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한미화의 따뜻한 책읽기 /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박준 지음/웅진윙스·1만3000원 많은 사람들이 읽은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에는 가난한 릭샤 운전사 차루가 어떤 상황에서도 ‘노 프라블럼’을 외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인도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노 프라블럼’이란다. 작가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는 대로 모든 일이 잘 진행될 텐데 왜 스스로 안달하고 초조해져서 자신을 괴롭히냐는 선문답으로 인도인들의 ‘노 프라블럼’을 해석했다. 물론 돈이 없어도 노 프라블럼, 펑크가 나도 노 프라블럼, 기차가 멈춰서도 노 프라블럼, 무조건 노 프라블럼을 외친다면,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는 프라블럼인 상황이 부지기수이긴 하겠다. 하지만 때로 일상적 언어만큼 존재를 잘 드러내는 것도 없지 싶다.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라는 책 때문이다.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키오산 로드에서 만난 여행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 <온더로드>라는 책으로 젊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박준의 신작이다. 놀라운 것은 제목이었다. 처음 제목을 접하고 “뭐, 언제나 서바이벌 서바이벌 하라고”로 반응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음, 그러니까 우리는 그토록 살아남고 또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나 보다. 아이러니하게도 ‘써바이’란 말은 캄보디아어로 ‘행복하다, 즐겁다’라는 뜻이다. 마치 인도인들이 “노 프라블럼”을 외치며 살아가는 것처럼 캄보디아인들은 이를 드러내 맑게 웃으며 “써바이 써바이”라고 말하며 산단다. 친구에게는 “밥 먹어서 써바이?” 하고 인사를 하고, 선생님에게는 “오늘 우리를 가르쳐서 써바이?”하고 묻는 식이다. 한데 늘 써바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캄보디아 사람들, 말버릇만 다른 것이 아니라 삶을 사는 태도도 다르다. 책은 한국을 떠나 캄보디아에서 이런저런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의 따뜻한 일탈을 담담히 적어 내려간다. 읽다 보니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이렇게 못사는구나 하는 사실에 처음 놀랐고 그런데도 한국보다 캄보디아에서 지내고 나서 훨씬 행복하다고 말하는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놀랐다. 캄보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한 곳이며, 수도인 프놈펜을 제외하고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 더운 나라에서 전기가 없으니 에어컨은 물론이고 냉장고도 없다. 수도시설도 없어 강물이나 빗물을 식수로 쓴다. 변변한 교통수단도 없어서 오토바이를 애용하는데, 작은 오토바이에 대여섯 명이 매달려가는 건 기본이요, 커다란 돼지도 싣고 다닌다. 열악한 환경인데도 봉사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캄보디아 사람들을 돕겠다고 왔지만 오히려 캄보디아 사람들이 자신을 돕는다고 말한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20대 후반의 여성은 캄보디아에 온 이유를 묻자, 사는 게 힘들어 캄보디아로 도망을 쳤다고 고백한다. 한국에서 너무 힘들면 친구에게 괜찮다 소리를 세 번만 들려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는데, 여기서는 무엇을 해도 괜찮아졌단다. 물론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캄보디아는 어느새 잊고 다시 내일의 밥벌이를 걱정할 것이다. 그러다 지쳐서 정말 도망치고 싶을 때가 오지만, 그때도 도망치지 못하는 당신이 읽으면 좋겠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박준 지음/웅진윙스·1만3000원 많은 사람들이 읽은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에는 가난한 릭샤 운전사 차루가 어떤 상황에서도 ‘노 프라블럼’을 외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인도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노 프라블럼’이란다. 작가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는 대로 모든 일이 잘 진행될 텐데 왜 스스로 안달하고 초조해져서 자신을 괴롭히냐는 선문답으로 인도인들의 ‘노 프라블럼’을 해석했다. 물론 돈이 없어도 노 프라블럼, 펑크가 나도 노 프라블럼, 기차가 멈춰서도 노 프라블럼, 무조건 노 프라블럼을 외친다면,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는 프라블럼인 상황이 부지기수이긴 하겠다. 하지만 때로 일상적 언어만큼 존재를 잘 드러내는 것도 없지 싶다.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라는 책 때문이다.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키오산 로드에서 만난 여행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 <온더로드>라는 책으로 젊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박준의 신작이다. 놀라운 것은 제목이었다. 처음 제목을 접하고 “뭐, 언제나 서바이벌 서바이벌 하라고”로 반응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음, 그러니까 우리는 그토록 살아남고 또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나 보다. 아이러니하게도 ‘써바이’란 말은 캄보디아어로 ‘행복하다, 즐겁다’라는 뜻이다. 마치 인도인들이 “노 프라블럼”을 외치며 살아가는 것처럼 캄보디아인들은 이를 드러내 맑게 웃으며 “써바이 써바이”라고 말하며 산단다. 친구에게는 “밥 먹어서 써바이?” 하고 인사를 하고, 선생님에게는 “오늘 우리를 가르쳐서 써바이?”하고 묻는 식이다. 한데 늘 써바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캄보디아 사람들, 말버릇만 다른 것이 아니라 삶을 사는 태도도 다르다. 책은 한국을 떠나 캄보디아에서 이런저런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의 따뜻한 일탈을 담담히 적어 내려간다. 읽다 보니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이렇게 못사는구나 하는 사실에 처음 놀랐고 그런데도 한국보다 캄보디아에서 지내고 나서 훨씬 행복하다고 말하는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놀랐다. 캄보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한 곳이며, 수도인 프놈펜을 제외하고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 더운 나라에서 전기가 없으니 에어컨은 물론이고 냉장고도 없다. 수도시설도 없어 강물이나 빗물을 식수로 쓴다. 변변한 교통수단도 없어서 오토바이를 애용하는데, 작은 오토바이에 대여섯 명이 매달려가는 건 기본이요, 커다란 돼지도 싣고 다닌다. 열악한 환경인데도 봉사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캄보디아 사람들을 돕겠다고 왔지만 오히려 캄보디아 사람들이 자신을 돕는다고 말한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20대 후반의 여성은 캄보디아에 온 이유를 묻자, 사는 게 힘들어 캄보디아로 도망을 쳤다고 고백한다. 한국에서 너무 힘들면 친구에게 괜찮다 소리를 세 번만 들려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는데, 여기서는 무엇을 해도 괜찮아졌단다. 물론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캄보디아는 어느새 잊고 다시 내일의 밥벌이를 걱정할 것이다. 그러다 지쳐서 정말 도망치고 싶을 때가 오지만, 그때도 도망치지 못하는 당신이 읽으면 좋겠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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