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럭키>에 내린 평단의 점수는 딱 예상한 대로다. 4점에서 5점 사이. 절대로 6점을 넘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집단적 결기가 느껴져 나는 웃었다. <럭키>의 시사장에서도 나는 몇 차례 웃다가 결국 겸연쩍어서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전통적으로 시사장의 엄숙함은 웃음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코미디는 역사적으로 멸시받아온 장르다. 위대한 코미디언인 찰리 채플린이 여든 지나 미국 아카데미에서 받은 상은 명예상과 음악상이었으며, 버스터 키튼 또한 환갑이 지나 명예상 하나 달랑 받았을 뿐이다. 그런 까닭에 코미디 장르에는 일단 낮은 점수를 주고 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좋은 코미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어렵지만 코미디 영화의 평점이 전반적으로 낮은 이유는 작품성과 큰 상관이 없다. 우선은 비평가나 기자들이 재미있는 코미디를 평가할 눈이 없어서이고, 둘은 웃으며 봤으면서도 좋은 점수를 줄 용기가 없어서이고, 셋은 엄격한 영화 평자들은 보통 사람들이 웃으며 반응하는 영화를 보며 웃을 정도의 감각도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 또한 <럭키>를 수작이라 추켜세울 생각은 없다. 처지가 뒤바뀐 두 인물 사이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고, 오리지널 일본영화를 보지 않아 정확한 비교도 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유해진이 연기한 킬러는 드물게 인상적인 캐릭터를 보여줬으며 얄팍한 현실을 꼬집는 소박한 주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한 번 해보겠다고 유해진의 연기를 침 흘리며 칭찬해놓고 정작 영화에는 박한 평가를 내린 치들,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럭키>는 썩 훌륭한 성적으로 수많은 관객의 웃음을 거둬들이는 중이다.
<다가오는 것들>★★★★
<다가오는 것들>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거기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았다. 당연히 평단은 손을 모아 지지하고 나섰다.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한센 러브 감독의 전작 <에덴: 로스트 인 뮤직>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 워낙 영화를 안 보는 한국 평단은 이 영화를 아예 놓쳤거나 보았더라도 영화의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겼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감독의 2009년 작 <내 아이들의 아버지>, 2014년 작<에덴: 로스트 인 뮤직>은 뒤늦게라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들이다. 개인사를 빌려 시대의 풍경은 물론 문화적 기운과 공기마저 전달하는 탁월한 능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평론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관객들에게 미래의 작가를 소개하는 일이다. 수입된 영화 중 자신이 관객과의 대화를 맡은 영화만 챙겨보기에 바쁜 ‘셀러브레이터’들이 많다. 극장에 가기보다 파일을 받아 컴퓨터로 영화 보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연 영화 바로미터의 역할을 맡을 자격이 있을까? 이들은 영화 비평가라기보다는 영화 프로그램 진행자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뒤늦게 미아 한센 러브의 영화에 거품을 무는 평론가가 등장했고 그의 광팬들은 극장으로 몰려가 <다가오는 것들>을 깜짝 흥행작으로 만들어놓았다. 이 와중에도 <다가오는 것들>은 제대로 읽히지 못한다. 여성의 성장, 일상에 대한 성찰, 위페르의 열연 정도로 이 영화를 읽을 경우, 작품을 보는 통찰력의 한계가 바로 드러난다. 한센 러브를 여성영화 감독의 계열로 입에 올리는 이들은 감독의 전작들 주인공이 남자였다는 사실도 모르는 듯하다.
이용철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