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 정여울의 내마음속 도서관
하나다 나나코 외 지음, 임윤정 옮김/앨리스(2018) 내 상상 속의 서점, 나만의 꿈의 서점에는 책들만 잔뜩 쌓여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지상에서 영원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만 같은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계단이 천장 끝까지 이어지고, 계단마다 아름다운 책들이 가로놓여 있으며, 여기저기에는 손님들이 손쉽게 커피나 차를 즐길 수 있는 사랑스러운 테이블들이 놓여 있다. 수천명의 사람이 이 서점 안에 있어도, 모두가 저마다 책을 읽거나 세미나를 하거나 낭독을 해도, 전혀 시끄럽지가 않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모두가 서점 직원인 것처럼, 누구에게나, 어떤 책에 대해서 물어도, 하나같이 청산유수로 멋들어지게 책 리뷰를 말해준다. 서점 직원과 독자가 분리되지 않고, 누구나 책을 쉽게 펼쳐볼 수 있지만, 누구도 책에 손때 하나 묻히지 않으며 책을 더없이 존중하고 사랑한다. 내가 꿈꾸는 서점, 내 상상 속에서는 매일이라도 기꺼이 방문하고 싶은 유토피아다. <꿈의 서점>은 서점 주인의 세계관과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독특한 서점들을 소개한다.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단 한 권의 출판을 기획하는 서점도 있고, 간판도 달지 않은 채 오직 입소문과 단골만으로 꾸준히 서점업계의 숨은 보석이 된 곳도 있다. 거주지를 책방으로 탈바꿈한 생활 밀착형 서점도 있다.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조용한 장소에서 오직 책에만 집중하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공간을 빌려주는 서점도 있다. 지하에는 전파가 들어오지 않아서 텔레비전도 스마트폰도 즐길 수 없으니 오직 책을 읽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그런 서점이다. 일본의 책방지기 22명의 서점 취재기가 실려 있는 이 책에는 오직 책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삶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서점들은 시장성보다는 오직 ‘주인의 책에 대한 사랑’만을 진정한 동력으로 삼는다. 이런 개성 넘치는 동네책방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은 이 복잡다단한 무한 미디어의 시대에도 책이라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매체를 통해 삶의 소중한 온기를 소통하려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니 우리는 더욱 용기를 내어 책을 읽고, 낭독하고, 세미나를 하고, 그 아름다운 책들 속의 이야기를 타인과 나누기 위해 서로에게 책을 선물하고, 책장 위의 해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오래전 꼭 읽으리라 마음먹었던 바로 그 책을 오늘부터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 감동을 주는 책들은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에고’(Ego)보다는 마음 깊숙한 곳의 상처와 그림자를 돌보며 더 깊은 진실을 추구하는 ‘셀프’(Self)의 삶을 살아보자고 이야기해준다. 나는 항상 셀프에게 길을 묻는다. 에고는 매번 시니컬하게 질문을 한다. 이게 잘 될 리가 있나? 이걸 사람들이 알아줄까? 이런 식으로 셀프의 도전을 무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셀프는 이렇게 질문한다. 이게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니? 그렇다면 도전해봐. 여기에 너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니? 그렇다면 후회하지 마. 이런 식으로 에고보다 더 용감하고 지혜롭게 질문하고 대답하며 끝내 길을 찾는 존재가 바로 우리 안의 또 다른 자기, 셀프다. 우리는 책을 통해 우리 안의 또 다른 자기, 셀프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비추어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영혼의 거울을 발견한다. <끝> 정여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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