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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평론은 움직이는 거야

등록 2017-01-02 13:07수정 2017-01-02 13:57

[이용철의 별점왕]
한 해를 보내면서 2016년에 썼던 ‘20자평’들을 돌아봤다. 작년에도 거의 200개 가까이 별점을 보냈다. 다시 읽어보면 몇개는 스스로 민망하진다. 혼자 유다르게 매긴 별점, 저 때는 왜 저렇게 박했을까 싶은 별점, 혼자 흥분해서 폭발했던 별점 등을 되돌아봤다. 복잡하고 논란이 되는 어떤 영화에 대해 한 마디로 단정해놓고 시간이 흘러도 내 평가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아니면 그가 엄하고 독하다는 뜻일 뿐이다.

첫번째가 <남과 여>이다. 2016년 초에 개봉했던 <남과 여>에 대해 다른 평자들은 특별히 나쁠 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조용히 흘러가는 멜로드라마 자체는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내가 불편하게 여긴 건, 이렇게 추운 시기에 부르주아의 화려한 삶을 보여주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은 이미지들이었다. 그래서 ‘힘든 세상에서 복에 겨워 사는 게 미안해 멜로라도 하는 척’이라 쓰며 별 두개를 줬다. 만든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이후 나온 더 나쁜 멜로드라마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비판할 영화는 아니었지 싶다.

<산하고인>은 다소의 논란을 불러낸 경우다. 걸작까지는 아니어도 대체로 지아장커라는 작가에게 존경을 바치는 선에서 평가가 내려졌다. 나는 별 한 개를 던지며 ‘영화는 저열한 야심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고 평했다. 어떤 독자는 혼자 왜 저런 점수를 줬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글쎄, 나는 중국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패권주의가 싫었고, 지아장커가 거기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꼴을 보기 괴로웠다. 현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까지 드리워진 중국의 그림자를 생각해보라. 어떤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

영화사의 어떤 걸작에 대해서도 고정된 평가는 없다. 그러나 1년전으로 돌아가도 고수할만한 별점이 있다. 지난 여름에 개봉한 <나이스 가이즈>는 흥행에 실패했고 평단의 평가도 나빴다. 한국에서도 별다른 평가는 받지 못했다. 유난을 떤 건 나뿐이었다. ‘올해 상반기 할리우드 영화 중 최고’라 치켜세우며 별 4.5개를 줬다. 버디 무비와 코미디, 액션, 범죄 장르를 뒤섞은 다음 시대의 이면을 슬며시 이야기하는 방식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쉴 새 없이 흑인 음악을 배치한 것도 좋았다. 지난 연말에 발표된 수많은 베스트 리스트에서 이 영화를 꼽은 경우는 하나도 보지 못했다. 나의 오산이었을까? 어쨌든 나는 여전히 이 영화를 사랑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인천상륙작전>이다. 영화적으로 보나 시대정신으로 보나 가장 끔찍한 영화가 가장 기억되는 게 비극이다. 나를 비롯한 평자들의 평가에 누군가는 빨갱이 운운했고 누군가는 왜 영화로만 평가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영화도 사회와 문화의 일부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한국에서 제일 큰 영화 기업이 특정 정권 때문에 분기마다 친정부 성향의 영화를 내놓는다고 비판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기업은 분위기가 바뀌자마자 권력 비판 영화를 내놓았다. 내 판단이 매번 옳았다고 주장할 마음은 없다. 시간과 진실 앞에서 창피하지 않기를 다짐할 따름이다.

이용철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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