬 더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는데 이만한 정도나마 깊이와 정확성을 갖게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고난을 무릅쓴 선생의 역정은 우리의 희망입니다"라는 이름을 내건 이날 행사는 '리영희 저작집 간행위원회'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고은 시인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등이 축시와 축사를 전했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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